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과 배움에 대한 단상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조직을 system 이 아니라 ecosystem 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전파하는 일이다.
이런 시선으로 밀리의 서재에서 관련된 책들을 뒤적이다 만나게 된 최재천 교수님의 '숲에서 경영을 가꾸다'라는 책. 사실 이전까지 최재천 교수의 책을 단 한 권도 읽어본 적은 없었지만, 너무나 매력적인 제목에 끌려 바로 밀리에서 '바로읽기'를 눌러 읽게 되었다.
책의 내용은 최재천 교수가 국립 생태원의 초대 원장이 되어 경험한 경영 현장에서의 좌충우돌을 다룬다. 이런 내용이 등장한다.
'환경은 미래 세대에게서 빌려 쓰는 것이다',라는 말은 수없이 많이 들었을 것이다. 미래 세대도 우리가 자연에서 누린 만큼은 누릴 수 있도록 자연을 훼손하지 말고 온전하게 또는 개선해서 물려주자는 게 바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의 참뜻이다.
그런데 이 말에서 환경을 '조직문화'로, 자연을 '조직'으로 바꾸어도 뜻이 통하는 것 같다.
"조직문화는 미래 세대에게서 빌려쓰는 것이다. 미래 세대도 우리가 조직에서 누린 만큼 누릴 수 있도록 조직을 훼손하지 말고 온전하게 또는 개선해서 물려주자는 게 바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의 참뜻이다."
어느 한 분야에서 엄청난 구루가 된 분들의 책을 읽으며 느끼는 것 중 하나는, 개인의 경험을 통해 발견한 원리를 다른 분야에 적용해도 통한다는 것이다. 특정 분야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성숙도가 깊어지면 신이 인생의 곳곳에 숨어놓은 진리들을 발견하게 되는가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세계적인 석학이라고 불리는 최재천 교수의 책이라 왠지 처음엔 살짝 겁을 먹었었다. 너무 현학적인 용어가 많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내가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책이 아닐까. 그런데 웬걸. 초등학교 4,5학년 정도만 되어도 쉽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문장이 부드럽게 넘긴다.
어느 인터뷰 영상에서 최재천 교수가 지금까지 25년 이상 쉬지 않고 매주 한 편씩 칼럼을 써왔고, 마감기한 나흘 전에는 글을 완성하고 이틀 정도는 글을 계속해서 다듬고 고쳐 써서 글을 내놓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고 보니 200페이지가 갓 넘는 이 책의 문장 하나하나에도 쉬운 문장 속에 자신의 생각을 집어넣기 위한 최재천 교수의 고심이 엿보이는 것 같다.
책 곳곳에서 교수님의 지나칠 정도의 겸허함을 느낄 수 있다.
내 관점을 다듬기 위해 집어 든 책이었지만, 나란 사람의 배움의 태도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 앞에서 괜스레 멋쩍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