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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텔레마케터였기에
점차 변했던 나의 별명들....

<그 정체들은?! 궁금하지 않겠지만...^&>

by 명랑처자


나의 별명들은 콜센터마다 달랐다. 첫 시작은 많은 동료들 속에서 '연예인'이었다. 그래서 난 그동안 못 해 본 일들을 20대에 하고 싶은 마음에 업무가 끝나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아주 신나게 놀 준비를 했다. 비록 나의 경우 디스크라 계단이나 등산은 못 다니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음주가무를 위한 것이기에 평지를 걷는 것 만이라도 어디든 걸어 다닐 수 있었다. 그 시절엔 수술 아닌 주사로 나아지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예인답게 나의 다이어리는 내용을 꽉꽉 채울 수 있게 됐다. 사실 이렇게 놀면 분명히 더 아프고, 아프면 목에서 허리로 통증이 내려오기도 하지만 혼자서라도 병명을 확인하기 위해 MRI도 여러 번 부위마다 촬영해 봤지만 신기하게도 어떤 이상도 없었다. 하지만 비가 내리는 날은 더욱 통증 때문에 잠을 못 잘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목이 칼칼하고, 답답해져서 이비인후과를 가게 됐는데 말을 많이 크게 하는 사람들이 잘 걸린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그러시더니 아직도 목을 쓰냐고 하셨다. 성대가 내 말을 듣질 않고, 계속 아프다고 하니 이비인후과 선생님은 후두염이라고 하셨다. 그 이후에도 후두염 때문에 자주 병원에 가게 됐다. 그러다가 가수나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걸리는 ‘성대결절’까지 왔다. ㅜㅜ 하지만 ‘괜찮냐’라고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어디에 배치를 할까'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 차있는 센터장이었다. 이런 증상들로 정기적으로 병원을 자주 다니다 보니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후 아웃바운드인데도 불구하고 복수를 꿈꾸며 '친절한 00 씨'로 불리었다. 왜냐하면 함께 일하던 언니들이 지어 준 별명이었다. 외모는 너무 친절하게 생겨서 그 시절에 별명으로 정해 주신 거다. 내가 생각해도 잘 어울리는 별명 중 하나인 것 같다. 모든 고객들이 나쁜 말들을 하고 싶어도 이젠 AI세상이라 상처 입은 텔레마케터는 사라지고 없지 않을까?!




-제10화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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