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현실로 다가오는 조직문화의 한 끗 차이
5년 전, 나는 [조직문화 재구성, 개인주의 공동체를 꿈꾸다]라는 책을 펴냈다. 그 책의 한 장에는 '일하기 좋은 조직문화를 위한 한 끗 차이'라는 제목의 글이 담겨 있었다.
그 글에서 조직문화 강연에서 만난 A기업 구성원들과의 경험을 이야기했었다. 당시 나는 상대적으로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조직에 있었기에, 그들의 다소 위계적이고 보수적인 분위기를 접하며 내심 '내가 더 나은 환경에 있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런 나의 생각은 이내 바뀔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강연에 참여한 참가자들의 질문과 태도 때문이었다.
“저는 입사한 지 이제 1년이 지난 주니어예요. 제가 조직문화를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팀장인데 구성원들과 일을 할 때 임파워먼트를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런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강연에 참여한 구성원들은 ‘개인 역할 차원의 질문과 고민’을 끄집어서 내게 나누어주었다. 회사와 경영진을 문제 삼거나, 그들의 역할을 강요하는 발언을 하거나, 조직 내 시스템과 제도를 핑계삼아 지금의 제약과 한계를 탓하지 않았다. 본인들이 처해있는 문제와 한계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스스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는 질문들을 마주하는 순간, ‘그래도 이들보다 내가 더 나은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구나’하는 편협된 생각은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그전까지 나는 조직 안에서 구성원들의 주체성과 독립성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해왔다. 구성원들이 더 주도적으로 학습과 변화 활동에 참여하게끔 여러 프로그램과 제도, 환경들을 마련하는데 집중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내가 속했던 조직에서는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응집력’이 부족했다. 소수의 사람들이 각성하여 주체적으로 역할을 하고 있었으나 모두 각자의 위치에 존재했을 뿐, 서로가 분산되어 더 큰 시너지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다양한 경로로 키워진 독립성이 응집되어 더 큰 힘을 발휘하도록 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반면 내가 경험한 A기업은 비록 조직이 성장하는 과정에 다양한 이슈가 발생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책임을 자각하고 있는 개인들이 모여 더 큰 시너지를 내기 위한 문제 인식을 서로 공유하고 있었다.
이 경험을 소개하며 나는 책에 이렇게 기록했다.
조직에서 선도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모순처럼 들리지만
독립적인 사람을 응집시킬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자기다움을 지켜내고 그것으로 남다른 아이디어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사람을 집단으로 연결시키고
그것으로 더 큰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이 필요한 겁니다.
자기다움과 우리다움이 공명하는 연결의 구조,
결국 자기다움이고, 우리다움이다.
2020년과 2025년, 그 사이 우리 사회에 꽤 많은 일들이 있었다.
'90년대 생이 온다'로 대변되던 MZ세대의 등장은 조직 안에서의 개인주의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동시에 세대 차원에서의 바람직한 협업 방식을 고민하게 하였다. 팬데믹은 수많은 이들이 재택근무와 원격, 유연근무 등을 경험하면서 우리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 더욱 확장된 질문과 관점을 안겨주었다. '대퇴사 시대'라는 흐름은 이전과는 달라진 구성원과의 관계를 고민하게 하였고, 이어서 최근까지 이어오는 '대잔류 시대'의 줄기는 우리에게 조직 안에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점점 더 고도화되는 인터넷 서비스의 기술은 점차 더 세분화되고 개인화 되어 사람들의 소비 행태에 변화를 주었고, 동시에 계엄으로 인한 대통령 퇴진 요구에 대응하여 사람들은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 의식을 보여주었다. 최근 정치권에서 들려오는 주 4일제 또는 주 4.5일제와 같은 근무제 개편 공약은 지금 우리가 일과 존재 사이의 새로운 균형을 모색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지표이기도 하다.
5년 전 ‘개인주의 공동체를 꿈꾸다’ 라는 제목은 이제 ‘개인주의 공동체 다가오다’로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