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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인가HR인가 May 24. 2020

글이 잘 안 써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쩌다 글쓰기 Talk, Part 1


어쩌다 보니, 

최근에 두 번의 '글쓰기'와 관련된  Talk를 하게 되었다.


# 그 중 첫 번째 이야기- 


출근길 아침, 

출판사 대표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9명의 공동 저자들과 함께 하고 있는 프로젝트 팀에게

글쓰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한다는 요청. 

그것도 바로 그날 저녁에- 


서로 다른 소속과 배경을 가지고 모인 프로젝트 팀은

하나의 주제를 놓고, 하반기 출간을 목표로 각자의 생각을 모으고 있는 중이었다.


<9명이 함께 참여하는 작업이지만, 

결과물(책)에서는 9명의 생각이 따로 흩어져 존재하지 않는 것> 

<서로 간에 유기적인 연결과  기여로, 

결과물의 어느 한 부분만이 '나의 것'이 아니라

책의 모든 내용이 '나의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

대표님이 바라는 모습이라고 말씀하셨다. 


9분 모두 출간을 목적으로 글을 쓰는 것이 처음이고,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9명의 생각을 하나의 줄기로 엮어내어, 

읽는 사람으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이다 보니 

현재 글쓰기가 정체 상태에 부딪힌 모양이었다.


대표님은 PPT로 따로 자료를 만들 필요도 없고, 

회사를 다니며 두 권의 책을 낸 나의 경험을

그냥 편안하게 이야기해 주면 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괜히 두서 없이 이야기를 하게 될까 봐 

혹시 몰라 점심시간을 이용해 10분 만에 쓱싹 슬라이드를 만들어보았다.







마음의 부담 없이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의 글쓰기는 

어디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일까?


사람마다 각자의 답이 있겠지만, 

나는 '문제인식'에서 출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제인식은 '불편함'이다.

뭔가 마음이 불편한 상황, 

대화를 나눌 때 계속 마음이 쓰이는 이슈, 

이상하게 계속 시선이 가는 곳, 

그래서 그 상황을 바꾸고 싶고, 이슈에 새로운 의견을 제기하고 싶고, 

내 발걸음을 옮겨 교정해주고 싶은 어떠한 것. 


이러한 마음이 든다면, 

문제인식이 생긴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제인식이 내 마음에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친구에게 한 두 시간 정도는 그 주제에 대해 나름의 썰을 풀 수 있게 된다.



글이 잘 안 써질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도 나 역시 겪고 있는 일이지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도 불구하고,

글이 잘 안 써지는 경우 중 상당수는

'나의 글을 증명하려고 애를 쓸 때'인 것 같다.



작가들이 진실하게 객관적으로 쓰지 않고 오히려 무언가를 위장하려 하고, 자기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아주 근사하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부정직하고 은근한 태도로 증명하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것은 선전문, 즉 광고하는 글이지 진실이 아니게 된다.




나의 글을 자꾸 다른 사람의 글을 비교하고, 

좋은 글이라면 이래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글이 써내려가지지 않을 때, 

그래서  글의 영감을 받기 위해

다른 이들의 글을 다시 또 뒤적일 때, 

브렌다 유랜드의 문장이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물론 처음엔 내 마음에 들어오는 

타인의 문장들을 곱씹고 따라 써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 권의 책을 낸다는 것은 

거대한 스토리와 맥락을 씨줄과 낱줄로 엮어가는 과정. 

어느 한 주제에 대한 나의 사고와 세계관을

수많은 텍스트에 담아내고 재단하여 독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일터. 

결국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과 표현은 '나'에게로부터 나와야 한다. 


거짓으로 포장하지 않고, 위장하지 않는 진실된 글이 나오기 위해서는

먼저 타인에게 증명하고자 하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다른 이들의 생각에 동조하고 그들의 스타일을 흉내 내는 것에서 벗어나 

고유한 나의 생각을 발견하고 곱씹으며

나만의 언어로 풀어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사실, 우리의 생각은 대부분 

내가 처음부터 창조해낸 생각이 아니라

뉴스든, 책이든, 대화의 경험이든,  

누군가의 생각에서 출발하여 가지게 된 생각일 확률이 높지 않을까. 


영감은 다른 이의 생각에서 출발하더라도, 

그 이후의 확장과 기록은 고유한 나다움으로 표현해내는 것. 


이러한 연습이

스스로 힘을 빼고 조금 더 자연스럽게 

글쓰기를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Talk 내용을 준비하며, 

그리고 Talk를 하는 그 자리에서도, 


'너무나 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인데, 과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 


하지만, 다음날, 

이후 팀 멤버들끼리 토의가 잘 진행되었고, 

'공동의 언어'가 생겼다는 피드백을 대표님으로부터 받을 수 있었다. 


나 역시, 

내 글쓰기에 대해 다시 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


내가 지금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

나의 시선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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