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랜딩인가HR인가 Mar 25. 2021

사내 온라인 리더십컨퍼런스준비 TMI

나는 무엇을 어떻게 왜 준비하였는가

원티드의 조직문화 컨퍼런스 참여 이후, 


지난 12월부터 구상한 사내 온라인 리더십 컨퍼런스, <리더십의 질문>


# 관련 포스팅

https://brunch.co.kr/@1slide1message/99


드디어 오늘, North Asia HR Leader 와의 줌 미팅을 끝으로, 모든 세션의 촬영을 마쳤다. 


총 3개의 테마, 14명의 연사, 20개의 세션. 





외부인과의 접촉 없이 한정된 인원만 사용 가능할 것, 들어오자마자 아늑함과 편안함이 느껴질 것, 따뜻한 커피와 차를 한잔하면서 조용한 사색을 즐기기에 적합할 것, 굳이 큰 소리를 내지 않아도 되는 적당한 크기의 목소리 만으로 편안한 대화가 가능할 것, 배경의 색감과 톤이 조화롭고 참가자의 얼굴색보다 튀지 않을 것, 그러면서도 동시에 3대의 삼각대와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는 각도가 나오는 공간 일 것. 이런 원칙을 가지고 다소 고집스럽게 후암동 주택가의 작은 서재를 빌렸다. 


회사와는 다소 떨어져 있는 거리에, 그것도 주변에 변변한 주차장도 없는 이 곳에 세션에 참여하는 참가자들을 불러들였다. Director급 임원뿐만 아니라 심지어 사장님께도 주변이 주차하기가 여의치 않으니 가능한 택시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라고 가이드하면서.


최대한 friendly 하게 설명하기 위해 참가자들을 위한 Guide Material도 별도로 제작하여 배포하였다. 


- 이렇게 기획되었어요 : 기획 의도 

- 세션과 촬영 영상은 이렇게 구성됩니다 : 영상 콘텐츠 구성 및 제작 방식

- Theme와 참가자분들을 소개합니다 : 각 세션별 주제와 연사 소개 

- 촬영 장소와 시간 (여기에 스케줄 조사를 위한 Survey Link 및 장소 안내 URL Link를 함께 담았다)  


친절하고 알기 쉽게 전후 사정과 맥락을 공유하고, 최대한 user friendly 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그래야 사장님도 택시를 타고 오신다) 



컨퍼런스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아무래도 가장 손이 많이 가는 것은 세션 참가자들의 일정 조율일 것이다. 나 역시 한 그룹에 4명의 연사, Special Session 까지 포함하면 총 14명 사내 연사의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weekly 단위의 일정을 던지고 이 중에서 본인이 참여 가능한 일정에 모두 체크하라고 안내한 후에, Group Session 에 함께 참여했으면 하는 참가자들 간에 중복되는 일정을 찾아 다시 참가자들에게 확인하는 과정을 거듭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일정에 윤곽이 잡히면 준비한 Guide Material을 활용해 친절하게 안내하고, Outlook Schedule을 활용해 Invitation을 보낸다. 이 과정에 스케줄 확인이 늦거나 Invitation을 늦게 보내면 그 사이에 참가자들의 일정이 다른 일정으로 block 될 수 있다. 그리고 촬영 공간 예약도 그때마다 변경되는 날짜 별로 확인해주어야 한다. 이것 역시 조금이라도 늦으면 원하는 날짜에 촬영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공간과 사람, 시스템 - 이 삼위일체(?)에 날짜가 잘 align 되어 있는지 실수 없이 확인해야 한다. 


부지런을 떤 덕분에 2월 초부터 거의 매주 촬영 일정이 잡혔고, 덕분에 나는 New Hire (신규 입사자) 교육 과정을 기획/운영하고, 몇 개월 후에 론칭 예정인 3개월짜리 신규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리더십 컨퍼런스 촬영을 진행하게 되었다. 


수시로 슬라이드를 만들고, 사내 이해관계자들에게 안내하고, 정해진 날짜와 시간을 시스템에 반영하고, 외부 공간을 확인하며, 회의실에 들어가 네트워크를 확인하였다. 사내 공용 work tool인 outlook 이메일, 팀즈(Teams), 줌(Zoom)뿐만 아니라 화이트보드(whiteboard), 멘티미터(Mentimeter), 뮤랄(Mural)과 같은 보조 도구들이 사무실 내 책상에 놓여있는 두 개의 모니터에서 몇 번이나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덤으로 사내 마케팅 부서의 요청을 받아 On-demand로 2시간 정도의 조직문화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아 한 가지 더,  그 3개월짜리 신규 프로젝트의 예산 승인을 받기 위해 Sourcing, Finance, Legal 팀을 설득하고 APAC Head에게 Report를 위한 자료를 몇 번이나 수정하였다. 



이 와중에 '리더십 컨퍼런스'를 위해 가장 중요한 작업을 완수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참가자들에게 줄 '인터뷰 질문'을 만드는 것이다. 질문의 내용과 수준에 따라 대화의 넓이와 깊이가 달라지기 때문에 인터뷰 질문은 책상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다. Word 창을 켜곤 생각나는 대로 질문을 적어보았다가 '왜 지금 우리에게 이 질문이 필요하지?'라는 자문을 해보고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다시 backspace를 누른다. 


참가자들은 각각 두 개의 세션에 참여한다. 첫 번째는 나와 1:1로 대화를 나누는 인터뷰 세션이고, 두 번째는 참가자 2명과 모더레이터인 내가 참여하여 3명이 동시에 이야기를 나누는 그룹 세션이다. 따라서 인터뷰 질문지는 개인 세션과 그룹 세션 각각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 


참가자의 수준에 맞는 적합한 질문이라는 건 무엇일까? 

