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리더십, 어떻게 끼워넣기(embedding) 할 것인가

오늘의 독서, 생각의 확장 / 급진 거북이, 진성 리더십

by 브랜딩인가HR인가
“리더십의 효과성은 과수원 농부의 일에 비유해서 설명해 볼 수 있다. 농부는 먼저 밀알에 해당하는 고유한 리더십과 이 밀알이 발아되는 토양의 문제를 생각한다. 농부는 산성화된 토양을 탓하기보다 씨앗을 심을 수 있는 토양으로 바꾸는 일에 헌신한다. 효과적 리더십이란 토양을 제대로 이해해 가꾸고 이 토양이 길러낼 수 있는 리더십의 씨앗을 밀알로 종묘해 내고 이 밀알을 심어 과일나무와 과수원을 만드는 과정이다.”
[윤정구 / 급진 거북이]


[나의 질문]


1.

산성화된 토양을 씨앗을 심을 수 있는 토양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밀알을 심기 전 토양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보고 확인할 수 있을까?



2.

CEO를 비롯 조직 내 대부분의 리더, 구성원들이 단기적 숫자에 탐닉하여 단기적으로 성과를 높이고 인센티브를 챙기는 상황에서, 목적과 가치라는 밀알을 어떻게 심을 수 있을까? 이미 단기적 성과와 인센티브가 우상이 되어 모든 구성원이 가스라이팅 된 상태에서 우리의 존재 목적을 되살리고 지속성장을 위한 책무를 강조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

조직의 토양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경우 조직 진단을 진행한다. 그런데 이미 산성화된 조직에서의 진단은 새로운 목적지를 설립하고 그곳에 가기 위한 정신모형을 점검하는 용도로 활용되는 것보다는 기존의 선입견과 편견을 다시 확증하고 평가와 판단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한다. (어떤 조직에서는 반복되는 진단의 피로감으로 구성원들이 진단 이후에 리더와의 면담이나 원치 않는 교육 참여 등의 ‘귀찮을 일’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관대화 또는 중심화된 경향으로 진단에 참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성화된 토양에 새로운 씨앗을 심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토양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조직 진단 외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으며, 그리고 무엇으로 리더나 구성원을 설득할 수 있을까?



#

이전 직장에서 소그룹 워크숍을 몇 차례 진행한 경험이 있다. 당시 리더는 나를 조용히 불러 나지막이 타일렀다.


“지훈님, 시간을 왜 그렇게 사용해요? 세션에는 몇 명이나 참여했죠? 고작 그 정도 인원이 참여하는 세션에 시간을 그렇게 쓰다니, 아깝지 않아요? ROI가 안 나오는 것 같은데요?”


실제로 고작 4명 정도가 참여하는 워크숍이었다. 워크숍 참여자들은 모 사업부의 리더들이었다. 그들은 이제 막 직책을 맡아 기존과는 다른 역할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게다가 조직 개편을 앞두고 팀원들의 역할 분담, 각기 다른 성향의 팀원들에 대한 동기 부여, 일하는 방식 등도 주요 고민거리였다. 바쁜 업무에 쫓겨 외부 교육 과정에 참여할 시간조차 부족했던 그들이 나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다. 아무래도 같은 조직의 담당자라서 업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나누기 수월하고, 별도 예산 없이 시간을 조율하기 용이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인원은 4명이었지만, 그들은 각기 10명 이상의 팀을 운영하는 리더들이었다. 그래서 세션 참여 인원을 단순 4명이 아닌, 40명 이상이 참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욱이 그들은 회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 사업부와 긴밀하게 협업하는 PM들이기도 했다. 여기서 좋은 피드백이 나온다면, 평소 HR에서 조심스러워하던 핵심 사업부와도 접점을 만들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4명의 리더 뒤에는 그들의 팀원들뿐만 아니라, 그들과 긴밀하게 협업하는 핵심 사업부 구성원 200여 명도 함께 서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니, 세션 준비와 진행 시간은 ROI에 미치지 못하는 비생산적인 시간이 아니라, 4명에 집중해 200명이 넘는 인원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고효율, 고부가가치 시간으로 여겨졌다.


이후 워크숍에 참여했던 부서에서는 연말 행사에 사내 연사로는 유일하게 나를 초대했다. 덕분에 그 자리에서 100명이 넘는 구성원들에게 나의 생각과 가치를 전달할 수 있었다. 그 후 핵심 사업부 내 몇몇 팀들과도 조직별 이슈와 필요를 파악하여 맞춤형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었다. 워크숍 이후 그들과 더 가까운 신뢰 관계를 맺었고, 이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협업할 수 있었다.


지금 당장은 비효율적이고 다소 비생산적으로 보이는 작은 일이나 프로젝트가 이후 눈덩이처럼 불어나, 더 큰 부가가치와 임팩트로 돌아오는 것을 몇 차례 경험했다. 물론 이 과정에는 조직의 저항과 제약이 따를 수 있다. 또한 결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통해 이해관계 부서나 리더들과 신뢰를 쌓는 과정 역시 중요하기에, 이러한 시도를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해 나가는 데에는 적잖은 용기와 신념, 그리고 의지가 필요하다.



#

진성리더십 에서는 중요한 변화 전략 중 하나로 '자기 규제(Self Regulation)'을 제시한다. 여기서 말하는 '자기 규제'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계획한 일련의 과제를 수행하며 최종적으로 도달하기로 한 상태와 현재 상태 사이의 간극을 줄여나가는 과정이다. 이렇게 약속한 상태와 현재 상태의 차이를 줄이려는 노력은 조직 안에서 흔히 ‘프로젝트’라는 형태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나는 지금 조직 안에서, 아니 내 삶에서 어떠한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가?

그것은 무엇을 지향하며 현실과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나는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진성 리더는 앞서 이뤄진 과제의 결과가 다음 과제의 시작점에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변화 과정의 반복적인 끼워넣기(Embedding)'에 주목한다고 한다. 과제가 반복될 때마다 얻는 작은 성과가 그다음의 활동에 반영되며 그것을 지렛대 삼아 애초에 목표했던 상태에 더 가까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뿐 아니라 삶에서 수행하고 얻은 교훈이나 자원을 나는 그다음 프로젝트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그것들은 지렛대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을까? 아니면 오히려 오랫동안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지렛대로서의 역할을 상실하고 되레 목적 달성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여전히 계속해서 명확한 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들만 생겨난다.


모호함 속에서 더 모호한 질문들이 생겨나는 것.

역설적이지만 이러한 과정이 나만의 해답을 더욱 선명하게 발견해나가는 여정이 아닐까.



change.PNG?type=w3840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개인주의 공동체' 다가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