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거닐다_20160429
벌써 1년.
긴 여행에 하루를 더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어 날짜 세기에 무심했던 나였다. 허나 평소와 다름없이 보내는 오늘이라도, 떠난 지 1년이라는 시간적 개념이 주는 의미는 생각보다 각별했다.
그동안 보냈던 1년이 달로 쪼개지고, 주로 나뉘어서, 하루, 1시간, 1분, 1초로 분리되어 머릿속에 떠올랐다. 마치 365일간의 시간이 8,760시간, 525,600분, 31,536,000초의 프레임이 되어 매 순간이 생생히 살아있는 듯했다.
시간은 과거가 되었지만 기억은 현재 혹은 미래의 나와 함께해 죽은 것이 아닌 살아있는 시간으로 존재할 것이 분명했다. 하마터면 이러한 사실이 너무나 감사해 왈칵 눈물을 쏟을 뻔했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마음이 한없이 요동쳤다.
뭉클한 감동이 이는 가운데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그리고 1년 이후, 그러니깐 내일부터의 여행을 그려본다. 이제는 돌아갈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실감하며 끝이 정해진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돌아갈 비행기 티켓을 손에 쥔 것은 아니지만 곧 이 긴 쉼이 끝난다는 마음으로, 더 눈길을 머물고, 더 귀를 기울이고, 더 가슴을 펴고, 조금 더 즐기며, 그렇게 내일부터 다시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기로_
사랑하는 남편과 지구 어딘가에서 일상같은 여행을 하며 지냈습니다.
남들보다 느린 시간을 살았던 그때를 떠올리며 끄적거립니다.
1년 3개월간 길 위의 소소한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우리 이 곳에서도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