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랜딩인가HR인가 May 11. 2021

'악'은 어떻게 질서를 만드는가

악마로부터의 편지 / The devil's advocate

To. 사랑하는 OO 에게


최근에 코로나 백신 때문에 전 세계가 난리더구나. 위협에 대한 인간들의 대응은 때로는 우리도 감탄스러워할 만큼 명민하고 재빠르다. 하지만 인간들은 늘 해결책을 강구해낸 이후의 구체적인 실행에는 참 어리석지. 뭐, 결국 그것이 우리를 더 기쁘게 만드는 일이긴 하지만 말이야. 



세계적으로 백신 경쟁에 불이 붙었고 백신 확보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다름 아닌 각 나라의 부와 영향력이다. 여기에 자원이 한정적으로 제공되면 참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난다. 어떤 나라는 이미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여 심지어 관광객들에게도 백신을 제공한다지? 하지만 또 어떤 나라들은 공원까지 화장터로 변할 정도로 백신 확보는커녕 매일 같이 사망자가 늘고 있다고 하더구나. 각 나라가 경쟁적으로 백신 확보에 열을 올리며 ‘모두가 안전하기 전에는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교훈도 모르고 갈등 양상으로 치닫고 있더군. 이전에 마스크도 마찬가지였잖니? 출고가 오백 원인 마스크가 개당 사천 원, 오천 원까지 가격이 오른 해프닝이 있었지. 유통업자가 마스크를 사재기하고 가격을 올려 이를 다른 유통업자에게 넘기고 그 사람이 또 폭리를 취해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결국 ‘마스크 전쟁’이 생긴 것이지. 각 동네에 있는 대형 마트에서는 오픈 시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이미 마스크가 품절이 돼서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항의하고 진짜 전쟁 같은 상황이 이어졌던 것을 너도 기억하지 않느냐? 



인간들은 평소 ‘함께 살아가는 삶’이 중요하다고 외쳐대면서도 정작 필요한 시기에는 ‘혼자 생존하는 삶’을 고민하는 이중성을 보인다. 특히 절체절명의 위험한 상황에서 인간들은 자신이 먼저 생존할 수 있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단 말이지. 어떻게든 상대방을 누르고 자신이 그를 밟고 올라서서 자기가 목표로 삼은 것만 달성할 수 있으면 그만이란 말이야. 결과만 달성하면 그만이지, 과정이 뭐가 중요하겠어. 조직 안에서만 봐도 ‘협업’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면서도 정작 직원들을 경쟁 체제로 밀어붙여 상대평가로 보상을 하는 이중성을 보이지 않니. 자기네들이 추구하는 목적과 가치를 망각하고 결국에는 스스로의 이익을 좇다가 다같이 망가지는 수순을 밝게 되는 것이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는 인간의 역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교훈을 찾지 못하고 반복해서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인간들이란…쯧쯧. 



인간의 어리석은 행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특별한 ‘자격기준’을 만들어서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강화한다. ‘한정된 자원’은 그 자격 기준이 일견 합리적이고 타당하게 여겨지는 이유가 되지. 출생연도에 따라 해당 요일별로만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고, 일주일에 2장까지만 살 수 있다거나 하는 방식 말이다. 이런 요건이 모두에게 공감과 동의를 얻어 잘 정착되면 좋으련만 현실은 늘 생각하는 것처럼 이상적으로 돌아가진 않는다. 자원이 부족하면 부족할수록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은 더 강해지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지. 다이아몬드가 다른 보석보다 비싼 이유가 바로 그런 것 아니겠니? 긴 줄을 서서 마스크를 획득한 이들은 원래 가격의 3-4배 가격으로 중고 시장에 되팔았지.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의 행동에 분노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웃돈을 주고서라도 그들이 되팔이하는 상품을 사고야 만다. 흥미롭게도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손가락질하며 분열 양상을 일으킨다. 이런 현상이 이어지면 결국 정부에서도 어쩔 수 없지. 더 강한 자격요건을 만들 수 밖에. 그런데 생각해 보거라. 이 역시 어디에서 본듯한 반복되는 현상 아니니? 부동산, 가상화폐, 입시정책…. 인간들은 어느 순간 목적과 가치는 잊어버린 채 서로의 행동을 통제하거나 제한하기 위해 수많은 규율과 제도를 양산한다. 그로 인해 결국은 작은 일 하나라도 진행할라 치면 수없이 많이 쌓여있는 규율과 절차를 검토하느라 결국 시기를 놓쳐버리지. 그리고선 다시 그 탓을 다른 누군가에게 돌려버린다.  



