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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소다 Sep 30. 2023

과거의 나를 돌아보며

 오늘 아침 일찍부터 본가에 왔다. 가족들과 즐거운 식사 시간을 보내고 난 뒤, 배가 너무 불러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는 잠시 부모님께 맡기고 가족과 함께 길을 나섰다.


현재 부모님 집은 어린 시절 우리가 살았던 곳과 가까웠다. 그래서 이전에 살아봤던 집들도 남아있나 볼 겸 운동 겸 나선 길이었다. 한 10분쯤 걸었나 예전에 다녔던 초등학교가 나왔다. 그리고 다시 5분을 걸어 예전에 살던 집을 바라보며, 치기 어린 시절 나의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태평양 같이 거대하던 초등학교 운동장은, 현재의 내겐 작은 운동장이 되어있었다. 어렸을 적 크다고 느껴졌던 집과 거리는, 작고 아담한 거리가 되어있었다. 굵직한 외형은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지금의 내겐 작고 아담한 것들이 되어있었다.


그곳에서 잊고 지낸 기억을 꺼내 볼 수 있었다. 아담한 운동장을 거대한 태평양처럼 느끼던 나. 힘든 삶이었지만 아등바등 살아내던 젊은 날의 부모님. 또 나와 같이 치기 어렸던 나의 동네 친구들. 그곳에는 내 기억 속 깊이 숨겨둔 보물상자가 들어있었다.


자라면서 순수함을 잃는 것이 인간의 숙명인가. 어린 시절 동경하던 청아한 파란 하늘도 이젠 없고, 귀신이 무서워 이불속에서 질끈 눈 감던 나도 없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 장소에 존재하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여전히 치기로웠다.


아마도 내가 잊어버리고 있은 것은 '나'가 아닐까. 애써 자유롭던 나를 잊고 세상에 타협하며 살아왔으리라. 나는 삶을 그렇게 살아내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애써 잊어내고 있었던 게 아닐까.


최근 내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스스로 결론을 내고 있다. 그것이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다 보면 잊고 지내던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러리라 생각한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하나가 되는 날, 나는 비로소 온전히 내가 되리라는 확신이 든다.


운동 겸 떠난 산책에서 과거의 나를 돌아보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 안에 존재하고 있는 과거의 나에게 인사를 건네어보기도 했다. 그렇게 추억에 젖어 나를 만나는 순간이 참 좋았다. 앞으로도 이런 경험을 위해 스스로 결론짓는 것에 대해 생활화해야겠다고 다짐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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