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알바일기

알바일기 - 8

여전히 진행 중

by 지금은 딴짓 중

오랜만에 글을 남긴다. 나는 여전히 같은 알바를 하고 있다. 1년의 시간이 훌쩍 넘었고 새벽 기상은 이제 몸에 익숙해졌다. 다만 주말에는 평소보다 늦잠을 자다 출근 시간을 놓친 줄 알고 식겁하며 일어나는 일이 간혹 있다. 처음에는 3개월 정도만을 생각했고, 그 후에는 6개월을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는 기약없다. 다만 내가 일하고 있는 사업체에서 알바로 나를 고용한 회사와의 계약을 끝는다면 자연스레 이 일이 종료된다.


일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이도 저도 아닌 삶이 되는 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예전보다 수월했졌지만 그렇다고 상쾌한 것만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여러번 지하철을 갈아타는 그 환승 구간이 최악이다. 갈아타는 구간의 거리가 길기도 하거니와 플랫폼마다 온도가 다른데, 첫번째로 갈아타는 환승 구역의 온도는 겨울에는 너무 춥고 여름에는 푹푹찐다. 여기에 하나더 나를 힘들게 하는 건 열차 시간이 딱딱 들어맞지 않아 추운시간과 더운시간을 버텨야한다는 것이다.


단점을 생각하면 한 없는데, 마음을 가다듬으면 또 괜찮은 일인가 싶기도 하다. 일찍 일어날 수 있고, 덕분에 일찍 잔다. 주어진 일만 하면 된다. 일의 시작과 끝이 확실하다. 보통 사무직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끝맺음. 퇴근과 동시에 나는 더 이상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진정한 해방을 경험한다고 할까.

몰랐는데, 알바도 일정 조건이 되면 나라가 정한 공휴일 시급이 나오더라. 그래서 빨간날이 있으면 공짜로 돈을 버는 기분이다. 처음엔 이 사실을 몰라 인사팀에서 급여내역서를 잘못 기입한 줄 알았다. 근데 이게 웬걸.


또, 알바도 연차가 있다. 난 연차를 쓰지 않는다. 그리고 수당으로 받는다. 연차를 쓰고 싶은 날에도 꾹 참으면 나중에 그에 대한 보상이 있다. 연차수당 주기 힘들다는 이유로 그 누구도 연차를 쓰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혼자하는 일이기에 내가 연차를 쓰면 다른 사람이 복잡해진다. 그럼에도 연차가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든다. 연차가 있는 줄 몰랐을 땐, 하루 빠지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야하고 그러면 왠지 신세지는 것 같고, 또 주휴수당도 날라가고 가뜩이나 적은 최저시급이 더 적어질까 두려웠는데...


그런데 연차가 있으니

'진짜힘들면 연차쓰자 그래도 주휴수당 날라가지 않는다'

이 생각이 각박했던 나의 마음에 숨통을 트게 해준다.


알바라는 임시계약이 삶에 두려움을 준다. 하지만, 그래도 이시간 나는 나의 삶을 견디기 위해 무언가 성실하고 하고 있다.

'그것만 생각하면 그리 비난받을 삶은 아니다.'

라는 마음의 위안을 삼는다.


장점도 단점도 아닌 그냥 아쉬운 마음도 있다. 1년 반 가까이 같은 공간 같은 시간 같은 일을 하면 반복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출근하고 탕비실에 들러 요깃거리를 챙기는 직원들. 매번 보는 얼굴이기에 인사는 하지만 나는 그들의 이름을 모른다. 그들도 마찬가지이다. 인사도 하고 가끔 가벼운 대화도 나누지만, 이름은 모른다. 오랜시간 이곳에서 일을 해도 나는 여전히 이방인 같은 존재이고, 이름까지 트기에는 불필요한 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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