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혼밥 성공기

투명인간과 함께한 목포의 성찬

by 럭키비너스


2년 전, 혼자 전남 목포에 놀러 갔었다.

혼자 지방에 가면 가장 어려운 게 식사다.

대부분 식당이 혼밥족을 받지 않는다.

특히 맛집으로 유명한 집은 대개 메뉴가 2인 이상이다.

TV에도 나오시는 유명한 분이 지방 강연에 갔다가

혼자라고 식당에서 문전박대를 당했다는 글을 봤다.

그 지역 특색음식을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1인분 시키면 미안하니깐 저 테이블 먹는 거랑 같은 걸로 먹겠다고 했는데도 쫓겨 났다고 했다.

글에서도 그 분의 분노가 오롯이 느껴졌다.

나는 혼자 하동에 갔을 때 지역음식인 참게탕을 먹어보고 싶어서

혼자 들어가서 옆에 4인 테이블이 먹는 참게탕을 시킨 적이 있는데

직원들의 표정이 떨뜨름했다.

지방은 혼자서 2인분을 먹던, 3인분을 먹던 혼자 온 손님을 불편해 한다.

지방 식당은 돈만 있다고 혼자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모르는 지역에 갔을 때는 맛집을 찾아보는 게 실패확률이 적다.

자연스럽게 만나는 식당 추구(자만식추) 했다가는 하루를 망치게 된다.

혼자 맛 없는 걸 먹으면 혼자 삭히면 되는데

일행이라도 있으면 밥 먹을 때부터 대화가 사라지고 냉한 기운이 감돈다.

냉한 태도로 소통이 삐걱대고 종국에서는 손절까지 갈 수 있다.

그날의 식사 퀄리티에 따라 그날의 분위기가 좌우 되는 걸 보고

사람은 먹는 게 참으로 중요하다고 느꼈다.

다짜고짜 '맛집'으로 검색하기 보다 메뉴를 구체적으로 찾는 편이 좋다.

나는 허영만 백반기행, 생활의 달인에 나온 식당들을 신뢰하는 편이다.


이왕 그 지역에 갔으면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데 돈을 좀더 지출하더라도

그 지역 식재료로 요리하는 맛있는 식당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싶었다.

목포에 갔을 때는 허영만 백반기행에 나온 돌집 백반집에 가보고 싶었다.

아타깝게도 돌집은 혼밥이 안 되고 메뉴가 2인 이상이었다.

그럼 혼자서 2인분 먹어볼까?

몇 년 전, 구례에서 식당 사장님께 혼자 지방여행 다니면

식당 들어가는 거 너무 어렵다고 하니깐

'그냥 들어가서 2인분 시켜버려.' 라고 알려주셨다.

이 팁을 써먹을 기회다.

목포 혼밥 가능한 식당들을 B플랜으로 남겨두고

문전박대도 각오하고 혼자 당당히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태연한 얼굴로

일행 두명이라고 뻥치고 자리에 앉았다.

대표메뉴 조기백반 2인분을 주문하고

앞에 앉은 투명인간 물도 떠다주고

수저도 놓고 밥을 기다렸다.

기다리던 중 들어온 손님,

'혼잔데요.' 말 꺼내자마자 쓸쓸히 퇴장하는 걸 봤다.


주문 접수가 잘 안 됐는지

뭐 주문하셨냐며 메뉴를 재차 확인했다.

사장님 다녀가고

사모님 다녀가고

따님까지 다녀갔다.

'제발, 그만 오세요'


음식 나오는 게 늦어지니

마음은 가시방석이었지만

표정만은 시몬스 침대 위에 누운 듯 편안하게 유지했다.

식당 안은 식사 시간 맛집답게 무척 바빴다.

그 바쁜 와중에도 직원들은 다 친절하셨다.

'물, 물수건은 셀프'라고 말 할 때조차 친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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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돌집 백반

상다리 뿌러지기엔 부족하지만

혼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양

한숨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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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부터 정복해볼까?

난 밤새도록 김치만 먹을 수도 있는

김치매니아니깐 전라도 김치부터 도전했다.

근대, 내 입에는 너무 짜고 진했다.

젓갈 냄새 풀풀 나는 경상도 김치에 익숙한 나도

남도의 짜디짠 젓갈김치에 소극적인 자세가 되었다.

김치 외 반찬도 맛봤는데

반찬 대부분이 짠데 어떡하지?

다행히 파래무침은 짜지 않았다.


조기찌개 하나를 시켰는데

제육볶음도 나오고

생선구이에 계란말이,

김치찌개까지 나왔다.

'제발 반찬 그만 나와'

네명이 먹어도 될 양이다.

한 젓가락씩 맛만 보는 것도 버거울 지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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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조기찌개가 나왔다.

조기는 왜 이렇게 많이 들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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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빨리 안 나올 때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밥 먹을 때 최대한 사장님과 눈 마주치지 않기.


