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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소다 Sep 12. 2023

맨발 걷기가 전해 준 깨달음

고통, 통증, 해방, 감사

 우리 가족의 산책 경로는 모 중학교를 거쳐가는 경우가 많다. 그곳에는 흔하지 않은 흙 운동장이 있는데, 여기를 매번 맨발로 걸으시는 어른들이 계셨다. 나이는 40대 후반쯤 되셨을까? 맨발로 걷는 게 아프지도 않으신지 참 잘 걸으셨다. 난 속으로 생각했다 "문명의 이점을 버리고, 왜 맨발로 걷는 거람?." 당시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었다. 그러다, 최근 인간의 도파민에 대한 책을 읽게 되었다. 거기에는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 평소와 다른 환경을 부여할 때 더 많은 도파민이 형성된다고 했다. 이왕이면 책대로 한번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무엇을 할지 생각해 보았다. 생각은 꽤 긴 시간 이어졌는데, 강아지 산책을 하면서 맨발 걷기가 생각났다. 나는 그렇게 맨발 걷기를 하기로 결정했다.


밤 10시, 가족에게 걷고 오겠노라 전하고 운동장으로 발걸음을 뗐다. 신발은 벗기 편하게 크록스를 신고 발은 맨발이었다. 한 1분쯤 걸었을까? 운동장으로 천천히 내려갔다. 이후 운동장 흙바닥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신발을 고이 벗어 손에 들었다. 이내 울퉁불퉁, 흙바닥 위에 선 맨발은 내게 고통스럽노라 전해왔다. 뭐, 아픈 건 아픈 거고 이왕 시작한 거 운동장을 돌기로 했다. 한 발짝 한 발짝 걸을 때마다 발바닥에 걸려오는 돌, 흙들은 나의 맨발에게 적잖은 고통을 주었다. 그렇게 살금살금 몇 바퀴를 돌 수 있었다.


몇 바퀴를 돌고 난 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와, 맨발로 걸을 땐 잡생각을 안 하네?" 맞다, 나는 맨발로 전해져 오는 감각에 집중하여 잡생각을 할 수 없었다. 아니, 못했다. 온 신경이 나의 발바닥의 통감을 일깨웠기 때문이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내심 기분이 좋아져서 몇 바퀴 더 돌기로 결정했다. 그때 시간이 7분 정도 흘렀으니, 30분까지 해보는 것으로 목표로 잡았다. 돌고, 돌고, 또 돌았다. 중간중간 뾰족한 돌을 밟을 때면, 혹시 유리 조각이 아닌가 발을 살펴보는 것 외엔 그저 걸었다. 그렇게 30분이 지났을 무렵, 고통이 사라졌다는 걸 인지했다.


맨발로 걸을 당시, 난 족저근막염을 앓고 있었다. 심지어, 너무 많이 손상돼버린 발목으로, 매사 발목에 통증을 느끼며 살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맨발로 걸을 땐 통증이 없었다. 신기했다.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나, 아마 발바닥의 자극으로 인해 뇌내 호르몬이 진통제 역할을 했으랴. 여하튼 그렇게 30분을 채우고 나서 크록스를 신었다. 나는 크록스 신발이 딱딱하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맨발 운동 후의 크록스는 마치 푹신푹신한 침대 같았다. 내 발바닥의 모든 세포가 살아난 느낌. 생소한 느낌이었다. 마치, 트램펄린을 타고 내린 뒤 점프를 뛰었을 때의 생소한 느낌이랄까. 이런 상황에서 난 또 다른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바로, "익숙함에 속고 있었구나"라는 것이다. 크록스는 언제나 푹신푹신한 침대같이 존재하고 있었다. 다만, 나는 그것에 익숙해져 더 이상 크록스를 푹신푹신한 신발이라기보다, 딱딱한 신발이라고 스스로 느끼고 있었으랴. 내 주변 환경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익숙해진 삶이라고 해서,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가끔 이런 익숙해진 삶이 주는 평안함에 소중함을 잊곤 했다. 결국,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라는 말이 이러한 지혜에서 나오는 말이었구나 싶었다.


앞으로는 좀 더 내가 가진 것, 누리고 있는 삶에 대해서 감사하는 자세로 살아보려 한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감사하지 않은 것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상을 좀 더 긍정적인 틀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은 뜻밖에 깨달음을 준 맨발 걷기에 대해 써봤다. 가끔 시간 날 때 해볼 생각인데, 머리가 복잡할 때 아주 효과적인 도구가 될 것 같다. 정신건강도 챙기고, 신체건강도 챙기고, 일석이조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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