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시가 너를 찌를 때

by 자애

너에게 어떻게 설명해주어야 할까.

너의 아빠는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너의 아빠가 옳지 않은 일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는 그곳에서 아빠와 더 이상 같이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너를 데리고 이곳으로 온 거다.

이게 네가 납득할 수 있는 논리일까.


한동안 속상하다 말하지 않아서.

한동안 슬퍼하지 않아서.

내 앞에서 웃어주어서.

네가 잘 지내는 줄 알았다.

엄마와 있는 시간에서도 즐겁고, 아빠와의 시간도 즐겁고,

너에게는 즐거운 시간만으로 채우는 것이, 분리를 겪게 하는 것의 사죄가 될 줄 알았다.


몇 주 전에는 ‘아빠가 나를 얼마나 보고 싶겠어.’라고 시작한 너의 말이,

오늘 밤에는 ‘엄마는 왜 아빠 생각은 안 해?’로 번졌다.


엄마와 아빠는 너를 두고 이어졌을 뿐 이제 아주 남이 되어버린 사이인데, 너에게는 그 분리가 엄마아빠의 그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구나.

쉬운 일일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사실 엄마는 감히 너의 어려움을 헤아릴 수 없다.

네가 가진 이혼가정에서 자라보지 않았고, 그저 평범하게, 어느 정도 평탄하게 자라왔다.

그래서 미안하다.

내가 가진 경험으로는 너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끊임없이 미안하다.

너에게 애잔하고 불편한 치부를 안겨준 것이.


아빠의 외도로 엄마가 선택한 이혼이다.

외도의 행위 자체로 너와 나를 버린 아빠와, 그 아빠의 부모님이 함께 살고 있던 그 집을,

엄마의 월급을 몽땅 다 가져갔던 그들이 숨 쉬고 있던 그 공간에 엄마가 버티고 남아있었어야 했을까.

그랬으면 너에게 이런 원망은 듣지 않았을까.


어릴 적 아빠가 네게 설명했던 ‘엄마가 너를 데리고 나갔다’는 그 말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이 분리를 내 탓으로 생각하는 네게.

아빠에 대한 연민을 느끼고, 엄마에 대한 환멸을 느끼는 네게.

엄마가 했어야 하는 선택은 어떤 것이었을까.


엄마에게 전부는 네가 아니고 일인 것 같다고 했던 너의 말에,

네가 속상한 건 엄마가 일하는 시간이 긴 것이구나. 엄마가 같이 있는 시간이 짧아서 엄마를 너무 오래 기다린 것이 속상했구나 싶었다.

그리고 또 미안하고 안쓰러웠다.

일하는 엄마들이 느끼는 죄책감이란 너에게 온전한 희생을 모든 시간 쏟아주지 못하는 미안함이다.

일하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은 전부 다 너로 채워져 있는데.

벌이에 목적이 있는 행동을 빼면 나의 모든 생각은 다 너로 가득한데.

아직 어린 너에게는 이해하지 못할 말이려니 한다.


속상해하다 새근새근 자고 있는 너의 모습이 평안해 보여 다행스럽다가도, 잠든 모습이 제일 평안한 것은 깨어있는 시간이 불행하다는 의미이려나 싶어 이내 서글프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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