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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소다 Sep 05. 2023

강의와 강의팔이

 어제 지난번에 산 책을 읽었다. 제목은 글쓴이가 고소나 신고를 한다고 하니 밝히지 않겠지만, 책 쓰기를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내용과는 별개로 글을 잘 쓰는 작가인 것 같아 구매했었다. 책을 읽어보니 책 쓰기는 성공한 다음 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써서 성공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내용이 아주 마음에 들었고, 이내 카페에까지 가입해서 등업까지 완료했다. 그런데, 한 가지 신기한 점이 있었다. 카페 가입 시에 휴대폰 번호를 기입하라는 것과 매니저에게 개인정보 열람에 대한 동의에 대한 내용이었다. 카페 가입자들의 정보를 가지고 홍보나 마케팅에 사용하는 사례가 많았기에, 그려려니 했다. 책 쓰기 강좌 듣는 것이 가입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문자가 한통 왔다. [안녕하세요 OOO 대표가 운영하는 OOO입니다. 대표님과의 상담 혹은 책 쓰기에 관심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컨설팅비는 2O만원 계좌는 OOO blah~ blah]  그 시간, 난 책 쓰기 과정을 위해 해당 회사의 카페와 홈페이지를 이곳저곳 뒤지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강의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었다. 특강은 3O만원, 컨설팅은 2O만원이라는 2개의 강좌만 열려있었다. 따라서, 문자가 온 번호로 연락을 취했다. "책 쓰기 과정은 어떻게 신청하는 건가요?." 이내 전화가 와서 받았고, 답변은 이러했다. "대표님과 컨설팅 비용 2O만 원 어쩌고 저쩌고." 나는 컨설팅이 목적이 아니었기에 다시 되물었다. "저는 책 쓰기 과정을 하고 싶은데요. 어떤 과정을 밟아야 하죠?" 다시 그녀가 대답했다. "책 쓰기 과정은 대표님의 컨설팅 이후에나 가능하고, 컨설팅에서 선정되신 분들만 가능하세요. 책 쓰기 과정에 대한 가격은 저도 모릅니다. 저는 일정만 잡아주는 사람이고, 모든 건 대표님이 아세요." 여기서 직감할 수 있었다. "아, 강의 팔이구나."


내가 전화통화로 강의팔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은 간단했다. 연락 온 사람은 회사의 입금 정보에 관해 접근 권한이 있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회사의 유동 자금 현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녀는 카페에 [OO님 컨설팅 신청 2O만 원 입금 확인되었습니다]라고 글을 적는 사람이었는데도 말이다. 이러한 회사가 과연 제대로 돌아갈까에 대한 결론은 "NO."였다. 결국, 이 회사에는 누군가를 속이기 위한 장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강의를 팔아먹기 위한 장치,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이러한 생각은 해당 업체와 대표이름은 유튜브, 구글 검색으로 이어졌다. 예상했던 것처럼, 결과는 강의 팔이가 맞았다. 좀 더 파보니, 다양한 피해 사례와 더불어 해당 업체의 수법도 알 수 있었다. 해당 대표는 200권이 넘는 책을 썼다고 올려놨는데, 분명 200권이 넘는 책을 쓴 건 맞았다. 강의 팔이라고 하기엔 특허도 있고, 실제 책이 존재했다. 내용도 준수하였으며, 글도 못쓰는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알면 알 수록 강의 팔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먼저, 내가 확신한 이유에 앞서, 강의 팔이의 트렌드를 알 필요가 있다. 이것을 이해해야 그들이 자행하는 팔이 형태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강의 팔이의 트렌드는 콘텐츠 큐레이션이다. 콘텐츠 큐레이션이란, 양질의 콘텐츠만을 취합, 분류, 조합 등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시키는 것이다. 즉, 좋은 지식만을 골라 판매하는 것이다. 해당 책 쓰기 업체에 대해 알아보니,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제를 정하고, 해당 주제에 대한 책, 기사, 뉴스에서 발췌한 내용을 가지고 책을 쓰는 것. 이것이 전부다. 이러한 큐레이션이 나쁘다거나,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분명, 누군가의 니즈를 만족시킨다면 그것은 성공할 수 있는 사업아이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업체가 가지고 있는 큰 문제는 책 쓰기 강의료와 기간이었다. 내가 확신한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그의 책 쓰기 강의는 9OO~1OOO만 원 선이었으며, 기간은 5주 오프라인 4회 만남으로 끝난다. 그는 책 쓰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4회 만남으로 책 쓰기가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이것은 마치, 페이스북에 나오는 저급한 광고에서 선전하는 내용과 같았다. [먹기만 해도 밤에 만족스러워지는 약] 같은 느낌이랄까?. 여하튼, 나는 강의료와 기간을 보면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 "아니 대체 어떻게 저게 가능하게 한다는 거야?" 내 자의식을 점검해 봐도 이상이 없어서, 더 궁금했다. 이유를 알아야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그렇게 자료를 찾아보다 방법을 찾았다. 책을 써본 적도 없는 사람이, 5주 안에 책을 쓸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바로, 타인의 저작권을 훔쳐 자신의 것인 양 인용하는 것이다. 심지어, 이들은 해당 저작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것은 둘째고, 저작의 "인생 스토리까지 훔쳐라"라고 한다. 자신의 겪은 경험이 아닌데도, 그렇게 경험한 것처럼 거짓으로 책을 쓰라고 하는 것. 이것은 책 쓰기가 아니라 사기다. 큐레이션의 형태를 넘어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범죄인 것이다. 아마도 강의를 신청하는 사람들은 높은 강의료가 아까워, 울며 겨자 먹기로 하고 있지 않을까?, 그가 200권이 넘는 책을 쓸 수 있었던 이유도 이런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신만의 생각과 인싸이트로 그 수많은 책을 썼다면, 이미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사람이 되어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반드시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왜냐하면, 200여 권의 책을 집필할 지식과 지혜, 그리고 부가 있는 사람은, 같은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성공한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게서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저 카페에는 제자 자랑, 누가 출판했네, 리뷰들로만 도배되어 있었다. (한 수강자에 따르면, 이러한 것들도 강요에 의해 이뤄진다고 한다.) 결국, 해당 강의는 빛 좋은 개살구였다.


