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덕의 마음이 이런 건가
명저 <어댑티브 리더십>에 추천의 글이 실리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개인과 조직의 건강한 변화를 만드는 여정에 추천의 글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진저티 프로젝트' 멤버분들께 감사를-
아래 글은 어댑티브 리더십 3부 '시스템의 온도' 편에 실린 추천의 글 전문-
우리 집에는 오래된 보일러가 있다. 난방이나 온수를 틀었을 때 아무리 보일러 실의 문을 꼭 닫아놓아도 웅장한 소리를 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보일러에게는 한 가지 약점이 있다. 제때에 밸브를 열어 물을 흘려보내지 않으면 시름시름 앓다가 급기야 꺼져버리는 것. 보일러가 작동하는 소리를 잘 듣고 있다가 소리가 차츰 멀어지듯이 보일러가 기력이 점점 쇠하는(?) 것이 느껴지면 밸브를 열어 보일러의 몸 안에 들어있던 물을 빼내주어야 한다. 그러면 금세 바닥은 보일러가 흘린 눈물 자국으로 얼룩지고, 보일러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가열차게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만일, 보일러가 보내는 신호를 제대로 읽지 못해 우리 가족이 적시에 대처하지 못한다면, 보일러 시스템이 불안정 상태가 되어 샤워를 하다가 찬물 세례를 받거나 한 겨울에 오들오들 떨며 추운 밤을 지새워야 할지도 모른다.
조직이라는 시스템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조직 곳곳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신호를 구성원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고 필요한 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조직 안에서 조금씩 왜곡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시스템의 왜곡은 ‘시스템이 본래의 목적대로 작동하지 않고 불필요한 손실을 발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 안에서의 왜곡이 무서운 이유는 ‘고장이 났다’는 그 자체보다, 고장이 난 이유를 사람마다 각기 다르게 진단하고 개선의 방향을 잘못 설정하여 또 다른 왜곡을 낳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누군가 책임을 지는 것이 두려워 문제를 투명하게 논의하지 않고, 문제 해결을 위한 건강한 토론과 생산적 충돌이 이어지지 않아서 이후에 더 복잡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쉽고 고통이 따르지 않는 방식으로 현실을 감당해내려 하다가 결국, 더 어렵고 고통스러운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3부 <시스템의 온도>편은 현재 많은 조직들이 겪고 있는 이러한 문제 상황을 어떻게 다루고 어디에서부터 논의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조직이 당면한 문제에 사람들은 어떻게 인식하는지, 관점 전환과 올바른 해석을 위해 어떤 질문이 필요한지, 사람들의 변화를 위해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지, 그리고 진정한 조화를 이루기 위해 갈등은 어떻게 조율해야 하는지 등, 조직이라는 복잡한 시스템의 문제 해결을 위한 귀한 실마리와 영감을 제공한다.
책에서는 특히, 갈등을 ‘조율한다(orchestrate)’는 표현을 사용했다. 작곡가는 화음을 만들 때 협화음뿐만 아니라 불협화음까지 모두 사용해 아주 극적인 음악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불협화음으로 긴장감이 고조되었을 때 협화음으로 긴장을 해소해주면서 곡의 기-승-전-결을 만들고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곡이 탄생한다. 이처럼, 성숙한 조직은 성과를 잘 만드는 조직이 아니라 ‘갈등을 잘 다루는 조직’이 아닐까 싶다. 갈등을 잘 다루기 위해서는 원칙이 있어야 하고, 추구하는 가치가 명확해야 하며, 이슈를 대하는 데는 철저하지만 구성원 개개인에 대해서는 깊은 배려를 해주면서 엄격하고 지지적인 자세를 동시에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신이 속해 있는 조직은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가? 당신은 그 신호가 어떤 의미인지 잘 알아차릴 수 있는 예민함을 갖추고 있는가? 이 책을 읽는 모두에게 보일러가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릴 수 있는 예민함과 문제해결능력이 선물처럼 찾아오길 기원한다.
최지훈
메드트로닉(Medtronic)조직개발 스페셜리스트
[딜레마의 편지], [조직문화 재구성, 개인주의 공동체를 꿈꾸다], [그래서, 인터널브랜딩]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