조기를 하나씩 발라 먹는데

잔뼈가 많아서 먹기 까다로웠다.

조기찌개를 힘겹게 먹는 와중에도

혹시나 일행 언제 오냐고 물어보실까봐

기막힌 변명거리를 찾으라 머릿속은 바쁘게 회전했다.


일행이 길을 못 찾아서?

차가 막혀서?


나의 최종 시나리오가 나왔다.

유달산에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일행과 다툼이 있었는데

오기로 했는데 삐져서 안 온다.

어머, 너무 기가 맥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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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도 없고 배도 그렇게 안 고팠는데

공기밥 두 그릇 올 킬!

반찬보다 밥을 더 많이 먹은 듯 하지만.

일행과 싸우고 온 사람치고

밥을 신나게 먹어버렸다.

조기찌개에 있는 조기도 다 건져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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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메뉴 2인 이상 목포 백반집 혼밥에 성공했다.

나중에 사장님은 아시는 듯

계산할 때 아무 말씀 없으셨다.

덕분에 한끼로 세끼 해결하고 갑니다.


투명인간과 함께한 목포의 성찬

모르는 지역에서 식당을 고르는 일은 주식 종목 선정만큼이나 신중해야 한다. '자만식추(자연스럽게 만나는 식당 추구)' 했다가는 자칫 그날의 분위기 전체가 하한가를 맞기 때문이다. 특히 나 같은 혼밥족에게 지방의 이름난 맛집은 '진입 장벽'이 너무 높은 우량주와 같다. 2인 이상 주문 필수라는 견고한 성벽 앞에서, 혼자 온 손님은 돈이 있어도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다.


그래서 이번 목포 여행에서는 특단의 '우회 상장' 전략을 쓰기로 했다. 목표는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나온 '돌집'. 혼밥이 안 된다면 2인분을 시켜서라도 먹겠다는, 구례에서 전수받은 비기(祕技)를 꺼내 들었다.

식당 문을 열자마자 나는 태연하게 "두 명요"라고 공시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내 앞의 투명인간에게 물을 떠다 주고 정성껏 수저를 놓았다. 잠시 후 "혼잔데요"라며 들어왔다가 쓸쓸히 퇴장하는 뒷모습을 보며, 나는 가슴 속으로 비장한 승전보를 울렸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도 잠시, 사장님과 따님까지 번갈아 오가며 메뉴를 확인할 때마다 내 마음은 가시방석이었다. 하지만 표정만큼은 시몬스 침대처럼 편안함을 유지했다.

드디어 차려진 돌집의 백반. 상다리가 휘어지기엔 2% 부족했지만, 혼자 정복하기엔 흡사 대규모 유상증자라도 맞은 듯 부담스러운 양이었다. 전라도 특유의 짠맛이 강한 김치와 반찬들, 그리고 제발 그만 나오길 기도했던 제육볶음과 생선구이까지. 결정타로 조기가 가득 든 조기찌개가 등장했을 때, 나는 내 앞의 투명인간이 원망스러워졌다. "너 왜 안 먹니?"


조기 뼈를 발라내며 머릿속은 '출구 전략'을 짜느라 바쁘게 회전했다.

시나리오 1: 일행이 길치라 미아가 됐다.

시나리오 2: 유달산에서 싸우고 삐져서 안 온다.

그래, '삐져서 안 온 일행'이 가장 완벽한 서사다! 나는 일행과 대판 싸우고 혼자 밥을 먹는 비련의 여주인공 빙의하여, 기막힌 연기력으로 조기를 건져 먹었다. 식욕이 없다던 나는 어느새 공깃밥 두 그릇을 '올 킬'하고 있었다. 싸우고 온 사람치고는 너무나 신나게, 그리고 처절하게 조기를 정복해버린 것이다.

계산서를 들고 일어설 때, 사장님의 눈빛은 이미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듯했다. "덕분에 한 끼로 세 끼를 해결하고 갑니다"라는 말을 가슴에 묻고 식당을 나왔다.


비록 투명인간과의 식사였지만, 이번 투자는 성공적이었다. 문전박대의 리스크를 뚫고 2인분의 비용으로 남도의 맛을 통째로 인수했으니까. 역시 지방 맛집이라는 '블루칩'을 공략하려면, 때로는 이런 발칙한 분식 회계(?)도 필요한 법이다.


� [혼밥 투자 분석] 목포 돌집 상륙 작전



투자 종목

목포 돌집 (조기백반)

허영만 백반기행 공인 우량주


매수 단가

2인분 (강제 집중 투자)

1인분 불가에 따른 공격적 베팅



보유 전략

투명인간 동반 및 시몬스 포커페이스

사장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한 헷징(Hedging)



수익률

공깃밥 2그릇 + 조기찌개 완판

배부름 지수 300% 달성


최종 시나리오

"유달산에서 싸우고 안 온 일행"

완벽한 알리바이 및 손절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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