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알바일기

알바일기 - 7

나는 가짜노동을 하지 않는다.

by 지금은 딴짓 중

글을 쓰기 앞서,

브런치를 꾸준히 쓰지 못한다. 이유는 인기있는 변명처럼 '시간이 없어서'. 시간이 없다는 것은 더 재미있고 몰입할 수 있는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것이 많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보다 그런 일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가끔씩 브런치에 들어와 내가 쓴 글을 확인한다. 읽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통계를 보면, 조회수가 조금씩 나온다는게 신기할 뿐이다. 아마도 비슷한 알바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검색하다가 이 글이 걸려 유입되는 것 같다.


그런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지 못해 미안합니다.


알바를 한지 이제 5달이 다 되어간다. 이른 새벽임에도 더웠던 날들, 알바 끝나고 나면 하늘이 끝내주게 좋았던 날들, 눈이 와서 출근을 걱정했던 날들, 극심한 한파가 몰려와 머리부터 발끝까지 꽁꽁 싸매고 알바를 하러갔던 날들.


그런날을 지나 오늘에 이르렀다. 여전히 새벽 5시 기상은 힘들고, 새벽은 춥고. 잠을 늦게 잔 날에는 일하는 순간까지 잠이 깨지 않아 이 일을 계속해야하나 괴로움에 휩싸인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몸이 힘들어 일을 그만두고 싶은 심적 괴로움은 결국 잠을 일찍 자라는 몸의 욕에 가까운 잔소리다.


집에서 알바 장소까지 오는 길은 딱 1시간. 지하철로 이동이 가능하나, 아쉽게도 여러번을 갈아타야한다. 그러다 보니, 진득하니 잠을 잘 수 없다. 달콤하게 졸다보면 갈아타야하고, 갈아타서 잠들면, 또 갈아타야하고.


새벽부터 움직이는 사람들도 많아서, 자리에 앉는 것도 쉽지 않고.


진득하게 잠을 자지 못하는 판엔 차라리 의미있는 일을하자. 맞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것이다. 영어공부 혹은 책읽기. 그래서 영어공부를 할 때도 있고 책을 읽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이내 눈이 스스르 감기고 정신도 혼미해진다. 손에 들고 있던 책과 스마트폰을 혹은 전자책을 놓치기도 한다. 이러다가 망가지면 알바비가 날아가기 때문에 냉정하게 판단해서 졸리면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눈을 감는다.


여튼, 그런 시도 도중 꽤나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가짜노동! 최첨단의 과학기술 시대에도 왜 일은 줄지 않는가. 노동시간은 파격적으로 줄어들지 않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내놓은 책이다. 물론 저자는 한국사람이 아니다. 덴마크 사람.


그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사회는 실제 일이 줄어들어도, 그에 따라 시간을 줄이지 않고, 시간을 채울 다른 일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일들은 생산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별로 효율적이지 않는 그저 시간을 때우기 위한 '가짜노동'이라는 사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가짜노동은 사무직, 관리직 흔히 말하는 화이트 칼라들에게서 성행한다는 사실이다. 경영진은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하게 하기 위해 수많은 관리직과 컨설턴트를 고용한다. 또 자신들의 상품을 잘팔리게 하기 위해 홍보전문가 홍보팀을 고용한다.그렇게 고용된 사람들은 무언가 성과를 보여주어야한다. 이 성과는 표면적으로 들어나는 성과이다. 회의를 몇시간 했다든지, 무슨 프로그램 혹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든지. 말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그저 일을 위한 일. 보여주기 위한 일이 너무 많다는 것.


일반 사무직 노동자 역시 가짜노동은 숱하다고 한다. 사람들이 읽지도 않는 회의록, 보고서 만들기. 메일 확인하기. 답이 정해진 회의는 수평적 분위기를 강조하며 몇 시간씩 여러번 진행되고 프로젝트 하나가 끝나고 남는 시간을 그냥 보내면 눈치가 보이는 크게 의미없는 사이드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이런한 프로젝트는 메인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공중분해된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게 다 일이고, 그런 과정이 결국 진짜 노동을 위한 하나의 재료가 될 수 있다고. 음. 저자는 그냥 그 시간, 차라리 일찍 퇴근하라고 말한다. 스스로 솔직해지자고 말한다. 불필요한 노동은 그만하고 의미있는 시간을 찾아보자고 말한다. 진짜 노동은 회사에서만 하는게 아니라고, 긴 소설을 읽거나 좋은 음악을 듣거나 가족이나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짜 노동보다 훨씬 더 의미있는 노동이란다.


책의 이야기를 주저리 길게도 했는데, 결국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지금 내가 하는 알바는 진짜노동이라고. 정해진 분명한 업무가 있고, 이 업무가 끝나면 나는 퇴근이다. 알바시간보다 빨린 끝난 날은 빨리 집에 간다. 그렇다고 허투로 일을 한적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알바하는 모든 이들은 진짜노동을 하는 값진 사람들이다. 그러나 진짜노동을 하는 시급노동자 임금 좀 높여달라@@@@ 진짜노동은 알바가 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업무를 기획하고, 회사 이미지를 높인다는 이유로 가짜노동하는 사람들에게 쏠리는 임금 좀 줄이고.


지금도 나는 이 글을 많은 회사가 위치한 곳에 어느 카페에서 쓰고 있다. 옆 테이블에 회의인지 수다인지 알 수 없는 소규모 회의가 진행된다. 저 회의는 진짜노동일까? 아니면 차라리 집에 가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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