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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인가HR인가 Aug 22. 2020

인터널브랜딩은 퍼스널브랜딩과 어떻게 다를까?

조직 안에서 브랜드적인 삶을 산다는 것 

S사의 초대로 다음 주에 Zoom Seminar에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에 S사 담당자로부터 요청이 들어왔을 때 세미나의 주제는 '퍼스널 브랜딩'(Personal Branding) 이었다. 


인터널브랜딩 책을 통해 내가 연사로 섭외가 된 것이었는데, 브랜딩의 관점으로 조직문화를 조망하는 인터널브랜딩과 개인을 브랜드화 하여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퍼스널브랜딩은 그 개념이 조금 달라서 처음에는 과연 내가 그 프로그램의 연사로 적합한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전화 통화를 통해 담당자의 의도와 목적을 듣고, <조직 안에서 브랜드적인 삶을 산다는 것>이라는 주제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Junior들의 기획과 아이디어로 만들어나가는 프로그램의 취지답게 운영방식도 단순히 일방적인 강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20분 정도 내가 간단하게 mini lecture로 발제를 하고 나머지 시간은 조직 안에서 개인의 취향과 전문성을 활용해 다양한 활동을 하며 자기다움을 발휘하고  있는 구성원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오늘까지 2차례 담당자, 그리고 참여하는 게스트 구성원과 미팅을 했고 의미 있는 논의들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주 아주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이틀 만에 거의 100명이 신청해주었다는..ㄷㄷ)






+ 덧 : 인터널브랜딩은 퍼스널 브랜딩과 어떻게 다를까?




인터널브랜딩의 개념이 아직까지 낯설어서 그런지, <그래서, 인터널브랜딩> 책의 내용을 퍼스널 브랜딩으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 


물론 퍼스널 브랜딩이 인터널브랜딩과 아주 상관없는 개념은 아니다. 인터널브랜딩은 진정성의 문제이고, 진실된 인터널브랜딩의 과정이 지속되면 결과적으로 사람이 곧 브랜드가 되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조직 내에서 사람이 브랜드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헌신'이고 그를 브랜드라고 여기는 것은 그 자신이 아니라 바로 타인들이다. 


브랜딩은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믿음과 신념이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전달되는 과정이고, 인터널 브랜딩은 조직 안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구성원들 간에 존재하는 믿음과 신념을 더 단단하게 엮어내는 작업이다. 



인터널브랜딩은 처음부터 브랜드 자체를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 인터널브랜딩은 맨 처음 '관계'에 주목하고, '관계'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다. 

사람들 간의 대부분의 관계가 그렇듯 조직과 개인, 그리고 개인과 개인은 처음에는 경제적 교환 관계를 맺고 이후 시간이 지나고 서로 간의 가치를 공유하며 심리적 교환 관계로 전환된다. 다시 말해 특정한 규범과 계약을 전제로 주고받는 관계에서, 신뢰를 기반으로 더욱 끈끈한 관계가 되어가는 것이다. 



사람들이 공평함과 공정성을 따지는 일은 대체로 경제적 교환관계에서 일어난다. 

예를 들어 집 계약을 할 때 집주인과는 확실하게 계약서를 써야 되지 않겠는가. 집에 하자가 생길 경우 누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그 비용은 누가 낼 것인지, 예상보다 일찍 이사하게 될 경우 기간에 따라 복비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가능하면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해두어야 뒤탈이 없다. 



심리적 교환 관계에서의 거래는 대개 불공평하고 불균형하다.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과의 거래를 생각해보자. 엄마가 나에게 10만 원을 빌려주었다고 해서 내가 당장 3일 안에 똑같이 엄마에게 10만 원을 주어야 하는가. 그것도 3.4% 정도의 이자를 붙여서 말이다. 심리적으로 더 단단하게 묶여있는 관계에서는 자신이 조금 손해를 보아도 크게 상관이 없다. 그에게 무엇인가를 건네주는 것은 그가 나에게 그에 대응하는 또 다른 무엇인가를 주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냥 좋아서다. 그가 좋아서, 이걸 주면 그가 나보다 더 잘 쓸 것 같아서 주는 것이다. 내가 잘 사용하지 않는 30만 원짜리 중고 아이패드를 누군가에게 선물해 주었다고, 그가 곧이어 내게 30만 원어치의 무언가를 줄 필요는 없다. 그저 맛있는 식사 한 번이면 그와 나의 관계는 더 충만해지고, 보상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러한 관계에서 희생과 헌신이 발견된다.


