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천탕의 원흉
목욕하러 아산 온양온천까지
지하철로 왕복 5시간이 넘는
목욕여행을 다녀왔다.
아산은 온천의 도시답게
1호선 온양온천역(충남 아산시)
주변으로 목욕탕이 많이 있다.
100년 역사가 넘은 목욕탕도 여러 곳 있고
목욕비 5000원 하는 신정관원탕도 있다.
나는 빨래터 같은 노천탕이 있는
온양관광호텔 대온천탕에 갔다.
규모도 크고 깨끗하고
직원분들도 친절하다.
뜨끈한 노천탕에 누워 있으면
새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소리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다.
몸이 찌부둥하고
목욕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해요.
긴 지하철 여정에서는
평소 못 보던 책도 완독할 수 있어요.
근처 노포식당 맛집도 많아서
식도락 여행지 입니다.
허영만 백반기행에 나온 신정식당은
냉면과 닭수육이 대표 메뉴 입니다.
열탕 41~42℃
온탕 38℃
이벤트탕 40℃
노천탕 대략 36℃?
좌식샤워기 57개
입식샤워기 13개
탕내 습식사우나
노천탕 건식사우나
냉탕 그리 차갑지 않음
세신 전신 2.5만
수건이 좀 낡은 편
초록색 알비누
입구에는 치약 비치
탈의실 풍경
스킨 로션 아르드포
무료 드라이기
신발장이 따로 없어서
사물함에 신발을 함께 넣는 구조
노천탕에서 아슬아슬했지만
재미있는 소동이 있었어요.
오랜 단골인 텃새 아줌마가
처음 온 얌전한 아줌마한테
매너 없다고, 매너 없다고,
삿대질을 하면서 나갔어요.
얌전한 아줌마가 착했길 망정이지,
한 성깔 했으면
한바탕 알몸 소동 났지 싶어요.
노천탕에는 수압이 아주 쌘
폭포수가 있습니다.
요령껏 쭈구려 앉아서
등은 벽을 보게 하고
물줄기를 등, 허리에 맞으면서
'아이고, 아프다'
'아이고, 시원하다'
이런 맛으로 맞는 겁니다.
간혹 배에 맞는 분들도 계셨어요.
사람이 이 정도로 때리면
폭행 사건 됩니다.
이날 처음 온 아줌마가
폭포수 맞는 게 신기해 보였나봐요.
자리가 비었을 때 폭포수를 맞고 있는데
텃새가 자기한테 물 튄다고
계속 짜증을 내는 거에요.
그러다가 더이상 못 참겠는지
초짜에게 다가가더니
어깨를 탁! 잡는데
아이구야,
이제 큰 일 났다.
나도 알몸으로 뜯어말려야 하나...
긴장 했는데,
초짜의 어깨를 잡고 돌리면서
이렇게 해서 맞으면 물 안 튄다고
자세교정을 해주고 갔어요.
그런데도 초짜라 요령이 없었는지
텃새한테 물이 튀었나봐요.
텃새는 저렇게 매너 없는 사람 처음 봤다며
매너없다고, 매너 없다고,
지랄지랄 하면서 나가면서
나에게 공감 해달라는 눈빛을 보내는데
눈 딱 감고 얼굴을 돌려버렸어요.
텃새는 이미 1시간 동안
폭포수를 쳐맞았거던요.
얼마나 쳐맞을라고
집에나 갈 것이지.
텃새가 노천탕에서 아는 사람과
폭포수를 맞으면서
큰 소리로 씨부리는데
우렁찬 폭포 소리도,
그 수다도 듣기 싫었는데
두 사람 가고 폭포수 꺼지니 세상이 조용해졌어요.
그제서야 폭포수에 묻혔던
새소리도 들리고,
바람에 부딪히는 대나무잎 소리도 들리고
노천탕에 폭포수 없애던가 해야지.
노천탕 폭포수가 원흉입니다.
저렇게 처음 온 사람 막 대하는 텃새는
이 목욕탕에 붙박이장 같은데
그 붙박이가 인상적인 특징이 있는데
그걸 말하면 인물이 특정 되기 때문에
처음 온 모녀와 텃새, 나만 아는 이야기가 되겠네요.
노천탕에는 벌써부터 모기가 날아다녔다.
물에 들어가 앉아서
모기 몇 마리 잡아서 물고문 시켰다.
대온천탕이 기대 이상으로
편하고 좋아서 4시간을 즐겼다.
몇 달전에 다녀온
대전 유성호텔 대온천탕보다 더 좋았다.
노천탕에서 들었는데
서울에서 15년 째 정기적으로 이 곳에 오신다고 했다.
온양에 갈 때는 시외버스비 11,700원이었지만
집에 올 때는 1호선 타고 수원역에서 분당선으로 갈아타고 왔다.
기본요금 1500원 + 추가요금 1900원
총 교통비 3400원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