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의 벽은 높고 할인의 늪은 깊다

한 인간의 소비패턴

by 럭키비너스

내가 선택하는 방식


삶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다. 소비할 때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느냐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인다.

작년 12월, 나이키 매장에서 에코퍼 점퍼를 봤다. 친구랑 쇼핑하다 눈에 들어온 점퍼였다. 마음에 찜해두고 집에 와서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30만 원 초반. 리얼퍼도 아니고 에코퍼를 30만 원에?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할인을 기다리기로 하고 즐겨찾기 해놓고 매일 사이트를 들락거렸다.

친구를 만났을 때 얘기했다. 지난번 봤던 나이키 점퍼가 아른거리는데, 정가로 사면 손해 보는 거 같아서 할인 기다린다고. 내 말이 끝나자마자 친구가 자기 얘기를 들려줬다.


"친구들이랑 자라 매장 갔었어. 아직 할인 시즌 아니라 구경만 하고 마음 속 장바구니에 담았는데, 한 친구는 '난 지금부터 예쁘게 입을래' 하면서 정가로 샀어. 우리가 할인할 때 사지 그러냐고 말렸는데. 근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친구가 현명했던 거 같아. 너 할인 기다리다 사면 한두 번 입고 시즌 끝나서 옷장 들어간다. 그 돈 쓴다고 생활 어려워지는 거 아니면 그냥 사서 지금부터 잘 입어. 그게 현명한 거야."


친구 조언에도 선뜻 정가로 사기가 망설여졌다. 할인을 기다리면서 그동안 다른 브랜드 에코퍼를 찾아 헤맸다. 그러다 어떤 브랜드 에코퍼 점퍼를 3분의 1 가격에 샀다. 같은 브랜드에서 디자인 다른 에코퍼를 또 샀다. 두 개 샀는데도 20만 원이 안 넘는다는 거에 효용감을 맛봤다.


하지만 나이키 에코퍼에 대한 미련은 계속 남아서 사이트를 들락거렸다. 정가인데도 사이즈가 하나씩 품절되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살까 하다가, 다른 브랜드 에코퍼가 대폭 세일한다길래 또 샀다. 한 달 새 에코퍼 점퍼 3개, 거기다 에코퍼 머플러까지. 30만 원이 넘어버렸다.

결국 어떻게든 30만 원은 쓰게 됐네. 그제서야 깨달았다. 이럴 거면 그냥 나이키 점퍼 살 걸.

2월 하순, 나이키 에코퍼 점퍼가 대폭 세일한다는 알림이 떴다. 들어가 봤더니 내가 찾던 사이즈 포함해서 대부분 품절. 맥이 빠졌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네.


지금까지 살면서 무수한 결정을 했을 것이다. 사람은 무언가를 결정할 때 우선순위에 두는 게 있는데, 비슷한 게 두 개 있으면 나는 항상 가격이 저렴한 걸 골라왔나 보다. 가격은 두 배 차이 나도 만족감은 두 배 이상이란 걸 알면서도, 눈앞의 가격 앞에서 항상 차선책을 선택하게 된다. 이런 내 모습에 실망도 하고 무너지기도 한다. 지금까지 반복해온 삶의 방식을 바꾸기가 너무 힘들다.


얼마 전 목욕탕에서 70대 어르신 두 분이 하는 얘기에 실소가 터졌다.

평생 변변한 옷 한 벌 안 사 입고 억척스럽게 살아온 친구에게 "이제 얼마 살지도 않을 건데, 옷도 좀 사 입고 너무 돈 아끼지 말고 좀 쓰고 살아라" 했더니, 알겠다고 이제부터 쓰고 살아야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단다.

그러다 한 할머니가 "ㅇㅇ에서 뭐 싸게 판다더라" 했더니, 억척스런 할머니가 "뭐 싸게 판다고?" 하면서 레이더를 세우며 관심을 보였단다. 연방 돈 안 아끼고 산다더니... 웃고 말았다고 했다.


이 억척 할머니는 죽을 때도 자식들에게 당부할 거 같다.

"돈 아까우니까, 내 수의는 제일 싼 걸로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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