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과 우리다움으로 건강한 조직을 만드는 방식 2]
'개인주의'라는 단어는 오랫동안 타인과 거리를 두는 태도를 상징해왔습니다. 집단보다 개인을, 협업보다 독립을 중시하는 태도는 종종 이기적이고 고립적인 성향으로 오해받곤 했지요. 특히 조직 안에서는 개인주의가 '팀워크를 해치는 요소'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회의 자리에서, "그냥 다수 의견에 따르자"고 말하며 자신의 생각을 접었던 경험, 혹은 '튀지 않기 위해' 본심을 감췄던 순간들은, 그런 오랜 시선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이 오래된 정의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개인주의는 '고립'이 아니라 '자기화(Selfing)'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홀로 서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 감정, 가치, 욕구를 스스로 인식하고, 관계 속에서도 그 고유함을 지켜나가는 과정이죠. 무작정 따르거나 맞추려 하기 보다는, 회의 중에도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고, 일상의 대화에서도 "나는 이런 방식이 더 나를 편하게 해"라고 스스로를 설명합니다. 남과 다름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다름 속에서 나를 이해하고, 타인과의 거리를 건강하게 조율하는 힘. 바로 여기에, 새로운 개인주의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이제 개인은 더 이상 수동적 역할 수행자가 아닙니다. 각자는 자신의 고유한 세계관과 일하는 방식을 지닌 주체로, 삶과 일을 설계하고 실천해나갑니다. "왜 이 일을 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넘어, "이 일이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될까?"를 고민합니다. 회사의 목표에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나의 성장과 가치에도 맞추려는 이 움직임은 개인주의가 더 성숙해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진화된 개인주의의 핵심은 '연결을 위한 자기 선언' 입니다. 나는 관계를 끊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건강하게 연결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죠. 과거에는 나를 지키기 위해 거리를 두었다면, 이제는 나를 명확히 인식하고 솔직히 표현함으로써, 진짜로 연결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듭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주고받으며 충돌하는 순간에도,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네 생각도 듣고 싶어"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자기화를 거친 개인이 만들어내는 연결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조직 문화에도 새로운 요구를 만들어냅니다.
일방적인 지시나 통제보다, 자율성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관계가 더욱 필요해졌습니다. 리더의 역할은 지시하고 결정하는 것을 넘어 결정 과정에 구성원의 참여를 유도하며 함께 방향성을 수립하는 '동료 같은 리더'가 되어갑니다. 팀 안에서 누군가는 자신의 일하는 방식을 자유롭게 제안하고,누군가는 그 제안을 존중하며 협업의 방식을 함께 찾아갑니다. '따라야만 하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관계'가 조직의 기본 리듬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결국, 자기화된 개인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나는 이 공동체에 어떤 방식으로 발자국을 남기고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자기화된 개인은 움츠러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질문을 통해 자신을 더 명확히 바라보고, 표현하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할 수 있는 용기를 키워갑니다.
진화된 개인주의는 혼자 살아남기 위한 기술이 아닙니다. 그것은 함께 살아가기 위한, 가장 깊은 자기 이해의 기술입니다.
우리는 이제 그 기술을 통해, 고립된 나를 넘어, 연결된 나로, 더 풍성한 공동체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