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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인가HR인가 May 16. 2020

영감을 위한 영감거리를 찾는 습관에 대해

창조적인 게으름을 즐기기 위해 

영감을 위한 영감거리를 찾기 위해

종종 여기저기 기웃거리곤 한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포스팅을 보면 참 멋진 '선수'들이 많다.


어떻게 이런 참신한 생각을 했는지, 

어떻게 이런 용기 있는 실천을 했는지, 

각자의 전문 분야 혹은 

개인적인 취향이나 관심 분야에서 

다양한 사고를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며

탁월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최근에 SNS를 통해 많이 접하게 된다.


그들의 멋진 행보에 

부러움과 시샘과 함께 찾아오는 생각 하나. 


'혹시 지금 내가 나 자신에게 투입되고 있는 영감의 자원들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 때면 

문득, 조바심이 나면서 

괜히 지나간 책들을 다시 들추어보기도 하고 

오랫동안 책상 한켠에 쌓아두고 펼쳐보지 않은 책에 

밑줄을 그으며 사진을 찍어보기도 한다.  


어쩌다 걸린 문장들이 

지금 나의 불안함을 편안함으로 만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잠시 동안의 안위를 위해 

마치 금단 증상을 겪는 환자가 약물을 찾듯, 

영감의 약물을 찾는 격이라고 할까. 



책 두 권을 쓰고 나서 

나의 영감에 대한 갈급함은

이전보다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 


존경하는 멘토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책을 출간하고 나면 저자는 이제 그 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사고가 그 책 안에 갇히게 된다. 또 다른 곳으로 확장하여 사고와 경험의 경계가 더 확장될 수 있도록 이전에 입고 있었던 옷에서 탈피해야 한다.'


이 이야기에 100% 공감했다.


그래서, 

책을 출간하면 의도적으로

이전에 읽었던 책들과는 다른, 

아예 다른 성격의 책을 읽었고

나의 시선과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또 다른 곳으로 생각의 영역이 확장되는 것을 

의도적으로 신경 쓰고 추구하다 보니, 


계속해서 

무언가가 내 사고를 건드려주고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프레임과 세계관을

불편하게 만들어주길 원했다. 


그래서 이전보다 

더더욱 영감에 대한 목마름이 더해졌다. 


메모와 기록의 습관은 늘었지만, 

기록되지 못한 찰나가 신경을 거스르게 했고, 

머릿속에 여기저기 흩어져서 

아직 하나로 엮이지 못한 생각을 주워 담고자 

에버노트나 블로그 창을 열어놓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고, 

그저 한참 동안 눈싸움만 벌이게 되면 

되려 답답함만 늘어났다. 


내가 생각하고 믿는 것, 

감동받고 사랑하는 것, 

이러한 마음이 영감의 원천이 되어야 하는데 

조바심과 갈급함을 해결하려는 억지스러운 마음이 

오히려 새로운 생각을 갉아먹는 느낌이었다. 


이전에 읽은, 

브렌다 유랜드의 <글을 쓰고 싶다면>이라는 책에서는

진실된 영감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공허한 빈둥거림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혹시 나처럼 

지금 계속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쫓아다니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들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외부에 있는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에 따라 

자신의 사고와 가치를 저울질하게 되는 사람이 있다면, 


브렌다 유랜드의 주장에 따라 

글을 쓰는 습관을 길러보면 어떨까. 





우리는 '영감'이라는 단어에서 번개처럼 내리치는 어떤 것을 상상하며, 또 몰두한 채 번뜩이는 눈빛으로 머리칼이 곤두서는 열광적인 흥분 속에서 격렬하게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시인이나 화가를 떠올린다. 영감이란 그런 것이 아니다.
(중략)
다만 당신은 줄곧 타자기 앞에 앉아 있어야 하며 공상에 잠겨있는 동안에도 조만간 무언가를 이야기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기만 하면 된다. 또한 당신은 내일도 잠깐 틈을 낼 것이고, 또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계속, 영원히 언제나 그렇게 앉아 있으리라는 것을 깨닫기만 하면 된다.  




우리가 늘 활기차고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아주 잘못된 것이다. 

(중략)
이것이 똑똑하고 열정적이며 지체하지 않고 추진력이 있는 사람들이 그토록 자주 "나는 창조적이지 않다"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은 창조적이지만, 꽤 긴 시간 게으르고 빈둥대고 혼자 있어야만 한다. 마치 강둑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처럼 나태하게, 고요히 바라보고 생각에 잠기며, 늘 의지적이지는 않게 지내야 한다. 이 조용한 관망과 사고가 바로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생각 속에 머물도록 놓아두는 것이다. 의지적이라는 것은 당신이 이미 알고 있는 어떤 것, 즉 타인으로부터 전해들은 그 무엇을 행한다는 뜻일 뿐이다. 거기에 새로운 상상적 이해는 단 한 톨도 들어 있지 않다. 그리하여 곧 그 영혼은 몹시 황폐해지고 메말라 버린다. 왜냐하면 재빨리 서두르면서 효율적으로 하나의 일에 이어 다음 일을 해치우는 탓에, 자신의 생각이 찾아들어 무르익고 고요히 빛날 시간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감히 게으를 수 있다. 늘 아무런 압박감도 느끼지 않고 의무에 쫓기지도 않는다. 나쁜 처지에서도 감히 사람들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위해 이런저런 일을 해야 한다고 가르치거나 지배하려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위대하고 창조적인 예술가들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최선은 스스로의 자유라는 것, 그래야만 상상력이 자기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 




창조적인 게으름을 즐기자. 

나 스스로가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되기를 선택하는 것을 멈추자.

지금보다 조금 더 경솔해지고 자유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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