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나의 기록, 나의 기억, 나의 흔적.
1989년,
초등학교 (당시엔 국민학교) 1학년 꼬맹이,
나의 일기장-
물건을 정리하다가,
아주 어린 시절,
그러니까 국민학교 때의 나의 일기장을 발견했다.
신기하게도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대부분의 일기장이
지금까지 남아있다.
그 많은 어릴 적 물건들 중에
어떻게 이 일기장들만 이렇게 남아있을 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어린 시절 나의 기록, 나의 기억, 나의 흔적.
다행히도,
그때도 늘 생각하는 습관은 있었던 모양이다.
항상 일기의 끝에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고 쓴 걸 보니 ㅎㅎ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고,
담고 싶어도 담을 수 없는
기억에서 저만치 멀어져 간 시간들이
이 일기장 안에는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아서,
그리고,
순수한 시선으로
세상을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그 시절 어린 나를
색 바랜 종이를 통해
현재의 내가 바라볼 수 있는 것만 같아서,
그래서 괜스레
별것 아닌 일기장의 내용에
혼자 감동받고 혼자 뭉클했다.
아무것도 모를
국민학교 1학년 나를
지금의 내가 만난다면,
'너 잘 살아왔다고'
'너 열심히 살아서 나중에 좋은 여자도 만나고
너 많이 닮은 예쁜 아기도 낳을 거라고'
'지금처럼 늘 생각하는 습관 잘 길러서
나중에 좋은 책도 많이 쓰라고'
한껏 힘차게 껴안아주며
다독거려 줄 테다.
물론,
그 시절 나는
'이상한 아저씨'
라고 생각하고
또 일기장에 기록하겠지.
<오늘 이상한 아저씨를 만났다.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공부 열심히 해서 그 아저씨 같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