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인터널브랜딩 : 브랜딩스러운 조직문화 이야기>
어느 가족이 함께 과일을 먹기로 했습니다. 먹고 싶은 과일은 각자의 기호에 따라 가지각색이었고, 정해져 있는 예산으로 가족들이 함께 먹을 과일을 정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요. 게다가 과일을 아침 식사 대용으로 먹을지, 점심과 저녁 사이에 간식으로 먹을지, 저녁을 먹고 후식으로 먹을지, 과일을 먹는 시간을 정하는 것도 상당한 의견 조율이 필요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의 대화를 거쳐 가족들은 점심과 저녁 사이, 오후 3시에 사과와 바나나 중 한 가지를 선택해서 먹기로 했습니다. 과일을 먹는 것에 대한 가족들 간의 긴 회의가 종료되고, 학원에 가서 이 회의에 참석을 하지 못했던 첫째 딸이 집에 들어왔습니다. 평소 딸을 끔찍이 생각하는 아빠가 딸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우리 과일 먹으려고 하는데, 너 뭐 먹고 싶니?”
“음.. 난 오렌지 먹고 싶은데? 그런데 지금 말고, 있다가
저녁 먹고 먹을 거야.”
“그래? 오렌지가 먹고 싶어?”
“응, 오렌지 갈아서 주스로 마시면 더 좋을 것 같아.”
이때 엄마는 아빠를 한 번 힐끗 쳐다보고, 딸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 이따가 오후에 사과와 바나나 중에 하나 먹기로 했어. 방금 전까지 가족들끼리 무슨 과일을 먹을지 실컷 가족 회의를 해서 결정되었단다. 넌 둘 중에 뭐 먹고 싶니? 사과? 바나나?"
엄마의 그 질문을 들은 아빠는 엄마에게 딸이 이렇게 원하는데 오렌지를 먹어야 되지 않겠냐며, 오후에 먹을 과일에 오렌지도 추가시키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결국, 가족들은 사과와 바나나뿐만 아니라, 오렌지를 먹고 싶은 과일 후보로 넣을지 말지에 대해서 또 오랜 시간 회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시계는 이미 과일을 먹기로 했던 오후 3시를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여러분들께서 이미 아시다시피 위의 이야기에서 가족은 조직 안의 구성원들이고, 아빠와 엄마는 조직의 리더, 그리고 학원을 갔다가 돌아온 딸은 자신의 개인적인 욕구를 추구하는 구성원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조직 안에서 종종 위의 이야기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때가 있습니다. 구성원의 욕구를 너무 소중하게 여겨서 그것을 반영하고 실행하기 위한 과정에서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지요.
만일 딸이 어떤 과일을 언제 먹을지 정하는 가족 회의의 첫 시간부터 자리에 있었다면 ‘너 뭐 먹고 싶니?’라는 질문을 던진 아빠의 질문은 타당할 지 모릅니다. 하지만 회의를 통해 다른 가족들과의 컨센서스(Consensus)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그 자리에 없었던 딸에게 ‘너 뭐 먹고 싶니?’라는 질문을 던진 아빠의 질문은 과연 타당할까요? 이때는 딸에게 지금까지 가족들과 나눈 이야기의 배경과 맥락을 설명해주고, 그래서 결정된 사안 중에 딸은 어떤 선택을 할지를 물어보는 것이 타당하겠지요. 딸의 권한과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구성원들과 협의하여 정해진 약속 안에서 딸이 대안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인정하고 그 권리를 부여해주는 것이지요.
이처럼 조직 안에서의 자유는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받아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선택은 ‘자신의 마음대로 선택하는 것’이 아닌 ‘조직 구성원들과 컨센서스를 이룬 약속의 범주 안에서’의 선택이어야 하겠지요.
선택의 상황에서
‘약속의 범주’가 되어주는 것은
바로 ‘가치’입니다.
가치는 조직 안에서
허용이 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의 기준이 됩니다.
의사결정의 장면에서, 역할수행의 장면에서
책임과 권한의 범위를 설정하는 기준도 역시 ‘가치’입니다.
가치는 개인의 행동을 일관성 있게 만들고
중요한 순간에서 용기 있는 결정을 하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합니다.
만일 조직이나 개인이 많은 사람들이 협의하고 공유하고 있는 가치를 벗어나거나, 가치에 기반한 일관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사람들로부터 부정적인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예를 한번 들어보죠.
평창 올림픽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김보름 선수는 경기가 끝난 후 많은 사람들에게 논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팀워크가 중요한 팀추월 경기에서 뒤쳐진 동료 선수를 배려하지 못한 경기 모습과 인터뷰 태도 때문이었죠. 팀추월 경기는 경기 방식상 가장 늦게 들어온 선수의 기록으로 승패가 결정됩니다. 따라서 세 명의 선수의 팀워크가 매우 중요하지요. 만일 팀추월 경기가 아니라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였다면 김보름 선수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 스타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김보름 선수가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은 이유는‘팀워크’라는 가치를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와 독일과의 경기 후, 독일 골키퍼 노이어 선수가 축구 팬들로부터 많은 원성과 야유를 받았는데요. 그 이유는 경기가 종료되기 전에 골문을 비워두고 공격에 가담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결국 우리나라의 손흥민 선수가 추가골을 기록하였지요. 노이어 선수가 사람들로부터 야유를 받은 이유는 골키퍼에게 기대되는 ‘수비와 방어’라는 가치를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수입차 리콜 사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수입차를 구입하는 이유는 각자 다르겠지만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안전성’ 때문입니다. 수천만 원이 넘는 차를 구입하면서 화재를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요. 많은 고객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수입차에게 너무나 당연하게 기대되었던 ‘안전성’이라는 가치를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가치는 허용이 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의 기준이 됩니다.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작동하고 있지요. 실제로 사람들은 특정한 현상이나 상황에 대해서 각자 마음에 경계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드시 지키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이지요. 그 선을 넘어가면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끼고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앞서 나누었던 사례처럼 그 선을 벗어난 대상에게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야유를 퍼붓기도 하지요.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은 가치는 실은 우리의 실천과 행동, 태도를 통해서 확인이 됩니다.
인터널브랜딩 활동은 이러한 역할을 하는 가치를
발견하고 점검하며 다시 재정의합니다.
그리고 조직 내부에서
가치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는 일입니다.
안에서 충분히 다져지고 공유되고 검증된 가치가
내부를 넘어 조직 밖에서도 동일하게 작용되어
고객에게 특정한 ‘믿음’을 심어주는 것.
이것이 바로 인터널브랜딩 활동의 목적입니다.
# 출처 : [그래서, 인터널브랜딩 : 브랜딩스러운 조직문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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