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필요한 기도를 위해
동생은 삐뚤빼뚤한 글씨로 병원 리플렛에 잔뜩 필요한 사항을 기록해놓았다.
‘내려갈 때 담요랑 양말 신고 가기’
‘추워하면 간호사 데스크에서 찜질팩 빌리기’
‘아빠 침대에서 나올 때 침대 난간 내리고 다리만 돌려 잡아주면, 오빠도 덜 힘듦’
…..
아버지가 분당 서울대 병원에 입원한 지 일주일이 되었고, 우리는 새로운 여정을 맞게 되었다.
‘폐암 말기, 뇌로 전이되는 상태, 외과 수술은 불가하고 약물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할 예정’
불과 일주일 전 응급병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기자 마자 담당 교수는 단호한 표정으로 나와 아버지에게 직접 위와 같은 선고를 내렸다.
불과 한달 전인가,
이상하게 입맛이 계속 없다고 하시길래 갈비찜을 사드렸더니 기쁜 표정으로 무척 맛있게 드셨던 아버지다. 얼마전 추석 연휴 때 손자 본이와 함께 동탄 호수공원을 너끈히 한바퀴 산책하셨던 아버지셨다. 그런데 암이라니, 그것도 폐암… 말기..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상황을 파악하고 어찌된 일인지 돌아볼 경황도 없이 주변은 빠르게 변했고, 아버지는 어제부터 방사선 치료를 시작하셨다. 일주일 사이 아버지의 항상 불룩하던 배는 쏙 들어가 누웠을 때 늑골이 보일 정도가 되었고, 볼은 패어 덕분에 입꼬리까지 내려가는 형상이 되었다.
엊그제는 장모님과 아내와 함께 아버지 집에 가서 필요한 짐을 챙겼다. 아버지가 정성스레 키우셨던 화초들이 그새 푹 고개를 숙인채 말이 없었다. 몇 년 전 장인 어른이 돌아가셨을 때는 온 집안의 시계가 멈췄었는데…
코로나로 면회 뿐만 아니라 가족도 지정 보호자로 오직 한 명만 환자의 옆을 지킬 수 있다. 다행히 내가 다니는 회사가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는 회사라 이런 일이 생기면 배려를 많이 해주는 편이다. 덕분에 동생과 함께 요일을 나누어 아버지 곁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삶의 감정과 정서를 충분히 느끼는 것이 행복이라고 누군가 말했는데, 이런 일은 항상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병원에서 일상을 바라보노라면 모든 살아있는 것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다.
1. 아버지가 항암 치료를 받으시는 동안, 마음을 연약하게 하는 모든 것을 이겨내고 담대하게 나아가실 수 있길
2. 이 시간을 버텨내는 우리 가족 역시 지치지 않고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와 평안을 누릴 수 있길
3. 앞으로 남은 모든 여정에서 우리가 하나님의 넉넉한 사랑을 경험하고 감사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