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다움과 우리다움을 이야기하며
지금 우리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나’를 가장 소중히 여기면서도 동시에 그 누구보다 ‘우리’를 간절히 그리워하는 역설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서점가에는 ‘나답게 살기’ 위한 조언들이 넘쳐나고, 소셜미디어에도 자기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어 마음을 단단히 붙들고 자신을 아끼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콘텐츠들이 매일 새롭게 등장합니다. 자기관리를 넘어 자기결정, 자기돌봄, 자기수양이라는 키워드는 유튜브에서 이미 꽤 대표적인 콘텐츠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은, 우리가 삶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조직이라는 공간에도 거대한 파도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나답게 사는 것’을 중요한 삶의 가치로 여기며 성장한 세대는, 더 이상 조직의 문을 들어서는 순간 자신의 고유한 개성과 가치관을 문밖에 잠시 내려놓지 않습니다. 그들은 높은 연봉이나 안정적인 직장을 넘어, 자신의 가치관과 맞는 곳, 그리고 일터 안에서도 ‘나로서’ 온전히 존재하고 성장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이 조직에서 나답게 일하며 성장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좋은 회사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된 것이죠. 이것이 바로, 조직 안에서 개인의 자율성과 고유한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가 더 이상 몇몇 혁신적인 기업의 특별한 자랑거리가 아니라, 뛰어난 인재를 유치하고 그들과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 된 이유입니다.
‘90년대생이 온다’로 상징되던 MZ세대의 등장은 조직 안에서 개개인의 ‘자기다움’을 존중받고자 하는 목소리가 커졌음을 알렸습니다. 이는 자연스레 기존의 공동체적 가치와 조직 내 ‘우리다움’의 의미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죠. 과거에는 조직의 ‘우리다움’ 속에 개인이 맞춰가는 경향이 강했다면, 이제는 개인의 ‘자기다움’이 기존의 ‘우리다움’과 동등한 가치를 지니며 존중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조직 안에서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팬데믹을 거치며 재택, 원격, 유연 근무가 확산되면서, 물리적 공간이라는 전통적 틀을 넘어선 곳에서 ‘우리다움’을 어떻게 형성하고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숙제가 던져졌습니다. 동시에 유연해진 근무 방식은 개인이 일과 삶의 영역에서 자신의 ‘자기다움’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실현할 가능성을 열어주었지요. 이어진 '대퇴사 시대'는 조직과 구성원 간의 관계가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강력한 신호였습니다. 개인이 더 이상 조직의 ‘우리다움’에 자신의 ‘자기다움’을 일방적으로 맞추기보다, 자신의 가치와 목적에 맞는 곳을 찾아 떠나는 현상은 조직의 존재 이유와 구성원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관계 변화의 연장선상에서 현재의 '대잔류 시대'는 우리에게 조직 안에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더욱 심오한 질문을 던집니다. 단순히 자리에 머무는 것을 넘어, 개인은 조직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자기다움’을 어떻게 실현하고,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우리다움’에 기여하며 의미를 찾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지요.
이러한 변화는 비단 조직 내부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고도로 개인화된 알고리즘은 나의 취향을 정확히 저격하지만 나를 편협한 생각의 울타리에 가두기도 합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은 우리의 생산성을 극대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적인 연결과 유대의 가치를 더욱 그리워하게 만듭니다. 또한 ‘계엄선포’와 ‘대통령 탄핵’이라는 거대한 사회적 이슈 앞에서 사람들은 이전과 다른 방식의 끈끈한 연대를 통해 새로운 ‘우리다움’의 힘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는 개인주의의 확산과 공동체 의식의 약화라는 이분법을 넘어, ‘자기다움’의 추구가 새로운 형태의 ‘우리다움’으로 발현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최근 논의되는 주 4일제 또는 4.5일제와 같은 근무 시간 개편 이슈 역시, 일이라는 활동 속에서 개인의 ‘자기다움’을 얼마나 보장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개개인의 ‘자기다움’이 모여 어떤 새로운 형태의 ‘우리다움’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시대적 성찰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현재 중요한 질문 앞에 서있습니다.
온전히 ‘나’로 존재하면서도 서로와 ‘함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흩어진 개인들은 어떻게 다시 연결되어, 각자의 ‘자기다움’을 지키면서도 함께 시너지를 내는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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