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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인가HR인가 Jul 07. 2020

이직한 지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정리해보는 발견들

우리 회사는 무엇이 다른가, 수습기간 종료를 맞아 정리해보았다   

새로운 조직에 합류하게 된 지 이제 3개월이 지났다. 


Probation, 즉 수습 기간이 이제 마무리 된 것. 

3개월간 근무하며 이전에 근무했던 조직들과 크게 다른 것들을 몇 가지 정리해보면,




1. 선생님 호칭


회사 안에서 직원들끼리 서로 '선생님'호칭을 사용한다. '최지훈 선생님~' 또는 '지훈 선생님'처럼, 이름 뒤에 선생님을 붙여서 상대방을 부르는 것. 


좀 어색하긴 하지만 재미있는 건 영어 이름 뒤에 선생님 호칭을 붙이기도 한다. 'Jessica 선생님', 'Irene 선생님'처럼. 물론 같은 부서 안에서, 혹은 이전부터 함께 일했던 협업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과장님', '~부장님'처럼 전통적인 한국식 직급 호칭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타부서 사람들끼리는 '선생님' 호칭이 일반적이다. 


학교도 아니고, 회사에서 선생님이라고 상대방을 부르는 게 어색하기도 해서 처음에는 호칭이 입에 잘 붙지 않았는데, 생활을 해보니 상대방의 이름이나 직급을 몰라도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활용하여 부를 수 있어서 좋았다. 


나처럼, 신규입사자의 경우, 혹은 꼭 신규입사자가 아니더라도 조직이 크면 모든 사람의 얼굴과 이름, 직급을 알고 있기는 어렵다. 사내의 잘 모르는 사람에게 메일을 쓰거나 보고를 하게 될 경우 회사 포털 사이트의 직원 조회 화면을 통해 그 사람의 이름과 직급을 확인하는 수고를 하거나, 같은 팀의 동료에게 조심스럽게 그 사람의 이름이나 직급을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선생님'호칭은 일을 할 때 겪게 되는 그 잠깐의 고민과 수고를 덜어주어 조금 더 쉽고 편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2. 팀 보다는 리포트 라인 중심으로. 


팀 중심으로 조직이 구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제적으로 일을 돌아가게 하고 직원 각자에게 중요한 것은 리포트 라인(Report Line)이다. 


즉, 내가 누구에게 리포트를 하고 있는가가 중요하고, 회사 내의 다른 분들에게 나를 소개할 때도 'Irene 선생님에게 리포트 하고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대충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매니저는 피플 매니저(people manager)와 일반 매니저로 구분되고, 피플 매니저가 바로, 함께 일하는 구성원에게 리포트를 받는 사람이다. 한국 기업에서의 '팀장'과는 그 성격이 다른 것이 상무, 전무 같은 임원분들도 피플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고, 마찬가지로 과장급 직원분들 중 피플 매니저 역할을 하고 계신 분들도 있다. 자신의 권한과 역할을 나누어 함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구성원이 있다면 피플 매니저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피플 매니저가 관리하는 구성원들의 숫자도 1명~수십 명까지 개인 혹은 역할에 따라 모두 다르다.



3. 같은 팀이라고 해서 반드시,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거나 같은 리포트 라인을 가지지 않는다. 


같은 일을 하는 구성원들은 같은 매니저에게 리포트를 하고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는 것이 일반적이긴 하나,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HR팀은

채용 담당자는 한국 오피스에서 근무하며 싱가포르에 있는 매니저에게 리포트 하지만, 복리후생 담당자는 한국 오피스에서 근무하며 홍콩에 있는 매니저에게 리포트 하고, 교육 담당자는 일본 오피스에서 근무하며 미국에 있는 매니저에게 리포트 한다. 


분명 North Asia HR Team으로 묶여있고 함께 일하지만 각 담당자들의 리포트 라인도 일하는 장소도 각각 다르다. 이러한 운영 방식을 HR에서는 CoE(Center of Excellence/전문가 조직)를 지향한다고 이야기하던데.. 




4. 개인의 성취와 커리어를 지지해 주는 조직


회사에서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중 하나는 개인의 커리어와 성취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 


외부에서 개인이 별도로 활동을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거나 실제로 아예 외부 활동을 못하도록 제재를 가하는 회사들을 그동안 많이 보아왔다. 


특별한 재능과 역량을 가지고 있는 직원이 그가 가진 전문성을 활용하여,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하고 이해관계자 혹은 대중들로부터 관심을 받게 되면 그것이 실은 회사의 브랜드 가치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텐데, '왜 회사들은 그저 직원이 업무에 집중하지 않고 허튼 생각하면서 다른 주머니 찬다고 생각하는지'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었다. 