 




만일 조직 내 구성원이 본인이 속해 있는 조직, 그리고 제품과 서비스와 심리적 교환 관계를 맺고 있다면 어떨까?


그때 비로소 그는 브랜더가 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소개하고 홍보한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제품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자랑한다. 다른 사람도 자신과 같은 경험을, 자신과 같은 가치를 소유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기분 좋게 권하고 선물한다. 


브랜드와 하나가 된 사람들, 브랜드의 정신에 공감하고 이를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들, 자신의 가치와 삶을 브랜드에 일치시켜 브랜드처럼 살고, 그렇게 성장하려는 사람들이 모인다. 이러한 마음들이 하나하나 모여 연대를 이루면, 고유의 문화를 형성한다. 그렇게 조직은 브랜드와 함께하는 공동체가 되어간다. 



조직이 리더의 감시, 규정과 프로세스의 통제, 관리가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로 움직이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나는 그때야 비로소 진정한 애자일(Agile)조직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구성원들의 관계는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관계가 되면서 점차적으로 리더는 사라진다. 아니, 모두가 리더로 존재한다. 브랜드의 정신, 가치는 곧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자신의 행동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모두가 주체적이고 독립적으로 사유하며 결정하며 브랜드에서 배운 Spirit을 서로에게 알려주고 전파한다. 조직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더라도 이미 그 사람은 그 조직에 어울리는 DNA를 가지고 있는 사람일 확률이 높고 기존의 구성원들이 서로가 롤모델이 되어 '우리다움'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경험시켜준다. 


이러한 선순환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면 결국 그 조직에는 '전통과 유산'이 생긴다. 조직에서 전해내려오는 전통과 유산이 스토리가 되어 스토리는 구성원뿐만 아니라 고객들과의 관계에서도 브랜드의 철학과 정신을 공유하는데 더 강력한 역할을 하게 된다. 



정리하자면, 앞에서 언급한 대로


관계 - 관계의 의미 발견 - 심리적 교환으로의 전환 - 브랜더가 된 사람들과의 지속적인 소통 - 브랜드와 함께 하는 조직으로서의 정체성 정립/환경 마련 - 브랜드의 가치로 움직이는 가치지향적 조직 선순환 사이클 구축 - 전통과 유산 발견 - 스토리 생성/구축 - 브랜드 정체성 강화 


이 모든 과정이 인터널브랜딩이 다루어야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인터널브랜딩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는 분들의 경험이나 기록을 보면 조직문화 포스터를 만들거나, 신규 입사자에게 배포되는 웰컴 키트 등, 조직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담은 굿즈나 상징물을 만드는 활동만을 하면서 인터널브랜딩 프로젝트를 했다고 하는 모습을 본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분들이 그러한 상품에 관심을 보이고 각자 일하고 있는 조직에서 비슷한 시도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맞다. 틀린 말은 아니다. 모두 인터널브랜딩 과정에서 동반되는 활동들이다. 보기 좋은 텍스트와 그림으로 채워진 귀여운 머그잔, 위트 넘치는 문구가 들어간 마우스 패드, 집 생각이 잘 나지 않는 멋지고 세련된 공간 등을 통해서도 우리 조직이 추구하는 철학을 보여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인터널브랜딩이란 말을 자칫 조직의 메시지를 그저 엣지있게 포장해서 전달해주는 활동이라고 생각할까 우려스럽다.



진짜 본질은 '현재 우리가 함께 공유하고 있는 정신'이다. 이 조직 안에서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믿음과 신념, 그리고 그에 따라 각기 구성원들 간에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한 해석, 


'밖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가지고 있는 믿음과 가치가 그것이 정녕 진짜인가? 우리 안에서도 그러한 가치와 정신은 통하는가? 우리는 우리의 일에 대해 그리고 스스로에 대해 진심인가?'


우리는 집요하게 물어야 한다. 


물론 어느 것 하나 쉽지 않고, 조직과 비즈니스의 환경에 따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각기 다를 것이다. 조직은 커녕 바로 내 옆에 있는 상사 한 명, 동료 한 명과의 관계조차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지만


인터널브랜딩의 철학은 '브랜딩'이라는 그 자체로, 녹록지 않은 현실에 맞서 계속해서 질문을 제기하고 스스로의 능동성을 회복하는 고유성이고 자기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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