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소다 Sep 29. 2023

훈계와 오지랖

운전자를 조롱하며 무단횡단하는 무개념 아이들.

 오늘 가족과 산책을 하다가 무단 횡단을 하는 아이들을 보았다.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이는 히잡을 쓴 여자아이 3명과 머리색이 다른 남자아이 2명. 그들은 무단 횡단을 하는 것도 모자라 한 남자아이는 중간에 서서 로봇 흉내를 내며 아주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것을 보는 무리들은 서로 낄낄거리며 웃고 있었는데, 차가 오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안의 Intergrity가 꿈틀 했다.


나는 사람이라면 모두 보편적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왔다. 보편적 가치란 여러 사람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로, 인간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데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공공장소에서의 예절, 밥상머리에서의 교육도 모두 이러한 보편적 가치를 위한 교육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범법 행위를 저질렀음에도 보편적 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을 자행하고 있었다. 나는 그냥 두고만 볼 수 없었다.


나는 길을 다 건넌 그들에게 가다간 후 말을 건넸다. 처음엔 한국말을 못 하는 외국인인 줄 알고 영어로 호통쳤다. "지금 웃기냐?, 뭐 하는 거냐?" 그랬더니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길 건너는데요?" 뚱뚱하고 짤막한 남자 녀석의 대답이었다. 그 아이는 다른 나라에서 온 아이인지 머리색 피부 등 우리와는 달랐지만, 한국어를 할 줄 알았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왜 그렇게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것이냐", "운전자들에게 피해 끼치지 마라" 등 여러 가지 말을 전했다. 그러나, 그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게 자신이랑 무슨 상관이냐 난 길을 건넜을 뿐이고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며 오히려 나를 몰아세웠다. 내 자식 같으면 이미 묵사발이 냈겠지만 남의 자식이고 심지어 외국인이다 보니 더 그럴 수 없었다. 옆에 지나가던 아주머니도 거들고 내 가족도 거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와 중, 더 있다간 그 아이를 때릴까 싶어 자리를 피했다.(매우 싹수없는 아이였다)


그렇게 자리를 피하고 있던 중 가족과 다시 합류하여 걸었다. 공교롭게 그 아이들, 거들어 주셨던 아주머니도도 같은 방향인지 같이 걸어가고 있었는데, 행렬 맨 뒤에서 아랍어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의 정체는 아까의 뚱뚱한 남자아이였고, 아주 큰 소리로 뭐라 뭐라 말했다. 다른 나라 언어를 당연히 알아들을 리 있나?. 하지만 누가 들어도 욕처럼 느껴지는 말을 했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다른 나라 가서 다른 언어로 인종 차별 당해도 느껴지는 그런 더러운 느낌. 딱 그 느낌이었다. 물론 섣부른 판단일 수 있기에 참았지만, 다시 내 역린을 건드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 남자아이가 "지금 뭐 하는 거야~!" 라며, 내 흉내를 냈다. 처음엔 잘못 들었나 싶어 귀를 쫑긋 세웠는데 그 이후 내가 강조했던 말들을 조롱하듯 쏟아내고 있었다. 너무 열이 받았던 그때, 가족이 휴대폰으로 그 아이들 전부를 촬영했다. 내가 의아하여 왜 하냐고 물어보던 사이, 다시 그 뚱뚱한 남자아이가 내 곁을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에도 매우 큰 소리로 아랍어로 조롱하듯 소리치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다시 그 뚱뚱한 남자아이를 불러 세웠다. 그리곤 시끄럽다고 뭐라고 그렇게 떠드는 거냐며 조용히 하라고 혹 된 말로 개 X랄 했다. "내가 뭐요"라고 말하는 그 아이의 얼굴에 주먹을 꽂는 행위를 하고 싶었으나, 그것은 어른으로서 참 도리는 아니었기에 그러지 못했다. 여하튼 한바탕 개 X랄이 끝난 이후 싹수없게 투덜대는 아이를 뒤로하고 앞장서 갔다. 아까의 이유와 마찬가지로 더 이상 진행되면 사달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일반 직장에 다니면 멱살이라도 잡았을 텐데, 아직은 공직에 있는 자로서 그러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다.)


가족은 그 아이에게 최대한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왜 촬영하냐는 아이의 물음에 전~혀 에너지 쓰지 않는 모습으로 대했다. 내가 멋있었다고 생각한 그 남자처럼 한치의 흔들림이 없었다. 그저 그 아이의 대답의 논리를 깨버리고 타일렀다. 그러곤 쿨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역시는 역시일까?, 드디어 우리와 방향 갈린 그 무리 중 그 뚱뚱한 남자아이는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나는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들을 혐오하는 입장이었는데, 왜 그들의 잘못된 논리가 공감 가는지 혼란스러워하며 집에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왜 그렇게 감정적으로 대했을까 하는 반성도 했다. 가족처럼 조곤조곤 반박하며 타이를 수 있는 것인데 말이다. 마치 내 가족은 훈계를 한 것처럼 여겨졌고, 나는 오지랖 부리는 사람이 돼버린 것 같았다. 못난 어른처럼 아이를 대한 것은 아닐까. 혼란스러웠다.


물론, 개 X랄 떨던 오늘 일에 대해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족이 보여준 교훈으로 변모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의 나라에서는 그런 행동이 자연스러웠을 것이나, 내가 그것을 이해 못 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개 X랄 하며 훈계하려는 어른에게 좋은 마음은 안 생길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차근차근 조곤 조곤 논리로 박살 내는 것이 더 낫겠다 싶었다. 그래도 아닌 건 아니다는 것을 지킨 것 하나만큼은 스스로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은 날이다. 앞으로 그런 아이들을 다시 보게 되면 차근차근 조곤조곤 논리로 훈육하는 어른이 되겠다고 다짐하며 글을 마친다.


(히잡을 쓴 여자아이들이나 남자아이 1명은, 표정으로 잘못했다는 걸 표출했기에 별말 안 했다.)



작가의 이전글 창업이란 무엇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