물론 회사의 규정에 어긋나는 비윤리적인 행위나 회사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활동은 금지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활동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따져서 그것이 개인의 커리어에서 의미 있는 기회로 여겨지고 회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오히려 회사가 개인이 역할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지지하여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장면 1


회사에 입사하고 컴퓨터를 지급받자마자 메일함을 열어보았다. 당연히 텅 비어있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내 입사를 축하해 주는 몇몇 직원들의 축하 메일이 도착해있었다.


'어떻게 알고 축하 메일을 보냈지?' 

알고 보니 내 리더가 내 입사 하루 전 직원들에게 나에 대한 소개 메일을 보낸 것. 


그 소개 메일에는 내가 어느 학교에서 무엇을 전공했고, 어느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거쳐서 지금의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는지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덧붙여, 리더는 내가 쓴 책을 함께 소개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전문성을 직원들에게 상세하게 소개해 주었다.  


덕분에 이후에 편하게, 처음 만난 직원들과도 스스럼없이 사내에서도 내가 쓴 책의 내용을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얼마 전에는 부서 워크숍에 가서 '저자와의 대화'라는 낯간지러운 타이틀로 직원들과 북토크를 할 수 있었다. 



우리 리더가 직원들에게 보낸 나의 소개 메일




* 장면 2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갑자기 메일함에 글로벌 매니저들의 축하 메일이 쏟아졌다. 또 내 입사를 축하해 주는 건가, 하고 내용을 살펴보았더니- 우리 회사의 (한국 법인의) 한 리더가 국제 헬스케어 관련 협회의 장이 된 것을 축하하는 내용들이었다. 


세계 각지에서 일하고 있는 글로벌 매니저들이 리더의 성취를 단지 개인의 성취로 여기지 않고, 그것이 우리 회사에게도 큰 의미가 있음을 언급하며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참고로 그 리더는, 사내에서는 한 부서를 총괄하는 Director 이자, 앞에서 언급한 대로 국제 헬스케어 관련 협회의 협회장이고, 서울의 모 대학의 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주말마다 강의를 하고 있다. 




* 장면 3


우리 회사에는 Recognize라는 제도가 있다. 칭찬하고픈 동료에게 고마움을 표시할 수 있는 일종의 포인트 제도인데 나중에 현금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6월에 기존에 조직문화 활동을 하고 있던 TF 멤버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했다. 그런데 워크숍이 끝나고 며칠 후, 프로젝트 담당 임원이 나에게 Recognize 포인트를 선물했다. 포인트보다 더 좋았던 것은 그가 나에게 남겨준 코멘트! 


노력에 대한 인정보다 더 큰 감동이었다. 








5. 영어, 영어, 영어, 심지어 한국 사람들끼리도?!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것이지만, 글로벌 기업이고 실제로 다른 Local 법인에 있는 직원들과도 소통할 일이 자주 있다보니 영어 커뮤니케이션이 사내에서 매우 활발하다. 


내부에서도 보고서를 비롯하여 메일 커뮤니케이션도 대부분 영어를 사용한다. 심지어 한국 직원들 간의 메일 커뮤니케이션임에도 매니저들은 영어 사용을 권한다. 사내에서는 한국 직원들끼리 면대면으로 만나서 대화를 하는 장면이 아니면, 대부분 영어를 사용하는 것 같다. (한국인 직원들 간 일대일로 메일을 주고받는 경우를 제외하면) 


처음에는 '왜 한국 사람들끼리 굳이 영어를 사용해야 하지?' 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3개월이 지난 지금은, 그 생각이 조금 느슨(?) 해졌다. 


그것은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언어생활의 차이에 기인한다. 예를 들면 한국어로 메일을 쓰게 되면 직접적으로 물어보고 싶은 것도 이왕이면 예의를 갖추어,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쓰고자 노력하게 되는데 영어로 쓰게 되면 좀 더 직접적으로 빠르게 물어볼 수 있게 된다. 


물론 영어를 사용할 때에도 필요한 예의가 있고 상황에 맞는 표현이 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일본과 같은 아시아권 나라들이 가지고 있는 '고맥락 문화'가 가지는 고유한 특징들, 이를테면 상대방의 관계나 보이지 않는 의도를 살피는 소통 방식이 현저히 줄어든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영어 커뮤니케이션이 업무 할 때 정보의 교환은 직접적이고 명료하지만, 감정의 교환은 좀 더 시시콜콜하고 디테일한 것 같다. (이 이야기는 길어지니, 다음에 하기로 하고) 


여하튼, 

한국의 초중고와 대학에서 전통적인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받은 나는, 요즘도 글로벌 매니저들과 컨퍼런스 콜을 할  때마다 현타가 온다. 일단, 파파고나 구글 번역기의 의존율을 점점 줄이고 나의 발화량을 높이는 게 목표. 






이렇게, 

몇몇의 차이를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시간은 3개월이 지났고. 


여전히 헤매고 있는 것 같으나, 

그래도 나름의 속도로 

조금씩 성장하는 것 같아.

퍽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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