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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텔레마케터의 하루

<한 번에 한 가지 이상을 해 내야 하는 업무

by 명랑처자

아직까지도 텔레마케터를 얕게 아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냥 전산을 킨 후 헤드셋을 쓰고 안내할 준비를 하면 아주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점점 경력이 쌓일수록 준비해야 하는 것이 많아지고, 컨디션이 혹시라도 목 상태가 나쁜 경우라면 더욱더 많이 필요하다. 일단 많은 양의 물이나 차, 커피를 준비하는 것까지는 보통의 사람들도 가늠할 수 있지만 물티슈의 경우에는 후두염을 달고 사는 나에게는 꼭 필요한 것 중에 하나다. 센터 안의 환경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먼지를 닦지 않는다면 첫 콜이 시작되면 어느새 먼지가 입안으로 들어갔는지 물 마실 타이밍도 없는 상태로 기침을 시작하게 된다. 진짜 이 경우에는 과장하지 않고, 아주 짧게라도 빠르게 참은 상태로 양해멘트를 하고, 물을 마시면서 미친 듯이 기침을 해야 한다. 그래야 짧은 시간 안에 기침이 잠잠 해 진다. 가끔은 안내가 끝이 나면 아주 조금은 눈물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다른 텔레마케터들 중에는 김밥과 커피, 작은 선풍기와 담요를 준비해 놓는 경우도 있다. 다른 것들은 이해가 가지만 계속 콜을 받아야 하는 우리 직업인데 어떻게 상담 중에 뭔가 먹을 수 있는 건지 여전히 궁하다. 그리고 위에서 필요한 것들과 함께 발 받침대, 모니터가 듀얼인 기업들이 많기에 모니터 받침대 외에도 많다. 나의 경우에는 반대로 언제든 퇴사할 수 있도록 서랍 속에 사직서와 펜 하나, 00 홈쇼핑 책자만 갖다 놨었다.




아무래도 나의 기억 속에 텔레마케터 업무를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아무리 많은 콜을 소화해야 된다고 해도 필요한 물건이 이렇게 많지 않았다. 그때는 소속된 센터가 홈쇼핑 중에 단연 1위였고, 실시간 방송과 24시간 운영을 했던 그때는 방송을 보고 주문하거나 책자를 보고 상담사에게 카드정보를 알려주면 결제를 대신해 주고, 상품 설명 및 배송기간을 문의하는 고객들에게는 택배기사님들께 전화로 확인하고 안내해 주게 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인바운드로 들어오는 콜수는 고객들에게는 200 콜정도를 소화해 냈고, 택배기사에게는 배송정보 및 업체에게는 상품정보를 확인하고, 고객에게 안내해 주게 되면 많게는 아웃바운드 경우에는 100 콜정도 추가로 소화해 내야 했다.





-4화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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