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랜딩인가HR인가 Aug 27. 2019

책을 내고 한 달이 지났다

<그래서, 인터널브랜딩 : 브랜딩스러운 일상적 단상>

책을 내고 한 달이 지났다.


실제로 책이 인쇄되어 내 손에 들어온 것은

공식 출간일에서 약 열흘 정도 전인 7월 15일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공식 출간일 기준으로 라면 (7월 24일)

내 책은 이제 갓 한 달을 넘긴 신간 중의 신간이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이 세상에 펼쳐내보이는 일은

내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였다.

언제였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싸이월드 시절 다이어리와 게시판에 

일상의 단상들을 틈틈이 적어 올리고,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티스토리로 옮겨와 블로그에 업무와 관련된 사색들을 기록하며

자연스럽게 당시의 끄적임을 

언젠간 책으로 엮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보면 상당히 감상적이고, 

마치 어린 아이가 정장 마이 (꼭 '마이'라고 해야한다) 에다가 

머리에 잔뜩 무스를 발라 넘긴 것 처럼

뭔가 그럴듯해 보이는 언어로 멋을 부려보려는 시도들이 곳곳에  보이지만, 


당시에 가지고 있었던 

약하지만 섬세하고

흔들리지만 계속해서 중심을 잡으려고 했던 

나의 시선과 생각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내고 나서, 

아직도 낯간지러운 말은

'작가님'이라는 호칭이다.



'작가'라고 하면 내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바로 '허영만 작가'다.


일전에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허영만 작가의 '창작의 비밀'이라는 전시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전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창작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는

허영만 작가의 친필 메모장과 수첩들이었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자신의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빠르게 기록한 사유의 흔적들, 

종이가 없어서 식당에 놓여있는 휴지 조각에 

휘날리듯 적어내린 생각의 파편들, 

손에 잡히는 곳에 기억을 보존시키고 

눈에 보이는 곳에 생각을 저장시켰던

그의 습관의 증거들이 내겐 너무나 대단하고 웅장하게 보였다. 


윤태호 작가나, 김영하 작가가 창작을 위해 

열정과 노력을 쏟았던 에피소드들을 들어보면

하나같이 너무 위대해 보인다. 

그들은 하나의 작품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취재와 공부를 했던가. 

비유하자면

나무를 표현하기 위해 엽록소부터 공부하고, 

사람을 표현하기 위해 염색체부터 공부하는 수준이랄까. 


그에 비하면

나의 고민은 얼마나 야트막한가. 

누군가는 십 년 넘게 조직생활을 하며

매일같이 고민을 하지 않았냐며 추켜세우지만, 

눈앞에 지나가는 버스를 놓치듯

생각과 아이디어는 매번  놓치기 일쑤고, 

그렇다고 누구처럼 꼼꼼하게 

다시 정리해놓는 습관이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누구보다 끈덕져서 

특정한 결과물을 얻을 때까지 

고민을 계속해서 연결해가는 것도 아니다. 


그저 지극히 주관적으로, 

'적당한' 수준에서 

지나가는 생각과 영감을 핸드폰에 저장하고 

적당한 수준에서

책을 읽고

적당한 수준에서   

내 생각을 블로그에 옮기며 

적당한 수준에서

생각했던 것을 실행해본다. 


고민의 수준 자체가 

누구보다 치열하고 수준 높으며 

과정에서부터 그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의 스토리가 되어, 

그 결과로 개인의 고유한 창작물을 만들어내놓은 사람이

내가 생각하는 '작가'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의 이미지다. 


그저 (내가 생각하기에) 

'적당한 수준의 고민과 꾸준함'을 가지고 있는 내게, 

작가라는 호칭은 너무나 황송하고 

아직은 상당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호칭이다. 



어쨌든, 책을 냈다는 이유로 

누군가로부터 '작가'라는 호칭을 들으며

지난 한 달 동안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몇몇 모임에서 책과 관련된 발표를 요청을 받았고, 

어디에서는 '저자와의 만남'이라며

책에  싸인과 함께 사진 촬영까지 요청받았다.  

브런치의 글이 포털 메인에 노출되어 

하루에 수천 명이 내 글을 조회하고 수십 번 퍼나르는 것을 경험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의 친구 신청이 많이 늘었고, 

평소 팬으로 지켜만 보았던 전문가 분과 SNS 친구도 되었다.

대기업의 대표님께 직접 SNS DM으로 강연 요청을 받아 

난생처음 북토크를 진행하게 되었다. 


아직까지 너무나 신기하고 어리둥절하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어쨌든 나의 글과 생각에 공감해주시고 

응원을 해주시는 분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 


책을 통해 더 많은 분들과 공감하고 소통하고자 했던 마음이 컸었는데,

감사하게도 책이 처음에 생각했던 목적에 맞게 지금까지 좋은 도움이 되고 있다.



책을 쓰고 나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삶의 태도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의 소통의 기회나 인연들도 큰 선물이지만, 

무엇보다 책을 낸 후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삶의 태도다.


누군가가 이야기했다.

책이 인쇄되어 서점에 깔린 이후에는

이제 그 책은 저자의 것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의 것이라고. 

세상 사람들의 것이니

책을 내놓은 이후의 사람들의 피드백을 

저자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수용해야 한다고.  


몇몇 분들께 생각지도 못한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

그 피드백을 주신 독자분들의 연령이 

나보다 한참(?) 어른이시면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칭찬이 되려 거룩한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저자라고 해서 책 속의 모든 문장들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내가 다시 책을 뒤적여봐도 

'정말 내가 쓴 문장이 맞는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낯선 문장들도 있는데, 


저자도 기억하지 못하는 문장들을 곱씹어서 

삶과 실천의 문제로 재해석을 해주시고

본인의 삶을 돌이켜 문장의 적용점을 밝혀주실 때는

그저 고개가 숙여질 수밖에 없다. 


나의 문장이 어쩌면, 

한 사람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내가 쓴 문장대로 내 스스로가 살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세상에 내놓은 나의 문장이

독자에게 갔다가 다시 나에게 돌아오면

그 문장은 내게 또 하나의 책임과 의무가 되는 것이다. 



책을 내고 한 달이 지났다.



이 한 달 동안 

나는 꽤 재미있었고 설렜고 

때로는 긴장했고 짜릿했다.


하지만 그 수많은 감정보다

나를 압도한 것은

나의 책임과 의무에 대한 고민이었다.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올수록, 

내가 나의 글에 책임을 지지 못하는 삶을 사는 것이

가장 두렵고 부끄러운 일이 될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쓴 글대로, 

'더욱 나답게, 잘 살아야겠다'라는

단단한 각오와 다짐.


어쩌면 그것이

내가 쓴 책이 나에게 준 최고의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욕구와 결핍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