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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인가HR인가 Aug 13. 2023

합리적 선택의 딜레마

책 <데일리 필로소피> & <딜레마의 편지>  

선의 본질은 일종의 합리적인 선택이라네. 하지만 악의 본질 또한 다른 종류의 합리적 선택이지. 그렇다면 외적 현상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합리적 선택을 내리기 위한 있는 그대로의 재료들이라네. 그것들이 어루어져 선과 악이 되지. 그렇다면 어떻게 선을 알아 볼 수 있을까? 어떤 사실에 대해 감정적 반응을 하지 않음으로써 알 수 있다네. 죽음은 필연적으로 발생하지만 인간의 감정적 반응으로 인해 '나쁜 것'이 되는 것처럼 말이지. 사실을 있는 그대로 판단했을 때 우리의 선택은 선이 되네. 판단이 뒤틀리면 그 선택은 악으로 바뀌고 말지.   - 에픽테토스, 대화록, 1.29.1-3 / 데일리 필로소피 中



자신의 합리적 선택은 통제할 수 있으며, 모든 행동은 자신의 도덕적 의지에 달려 있다네. 이와 달리 통제할 수 없는 것은 우리의 육신이지. 그리고 부모, 형제, 자매, 아이들, 고향 등 나와 관계 맺는 모든 것은 통제할 수 없다네.   -에픽테토스, 대화록, 1.22.10 / 데일리 필로소피 中





나의 조직문화 3부작의 마지막 세 번째 책인 <딜레마의 편지>는 악마 '딜레마'가 14년 차 직장인 L을 통해 조직을 망치기 위한 유혹의 편지들을 담고 있다. 책에 등장하는 스무 개의 편지 안에서 딜레마는 꽤 합리적인 이유와 명분을 내세우며, 조직을 망치는 L의 판단과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딜레마는 거짓을 참으로 둔갑시켜 사고를 혼란시키고 감정을 격앙시키는 전략을 사용한다. 



에픽테토스가 지적하듯, 선과 악의 본질이 동일하게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점은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제공한다. 


<딜레마의 편지>에서처럼 조직 안에서 뿐만 아니라 삶 속에서 대부분의 왜곡과 모순은 처음부터 '부조리'함을 목적으로 삼은 것이 아니라, 나름의 '합리성'을 내세우며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럴듯하게 들리는 유혹의 목소리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성을 마비시켜 혼란스러운 현상과 상황을 올바르게 해석하는 시야와 힘을 잃게 만든다. 




철학자 세네카는 이렇게 말했다. 


"마음의 평정은 확고부동한 판단력을 가진 사람만이 손에 쥘 수 있다네. 나머지 사람은 거절과 허락을 번갈아 하며 자신의 결정에 따라 감정적 동요를 반복할 뿐이지. 무엇이 이런 감정적 동요를 지속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들의 내면에 분명한 것이라곤 없기 때문이라네. 그들은 '상식'이라는 가장 불확실한 것에 의지할 뿐이지."   - 세네카, 도덕에 관한 서한, 95. 57b-58a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에서의 '상식'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 상식은 어디에서부터 온 것일까? 지금의 상식은 다가올 미래에도 여전히 상식으로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존재해야만 하는가?)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것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수많은 경험을 통해 얻은 결과와 그로 인한 교훈이 보편성을 이해하게도 하지만, 때로는 특수성을 간과하게 만든다. 예상하지 못한 일에 지나친 감정적 반응을 하지 않고 전후 맥락을 살피면서 문제해결에 집중하며, 그 과정에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원칙을 지키는 일은 여전히 꽤 많은 인내심을 요구한다. 게다가 '이성적 반응이 아닌 감정적 반응을 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 상황이라면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당성을 부여하는 딜레마의 은밀한 목소리는 결국 스스로를 속이는 '자기기만'의 길로 빠져들게 만든다. 


리더십이나 책임감과 같은 말은 차치하고, 무엇보다 개인 차원에서 먼저 나부터 마음의 평정을 얻으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항로를 고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누가 뭐라 해도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스스로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분별하기 어려운 이 사회의 끊임없는 가십거리나 사람들의 욕망, 의심과 판단의 눈초리 속에서 나는 진정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내게 가장 중요한 목적과 기준은 무엇인지를 명확히 밝혀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우리는 지금의 현실과는 조금 다른 미래를 위해 용기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딜레마의 편지,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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