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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룡 Dec 19. 2018

요가 라이프

취미는 '시작'


  나의 요가 라이프는 2008년 겨울에 시작되었다. 내 첫 요가 선생님은 언니가 인터넷으로 주문한「옥주현의 요가 다이어트」 비디오였다. 엄마와 언니와 나 우리 집 세 여자는 TV앞에서 수면바지를 입고 ‘나무 자세’, ‘독수리 자세’, ‘토끼 자세’를 따라하곤 했다. 특정 종교를 섬기는 사람들처럼 경건하게, 그 경건이 지나쳐서 우스꽝스러워지도록 진지하게 말이다. 

  요가는 볼록하기만 하던 내 몸에 오목한 곡선이 생길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고, 틀어진 척추와 골반을 바로잡아주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요가는 몸이 아닌 곳에도 영향을 주는 운동이었다. 가령 ‘척추 비틀기’ 자세를 마치고 숨을 내쉴 때, 거실 장식장에 비친 내 얼굴은 운동 전보다 편안해보였다. 드라마틱한 다이어트는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나는 요가가 나에게 어떤 ‘효과’를 주고 있음을 감지했다. 


  그 후로 유난히 기분이 가라앉거나 앙 다문 어금니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는 날이면 나는 거실 바닥에 요가매트를 폈다. 한쪽 다리로 균형을 잡은 채 버티면서 시계침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러는 동안 요즘 내가 진정 '무엇을 인내하고 있었는지'를 잡아낸다. 그 인내가 필요한 것이면 응원해주고 아니라면 놔버린다. 그런 후에 가벼워진다. 끝내 문제의 핵심에 이르지 못한다 해도 이미 경직됐던 마음은 몸과 함께 이완을 경험했다. 거대했던 고민도 어느정도 작아져 있다. 


  요가를 할 때 여전히 옥주현이나 이효리 같은 자세는 안 나오지만 내 기준에서는 만족하려 한다. 더 완벽한 자세를 향해 정진하는 것도 좋지만 그저 내 몸에게 좋은 자세를, 내 몸이 할 수 있는 수준에서 허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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