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둘 다 먹는 걸 좋아하지만 그 식성은 다르다. 묵직하고 진한 맛의 식사를 좋아하는 나와 담백하고 가벼운 간식을 좋아하는 아내, 우리는 늘 같은 식탁에 앉지만,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
신혼 초에는 먹는 양으로 서로에게 놀라곤 했다. 연애할 때와는 달리 매일 함께 식사를 하면서 내가 정말 많이 먹는다는 걸 알게 된 아내는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자매만 있는 아내의 눈에 고기 한 근 이상을 앉은자리에서 먹는 남편이 푸드 파이터처럼 보였을 것이다. 반면에, 식사량은 적은데 군것질을 틈틈이 하는 아내를 보며 나는 아내가 식사를 충분히 먹지 않는다고 오해했다.
우리 집에서는 식도락에 좀 더 관심이 많은 내가 요리를 더 많이 한다. 진한 맛을 좋아하는 나는 음식을 자극적인 맛으로 간한다. 가끔 아내가 요리할 때는 간단하고 담백한 요리를 해 주는데 특히 채소찜이 아내의 18번이다. 고기 없는 채소찜에 실망한 나는 최대한 내색하지 않고 먹었지만, 결국 티가 났고 그날은 서운해하는 아내를 오래 달래야 했다.
야식을 잘 안 먹는 나는 그래도 먹는다면 치킨이나 피자 같은 헤비 한 음식을 선호한다. 그에 비해 아내는 야식을 좋아하지만, 먹는 것은 감자칩이다. 신혼 때는 아내의 야식 신호에 내가 안 먹는다고 하거나 부담스러운 음식을 말해서 서로 당황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이처럼 우리 부부의 식습관은 좀처럼 닮아가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묵직한 식사를 찾고, 아내는 여전히 가벼운 간식을 좋아한다. 식탁 위 메뉴는 종종 관계에 잡음을 빚기도 했다.
처음에는 서로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해 어색해하던 순간도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조금 먹느냐고 생각했고, 아내는 왜 그렇게 많이 먹느냐고 놀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우리는 같은 음식을 먹으려고 결혼한 게 아니라는 걸.
고기를 구울 때 냄새와 미끄러운 바닥을 질색하는 아내지만, 내가 고기를 오랫동안 안 먹으면 걱정하고 챙겨주려 한다. 나는 아내의 입맛에 맞는 간식을 기억하고 담백한 음식을 하려고 노력한다. 입맛은 여전히 다르지만, 식탁 위에는 서로를 향한 작은 배려가 놓인다.
결국 밥이라는 건 취향보다 배려가 더 중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같은 식탁에 앉아 서로 다른 것을 찾지만, 우리는 오늘도 하루를 함께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