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찾아온 스트레스 과부하 상태>
작년을 보내며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는데 그중 하나가 텔레마케터란 직업으로 쭉~18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는 거다. 코로나 시절에도 재택근무를 하며 한결같이 일했고, 코로나도 걸리지 않았다. 다시 생각해 봐도 난 상담석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2년 가까이 일했다는 건 행운 중 하나였다.
하지만 각 기업들도 재택근무를 늘리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배송기사님들의 업무가 과중되었던 시기라 다들 날카로울 수밖에 없었다. 고객에게 한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그놈의 규정에 맞게 쓴 스크립트가 아닌 끝없는 욕 아닌 욕을 준비했던 고객들이 이해가 되니까 난 어느새 사과를 한 이후 호응어를 준비해 놨지만 아무리 이런 양해표현이라고 해도 전체 콜들 100% 모두 클레임이었다.
역시 노답인 상태로써의 가혹한 시간들은 끝이 보이지 않았기에 난 왠지 모를 스트레스 과부하로부터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았다. 그래서 의사 선생님이 내려주신 처방전처럼 휴가 혹은 퇴사를 결정했고, 잠시 쉬었다 가는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2년 가깝게 일했던 이 고객센터는 텔레마케터들을 총알받이로 쓰는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망설임 없이 상급자에게 사직서를 냈으나 받지는 않고, 남은 휴가와 병가를 합쳐서 길게 쉬다 오라고 했다. 사실 이러한 결론은 나에게 배려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바쁜 와중에 나만 쉬게 되는 민폐였기에 이런 상황 자체가 함께 일했던 동료들에게는 미안함이 한가득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어쩔 수 없이 '이 눈치 저 눈치'를 보며 나만 생각해야 했고, 그래서 혼자만의 제주도 여행을 가게 되었다.
-제5화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