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웃음과 어쩌면 눈물(?)이 함께 해요~^^*
사실 텔레마케터들의 에피소드들을 생각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때론 비밀스럽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선을 넘지 않고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알고 계신 내용이라 해도 ‘공공장소와 지하철‘에서는 주의해야 한다. 난 지금까지도 너무 많은 에피소드들이 떠올랐지만 어떻게 써야 할지 조심스러워졌다. 어쩌면 ‘재미없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 하지만 노력해 보겠다. 재미있게 말이다.^^ㅋ
내가 텔레마케터를 처음 시작했던 2002년부터 2025년 현재 기준까지의 에피소드들이다. 처음으로 홈쇼핑이 시작했을 때에는 책상 위에 주문책자도 꺼내놓고, 부팀장들과 가까운 곳으로 앉았으며 대기하는 것만으로 심장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두 번이나 오프라인으로 옷가게까지 운영해 봤는데도 말이다.
비밀스럽다고 말했던 건 콜센터에서의 일화들은 대부분 화장실에서부터 시작되고, 지하철에서까지 이어져 내내 조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내 기억에 2002년쯤에 우리 모두 개인정보유출로 인한 피해가 발생됐었지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는 모두들 몰랐다. 그래서인지 대기업들은 그때부터 텔레마케터 관리를 도급이나 계약직으로 변경시켰기에 내 이력서에는 그때 이후부터는 계약직이었고, 그 이후 실업급여를 탔다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점점 파견업체가 아예 자리를 잡게 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을 대기업으로부터 떠 맡기게 된 것 같기도 했다.
얼마 전에 이 질문을 듣게 됐다. '콜센터 분위기는 어때요?' 바로 답변을 하진 않았지만 ‘각각의 콜센터 분위기는 전부 다르지 않을까요?’라고 답변을 줬을 것 같다. 그리고 ‘한 달이라도 꾸준히 일해본다면 자연스럽게 느끼게 될 거라는 점'이라고 이어 말했을 것 같다. 하지만 이건 말할 수 있다.‘쉴 새 없이 일하다 보면 여유도 없고, 앉아서 말만 하는데도 배가 고프다. ‘라고 말이다. 그렇기에 역시 쉬운 일은 아니고, 몸을 쓰는 일처럼 느껴진다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텔레마케터들 사이에선 '미싱 돌리는 것 같다'라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절대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그리고 내가 해 본 일이 아니더라도 모두 감탄할 만한 일들이 된다.
해가 바뀔수록 내가 기억하는 콜의 종류가 적어지긴 했다. 하지만 이 일을 계속하게 되면 '안 들어도 오디오, 안 봐도 비디오'로 간접경험을 하게 된다. 지나온 시간 속에 홈쇼핑 방송은 24시간으로 나오고 있었고, 실시간으로 쇼핑호스트가 나와서 방송을 하는 상품들이 있으면 결제까지 텔레마케터들이 해야 했고, 색상결정 및 최종 구매결정까지도 도움을 줘야 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던 시절이었다. 그런데다 그 센터에서 텔레마케터들은 화장실을 가기 위해선 메신저에 순서를 적어 놓아야 한다는 건 너무 짜증 나는 일이었다. 그때를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병이 하나 더 생길 것 같았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는 매우 안쓰러웠다.
비도 오지 않는 어느 날(비 오는 날은 특히 고객님들이 화가 많이 나신 경우가 많아 더 조심스럽게 응대를 해야 되는 날) 고객이 화가 잔뜩 나서 전화를 했다. 이유는 택배기사가 밖에서 너무 크게 본인의 이름을 불러서 창피하다는 거다. 나도 이렇게 어이가 없는데 ‘기사님은 당연히 어이상실’ 일 것 같아 전달하기가 망설여졌다. 고객은 앞으로 지켜보겠다고 하며 끊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죄송스럽게도 기사님께 내용을 전달해 드렸다. 그런데 오히려 기사님께서 내게 죄송하다고 하셔서 내가 민망해졌다. 난 다시 한번 세상에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게 참 신기했다.
또한 어떤 남자 고객이 속옷을 애인에게 주문해 줄 건데 색상 선택을 도와 달라는 거다. 그런데 정말 궁금하지 않은데 애인이 직업여성이라며 애인에게 어울리는 색상을 선택하는데 도와 달라는 거였다. 이런 건 애인끼리 결정해서 주문 전화를 하지 않나?! 그리고 안 궁금한데 굳이 직업여성이라고 말하는 건 뭘까...?!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일화들 중 위에 일화들과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에피소드도 있다. 방송에서 나온 속옷을 사야 한다며 잠깐 대기를 해 달라는 거다. 몇 분이 흐른 뒤 ‘000 너 속옷 색상 뭘로 할 거야?!’라고 옆 사람에게 말했다. 그리고선 대답을 한참 동안 기다리게 되었다. 대기가 계속 증가하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상품의 색상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어려운 이유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반품을 하게 되고, 선택한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다면 반품을 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땐 지금처럼 ‘반품‘이 빠르지 않았기 때문에 첫 주문이 매우 중요했다. 반품은 처리기한도 길고 번거로우니까 말이다.
그리고 나도 경험한 것 중에 하나는 분명히 클레임을 접수하며 상급자 통화를 요청하던 제법 무서운 남자의 고객과의 상담이 종료된 이후 재전화를 주니 아주 다른 친절한 목소리로 말해서 놀랐던 적도 있었다. 아마 회사 사무실에서의 목소리와 일반목소리가 다른 사람들이었고, 어리둥절하며 컴플레인을 처리했었던 일이다.
마지막으로는 콜이 끝나갈 때쯤 고객이 너무 고마우니 짜장면 사주러 가겠다며 콜센터 주소를 물어본 적도 있었다. 물론 거절을 했고, 이후에 어떤 아저씨였나 소개팅 시켜준다는 말을 하시기도 했었다. 이보다 더 많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오늘은 여기서 이만 마무리하고 싶다. 왜냐하면 대박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은 아~주 뜸 들일수록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제8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