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다움에서 우리다움으로] Part 1. 자기다움
자기다움’은 이제는 꽤 익숙한 말이 되었습니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 종종 등장하던 이 말이 지금은 ‘나답게 일하기, 나답게 살기, 나답게 여행하기, 나답게 소비하기’와 같은 방식으로 일상에서 쉽게 사용되고 있는 것을 봅니다. 그런데 문득, ‘자기 다움’을 조금 진지하게 이야기해 보려면, 그 앞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개인주의’입니다. 우 리는 왜 조직 안에서 지금, 개인주의를 다시 이야기해야 할까요?
한동안 개인주의는 조직 안에서 꺼내기 어려운 말이었습니다. 함께 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조직에서 ‘개인주의적이다’라는 평은 협업을 방해하거나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쉽겠지 요. 그래서 많은 조직 내 구성원들은 굳이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밝혀 불편함을 만들기보다는 자기 생각을 감추고, 조직의 관성에 스스로를 길들이며 일해왔습니다. 그렇게 역할에 적응하는 것이 조직 생활의 기술처럼 여겨졌죠.
하지만 우리 사회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우리가 ‘일’을 대하는 방식과 ‘조직’을 바 라보는 관점의 근본적인 전환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수의 혁신적인 스타트업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자율 출퇴근, 직급을 파괴하는 수평적 호칭, 그리고 동료 간의 상호 피드백 같은 제도들은 이제 업종과 규모를 불문하고 많은 기업들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유행을 넘어, 조직 운영의 중심축이 과거의 ‘관리와 통제’에서 ‘구성원에 대한 신뢰’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될 텐데요. 우선, 자 신의 삶의 가치와 방식을 일터에서도 존중받기 원하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이 중요한 동력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뛰어난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기 위한 기업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더 나은 조 직 문화와 자율적인 업무 환경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 수 조건이 되었죠. 여기에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시공간의 제약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며, 전통적인 근무 형태의 개념 자체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러한 변화들은 더 이상 특정 세대나 IT 업 종과 같은 일부 영역에 국한된 특별한 현상이 아닙니다. 이는 조직의 성공 공식이 ‘통제와 효율’에서 ‘자율과 신뢰’로, 그리고 ‘사람을 자원으로 보는 관점’에서 ‘사람의 성장을 돕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관점’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된 겁니다.
일과 삶의 관계를 재정의하려는 움직임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감지됩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수많은 이들이 재택근무와 원격 협업을 경험하면서 ‘일은 꼭 회사에서, 정해진 시간에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지요. 그 질문은 자연스럽게 ‘나는 어떤 방식으로 일할 때 가장 몰입하며 살아 있는 감각을 느끼는가?’ 라는 보다 내면적인 탐색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흐름은 한 때 대퇴사 시대(Great Resignation)라는 사회적 현상으로도 이어졌죠. 수많은 이 들이 더 이상 ‘참으며 버티는 일터’에 남지 않기로 결정했고, 조직은 비로소 구성원이 떠나기 전까지는 들리지 않았던 침묵의 신호들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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