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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인가HR인가 Apr 04. 2020

이직을 하고 3일이 지났다.

회사를 옮겨 입사한 지 3일이 지난날의 소회

이직을 하고, 

새로운 회사에서 일을 시작한 지 3일이 지났다.



사내 포털에 내 사진을 올리려면 어디에 들어가야 하는지

이런저런 메뉴를 들락날락하며 마우스를 수차례 클릭하기 일쑤고,


익숙하지 않은 전자 메일 화면에서

처음 보는 이름의 사람들이 보낸 갖가지 초대 메일에

나도 ‘수락’을 눌러야 할지 고민한다.


시스템에서 회의실 일정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분명, 어제 내 매니저가 알려준 것 같은데 기억이 도통 나질 않고

게다가 회의실 이름들은 영문과 숫자가 혼용되어 있어서

영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밀 암호처럼 느껴진다.


IT 시스템에서 추가 모니터를 신청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FAQ를 아무리 뒤적여도 답을 찾기가 어렵고,

HR 시스템은 분명 입사 전에 알려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했는데

로그인이 되지 않는다. 이 비밀번호를 알아내려면 또 어떻게 해야 할지...


게다가 어제 오전에 Webex로 진행된

글로벌 매니저들과의 화상 회의에서는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결국 현타가 왔고,

코로나 시국이 끝나면 일본 오피스의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하라는 숙제까지 받았다.


조직을 옮긴다는 것,

곧, 내가 일하고 있는 필드를 옮기는 것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적응을 필요로 한다.




익숙하지 않은 시스템과 프로세스,

낯설고 생소한 용어,

서투른 영어 능력.



내겐 얼른 적응해야 할 대상이고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만


사실 이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생각보다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과제들이라고 생각한다.


시스템과 프로세스는 결국 익숙해질 거고

회사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도

어느 순간 나의 일상의 언어에서도 나타나게 될 것이다.

(벌써 몇몇 용어들은 새롭게 습득해서 사용되고 있다)

영어 커뮤니케이션도 계속해서 사용하는 문구나 단어들이 발견될 것이고

부족하지만 지금보다는 편안해지는 시기가 분명 올 것이다.


이보다 더 큰 것은 또 다른 요소들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을 옮기는 것은 어쩌면

나라는 사람의 모든 시스템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켜는 Reboot 작업인 것 같다.



이전 조직에서 해왔던 경험과 문법을 지우고

지금 조직에 통하는 경험과 문법을 새로 익혀야 한다.


시스템이나 프로세스, 언어 외에

지금 조직에 빠르게 적응하고 통하기 위해 익혀야 할,

곧, 내 머리와 몸에 들어와야 할 새로운 문법들은 무엇일까.


Reboot 이후 내 머릿속에 정리되어야 할 정보들을

대략 생각나는 대로 적으면 아래와 같은 것들이 아닐까.



1. 각 부서와 개인의 역할: 각 부서가 어떤 역할을 하고 그 안에서 누가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2. 각 부서의 key man (주요 멤버) : 해당 부서 안에서도 일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key를 쥐고 있는 멤버가 있다. 그 사람이 누군지


3. 사용 가능한 도구/자원 : 원활한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조직 내 도구와 자원은 무엇이 있는지

 

4. 정보/자원을 물어볼 수 있는 사람 : 어떤 정보나 자원이 필요할 때 그것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또는 누구에게 얻을 수 있는지를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군지 


5. 예산 수준과 범위 : 프로젝트 또는 1년 단위로 얻어낼 수 있는 예산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지금까지 교육/조직문화 프로젝트에서 사용된 예산 중 가장 큰 예산의 금액과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6. 의사결정자 : 보통 예산 집행을 위해 누구의 의사결정이 필요한지(프로젝트 성격마다 달랐는지), 그 의사결정자들의 의사결정 기준과 성향은 어떤지


7. 의사결정 영향 요인 : 의사결정 시에 가장 큰 요인을 준 것은 무엇인지 (전략/정책/리더십/고객/내부직원/예산/성과/조직 혹은 정치적 이슈 등등) 


8. 스폰서십 : 내 리더 외에 교육이나 조직문화에 가장 크게 힘을 실어줄 사람은 누군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9. 파트너십 : 각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함께 힘을 모아 협업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들은 누가 있는지, 그 사람과 어떤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지 



몇 차례 회사를 옮긴 경험이 이전에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일터에서 여전히 긴장되는 것은,

시스템이나 언어적 문제보다는

아마도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아직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조직에서 일을 밀도 있게 하기 위해서는

시스템과 프로세스만 이해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위의 내용들이 경험적으로 이해되고 몸으로 체화되었을 때

비로소 일에 속도가 붙고 결과를 만들어가는 긴장과 재미가 동시에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처음이다.

너무 조바심 내지 말고

하루하루 꾸준하게 밀도 있게 채워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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