현재 참가자의 position과 role을 고려하면 그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우리 직원들은 그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을까? 

어떤 질문이 그가 가지고 있는 조직에 대한 가정을 더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우리 조직에서 평소에 미처 나누어보지 못한 질문은 무엇이 있을까?

어떤 질문을 가장 먼저 던지면 참가자들이 신이 나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낼까?  

그룹 세션에 참여하는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좋은 질문은 무엇일까?

하나의 질문을 그다음의 질문과 어떻게 연결시킬까?

마지막 질문은 무엇이어야 할까? 이 질문과 연결하여 영상 visual을 어떻게 마무리 지으면 좋을까? 

...


등등 여러 생각을 부여잡고 질문을 만들었다. 




인터뷰 질문을 만들고, 인터뷰와 촬영을 진행하면서 내내 가장 신경이 쓰였던 것은 실은, 리더십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보여준다. 이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리더십은 단지 포지션 파워가 아니다. 리더십은 누구나 선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말을 직접적으로 꺼내지 않고 세션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대화 속에서, 이후에 영상을 보시는 분들이 스스로의 리더십에 대한 답과 대안을 찾길 원했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이정표를 만든다는 느낌으로, 하나하나 징검다리를 놓는 심정으로 개인 세션에 10개, 그룹 세션에 10개의 질문을 만들었다. 이 다리를 다 건너면 그래도 보시는 분들이 이후 자신의 여정을 조금 더 명확하게 찾을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담았다.  


연사를 섭외하고 장소와 촬영날짜를 조율하고, 인터뷰 질문을 만들어 배포하고 촬영을 진행하면 다 끝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이후의 편집 과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최적의 장소에서 참가자들로부터 유익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 많이 오고 간 대화 속에서 액기스를 뽑아내어 보기 좋게 사용자(직원)들에게 전달해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고객 중심 디자인 (Customer Oriented Design). 이런 사고가 UX(User Experience) 중심이자  인터널브랜딩(Internal Branding) 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리더십의 질문>이라는 사내 컨퍼런스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사람은 실은, 나와 그리고 나와 함께 일하는 영상 디자이너, 둘 뿐이다. 


프로그램 전체 기획, 연사 및 장소 섭외, 인터뷰 진행, 영상 콘텐츠 구상 및 ideation은 내가, 그 외 영상 편집과 자막 등 모션 그래픽은 영상 디자이너 S가 담당한다. 함께 일한 지 이제 한 2년 정도 된 S와 나는 합이 꽤 잘 맞는다. 내가 세션에 참여하고 있으면 각기 앵글이 다른 3대의 카메라를 돌리고, 각각의 SD카드에 저장된 영상 파일을 합치고 초기 버전으로 영상을 잘라내는 것도 S의 역할이다. 전체 프로그램의 목적과 의도, 세션의 흐름, 대화에서의 주요 이슈와 내용, 키워드를 모르면 좋은 편집을 하기 어렵다. 그래서 단언컨대 좋은 편집이 이루어지려면 반드시 기획자가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꼭 기획자가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기획 단계에서부터 편집과 디자인을 담당하는 사람이 참여하여 전체적인 맥락을 경험하고 있어야 나중에 헤매지 않는다. 기획의 배경과 이슈, 목적과 의도, 맥락과 흐름 이것만 공유하고 있으면 기획자와 디자이너 사이의 갈등을 8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S는 단순한 영상 디자이너가 아니라 기획자와 같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함께 배경과 문제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탓에, S가 잘라낸 결과물이 거의 그대로 최종 결과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그가 뽑아낸 키워드를 중심으로 메시지 전달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 덕분에 우린 최근 거의 1년 간 2주에 하나씩 high quality의 영상을 뽑아내고 있다... 미안하고 고맙다 S야 ㅠㅠ) 


촬영 이후, 모든 인터뷰 내용과 대화를 복기하여 Dictation 하고 서로 동떨어져있는 내용과 내용을 합치고, 답변에 맞게 질문을 재수정하고, 영상 여백에 메시지 전달에 효과적인 타이포(Typography)나 모션을 입히고, 자막의 띄어쓰기나 오타를 검토하며 참가자의 말하는 톤이나 전반적인 분위기를 고려한 BGM을 고르는 등의 세밀한 작업이 그 뒤를 따른다.


참가자들에게 제공할 센스 있는 감사의 선물을 챙긴다거나 이후 최종 결과물이 나오고 사내에 공유하기 전에 먼저 각 참가자들에게 안내하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 등 조금 더 세심함이 필요한 부분들도 있다. 


위에서 언급이 되지 못한 TMI들도 있다. 점점 판이 커지면서 North Asia HR 리더나 Apac President 인 우리 사장님이 참여해 주신 것은 처음 기획 단계에선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분들을 포함해 14명의 연사들과 1:1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모든 시간들이 즐거웠고, 평소 쉽게 사내에서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솔하게 나눌 수 있어서 감사했다.  


생계와 소득의 주요 수단이라는 직장의 개념을 뛰어넘어, 성장과 자아실현, 성숙과 행복이라는 개념에서 일터의 의미를 톺아보았던 시간들.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동료와 후배, 그리고 리더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는 것이 더없이 감사했다. 


 

<리더십의 질문> 세션 Intro Title 영상










매거진의 이전글 타운홀 미팅에서 자유롭고 투명하게 소통하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