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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소다 Sep 10. 2023

그는 나의 분수령

팬미팅에서 깨진 나의 세계관.

 다른 세계에서 사는 사람들을 보면 묘한 기분이 든다. 이 사람을 닮고 싶다라기 보다,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흐려지는 느낌. 마치 내가 흐릿해졌다가 다시 재구성된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런 묘한 느낌이 들때면 '나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나는 이 순간이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세계관이 깨지고 다시 형성되는 분수령이라고 생각한다.


내 세계관은 오늘 다시 한번 분수령을 맞이했다. 팬미팅의 주인공인 한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다. 이름을 밝히는 것이 오히려 사기꾼 느낌이 들 것 같아 이름은 밝히지 않겠지만, 그는 내가 대면했던 그 어떤 사람보다 부자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기업이 어렵거나, 돈이 필요 할 때 해결사로 찾는 사람이 바로 그였다. 그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였다. 심지어, 해외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단 2시간의 팬미팅을 위해 찾아오기도 했다.


팬 미팅에는 벤처 사업가, 스타트업 대표, VC 직원, 해외 VC 직원, 10억 이상의 돈을 굴리는 주부 등 10:1의 경쟁률을 뚫고 온 100여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애초에 이 사람을 아는 사람이 적은데다가, 10:1의 경쟁률을 뚫었어야 하니 알짜배기들만 모일 수 밖에 없었다. 팬 미팅은 사전 질문에 의한 답을 제출하고, 이것을 검토 후 선정하는 방식을 취했다. 개인 정보는 이름 딱하나가 들어갔고, 나머지는 모두 지원자의 세계관을 테스트하려는 질문이었다. 나는 운 좋게 테스트에 통과하여 이 팬미팅에 들어 올 수 있었다.


팬미팅 시간이 되자 드디어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를 만나자 마자 든 생각은, 범접 할 수 없는 아우라 이런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평범했다. 아니, 평범했기에 범접 할 수 없었다라는 것이 맞을까?. 익히 다른 사람들과 같으면서도, 전달하는 가치를 보면 도저히 일반인이라고 볼 수 없었다. 거대한 인물에게서 느껴지는 아우라는 없었지만, 그는 대본도 없이 그 자리에 모인 백여명의 사람들에게 감동과 깨달음을 주었다. 그의 말 하나하나가 깨달음으로 게워내야 할 정도도 벅찼다. 하지만, 그자리의 모든 사람들은 결연한 눈을 하고, 그와 팬미팅을 함께했다.


나는 그의 말을 애써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많은 부분 소화하지 못했다. 아마 내 세계관이 낮은 이유랴. 하지만, 적어도 그가 말하려는 말은 이해 할 수 있었다. 쉽게 예를 들면, '이 사람은 왜 저런 행동을 할까?' ' 이 기업은 왜 채권을 발행하고 유상증자를 할까?', '바이든은 왜 비축유에 관해서 언급했을까?'의 질문 뒤에 스스로 결론을 내보라는 것이다. 이 결론은 흐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무엇보다 사람, 돈, 트렌드 등의 흐름이야말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의 어린시절 일화는 흐름을 이해하는 법에 대한 힌트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시절, 값싼 물품과 비싼 물품의 기능적 능력이 별다름 없음을 깨닫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순히 값싼 물건을 사서 비싼물품을 대용으로 쓰는 것 외에 별다른 생각을 못한다. 그러나, 그는 값싼 물품을 비싼 물품으로 제조하여 판매하는 것을 기획한다. 물론, 비싼 물품이라고 속이진 않고, 똑같은 성능을 가진 물품이라고 소개, 판매했다. 가격은 비싼 물품의 20~30% 할인 된 가격. 그는 이후 인형 눈알을 붙이던 친구에게 발주를 맡겨, 성능이 동일한 값싼물품을 -> 비싼물품으로 겉모습만 똑같게 제조하여 판매한다. 그래봤자 인형 눈알을 붙이는 난이도의 제조 공정이었지만, 이렇게 하루 200개정도가 만들어졌고 이것을 할인된 가격인 만원에 팔았다. 인터넷도 없던 그 시절, 그는 어린나이에 이미 인간의 욕망과, 편향 그리고 흐름을 보는 법을 깨닫고 있었다. 이러한 일화는 나에게 [역시 어렸을 적부터 떡잎이 남달랐구나]라기 보다, 어떻게 하면 [흐름]을 이해할까라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결국, 나는 세상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선 인간의 욕망을 알아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인간의 욕망을 그 누구보다 잘 보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돈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선 채권의 흐름을 알아야한다고 결론이었다. 또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선 뇌과학과 심리학을 알아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이 모든 결론들은 그가 뱉은 한마디 한마디가 모여 만들어진 나의 소중한 무기들이 되었다.


팬미팅이 끝나고 싸인을 받을 때 벅차오름에 손이 덜덜 떨렸지만, 그에게 한가지 부탁을 전했다. '사진찍을 때 어깨에 손을 올려주시면 안될까요?' 라고 말이다. 마치 거인이 내 어깨에 손을 두르듯 함께 한다는 의미에서 건넨 말이었다. 내가 상상 할 수 없었던 세상을 보여준 사람. 그는 나에게 거인이었지만, 이젠 나의 어깨에 손을 올려준 조력자이기도 했다. 거인의 조력자에게 걸맞는 팬심을 보여주기 위해선, 그가 항상 강조하는 "섹시한 생각"을 가지기 위해 항상 질문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왜? , 어째서? , 무슨 이유로?


세이노의 가르침의 세이노 작가도, 그와 비슷한 말을 한 적 있다. "세상의 본질을 이해 하는 것, 그것이 왜 일어났는지 파악하는 능력이야말로, 이 시대에 돈을 버는 핵심이다"라고 말이다. 결국 부자란 돈의 본질을 이해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왜?, 어째서?, 무슨 이유로? 결국, 이 질문에 모든 답이 있으리라. 팬 미팅에 다녀온 이후로 이 생각이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글을 쓰면서 엉망이었던 생각들이 조금씩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내 세계관이 깨졌다가 새로 형성되는 과정이였지 않을까?. 책을 읽으며 생긴 분수령도 있었지만, 이건 상상 가능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그와의 팬미팅은 내가 그동안 몰랐던 아니, 모를 수 밖에 없었던 세상이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경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가 보여준 세계관에 걸맞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가 보여준 세계관으로 내가 그런 사람이 되었다.라고 생각해야 할까?. 그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이런 이유로 그곳에 모였으리라. 그는 나의 분수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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