나는 "어떤 강의를 듣는다고 무조건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여러 가지 강의를 들으며 노력 중이다. 왜냐하면 성공은 내가 가진 인싸이트와 경험, 생각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강의라도 이런 점에서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해당 대표와 같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여 성공을 할 수 있다는, 강의팔이들은 다르다. 강의 팔이들은 자신의 성공이 떳떳하지 못하기에, 교묘히 속내를 숨긴다. 1:1 컨설팅이라며 호구들을 찾고, 각종 마케팅기법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결국, "남을 어떻게 속여서 돈을 벌까?"에 대해 궁리를 하다 보니 강의 내용은 조악하며, 형편없다. 이러한 강의는 노력 여하와 별개로 듣지 않는 것이 이롭다. 금전적인 면은 뒤로 물리고 봐도, 대부분 성공과 먼 허울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의를 들으려거든 이 강사가 직접 경험한 일이고, 자신만의 무언가를 가졌는지, 실제로 성공이 증명되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강의 팔이와 강의를 결론 짓는 가장 중요한 갈림길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책 쓰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이용한 강의팔이 사례에 관해 글을 써봤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큐레이션으로 자료를 수집 한 뒤, 자신의 경험과 인싸이트를 녹여낸 강의를 욕하는 것이 아니다. 나도 실제로 그런 강의들을 듣고 성공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경험과 인싸이트가 타인의 것을 도용한 것이라면, 그것은 강의가 아니고 사기다. 성공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주체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하지만, 강의팔이들의 강의에서는 그것을 얻을 수 없다. 베끼는 데에는 반드시 구멍이 생기기 마련. 성공에서는 이 구멍의 격차가 클 것이기에, 더더욱 돈을 지불해서는 안 되겠다. 만약 예전의 나라면 해당 강의를 결재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타인의 저작물을 도용해서 책을 쓰고 있겠지라는 생각을 한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난 지금 주체적으로 성장했기에, 강의팔이 들을 걸러 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의사결정력을 높이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성공확률을 높여야겠다는 다짐으로 글을 마친다.


(ps. 사후 확신 편향이지만, 처음 대표 영상을 보았을 때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이런 사람이 성공했다고? 라는 느낌. 무언가 사이비 종교 같은 느낌이었다. 관상은 과학이던가..?! 농이고.. 아마도 나의 무의식이 경고하고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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