그런데 기억해야 할 건 뭔지 아니? 이 인간들의 갈등과 정신없는 혼란 속에서도 뒤돌아서 스스로 웃고 있는 녀석들이 있다는 점이다. 정해진 자원을 놓고 자기네들끼리 지지고 볶는 싸움에 정신이 팔려 무엇이 중요한지도 모르는 놈들 사이에서 현명하게 자기 몫을 챙겨 조용히 빠져나가는 이들이 있다는 얘기지. 마스크를 중간에서 넘긴 유통업자나 중고 시장에 되팔이 한 사람들, 국가 간의 백신 전쟁 가운데에서 이득을 보고 있는 제약 회사들…. 넌 이들의 ‘전략’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다투고 개인과 국가 간에 갈등이 격화된 것이 이들 탓이 아니다. 이들은 오히려 위기의 순간에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 구원자들이지. 고객이 없으면 판매자도 없는 법. 이들을 원하는 고객이 있었기에 이들도 존재했고, 그들의 역할로 인해 그나마도 시장에 제때 필요한 상품이 공급될 수 있었던게야. 



인간들이랑 참 흥미롭고 재미있는 존재들이다. 탐욕스럽기가 그지없어서 어쩔 때는 내가 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다니까. 너도 이런 인간의 이중성을 늘 눈여겨보아라. 인간의 모순된 생각과 태도를 늘 관심 있게 지켜보거라. 사람들의 필요에 집중해 어느 순간 위기가 찾아오고 사람들의 감정이 격앙되면 적절한 전략을 채택하여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거라.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 때에 제공하기만 하면 너는 두배, 세배의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희한하게도 인간들 세상에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부류들도 존재한단 말이야. 합리성과는 거리가 먼 녀석들이지. 이놈들은 ‘희생’과 ‘헌신’이라는 이름으로 불필요한 위험을 감당한다. 코로나 확진자를 위한 병상이 부족해지자 자신의 병원을 통째로 내어놓은 의사, 방역 사각지대인 어르신이나 외국인들을 돕기 위해 메일 반찬과 마스크를 전달하는 봉사자, 재난 문자를 아랍어와 태국어 등으로 번역해 난민 커뮤니티에 제공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굳이’ 노력과 시간을 들여서 고생길을 자처한다. 우리로서는 참으로 난감한 일이지.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 이유가 ‘나 아닌 다른 사람 때문’이라고 믿는 사람들이다. 이 녀석들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모순과 이중성도 모두 ‘연약함’이라고 생각하지. 그래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연약함이 누군가의 도움으로 채워질 수 있다고 믿는단다. 서로의 ‘다름이 각자의 약점을 채우기 위함’이라고 고집스럽게 믿는 사람들, 이런 놈들은 우리의 전략이 잘 먹혀들지 않고 아주 심각한 방해가 되는 녀석들이지. 이런 녀석들을 만난다면 되도록이면 피하고 상종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어떻게 해서든 그동안 숨겨온 본능을 드러내게 되어 있다. 그래서 때로는 코로나 같은 전 세계적인 위협이 인간들에겐 필요한 법이야. 모든 것이 투명하게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니까 말이다. 인간이 본능에 따라 생각하고 본능에 따라 선택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사람에게 진정한 자유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니 말이야. 이를 위해 사람들에게 필요한 질서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 질서 유지를 위해 너는 무엇을 해야 할지를 늘 고민하길 바란다. 



그럼 오늘도 승리하렴. 


2021년 5월 


너를 아끼는 Devil




매거진의 이전글 사내 온라인 리더십컨퍼런스준비 TMI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