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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유랑자 Jul 17. 2020

북유럽식 인종차별에 대항하는 우리의 자세

원래 대놓고 쌍X보다 나만 아는 쌍X이 더 어렵다

영어 단어 중에  "Microaggression(마이크로 어그레션)“이라는 단어를 아는가? 이 단어의 뜻을 일상생활에서 행해지는 미묘한 차별을 뜻하는 말로써 당하는 나만 알아챌 정도로 그리고 반복적이라 남들은 의식 못하는 그런 반복되는 미세한 차별을 뜻한다. 나는 이 단어가 나라로 태어난다면 스웨덴이라고 생각한다. 스웨덴은 여타 유럽에 비하여 대놓고 ”칭총“이라고 부르거나 폭력을 행하는 종류의 인종차별은 드물다(물론 이것도 스톡홀름 시티 기준이다)


내가 살면서 당한 가장 심한 인종차별은 벨기에서 이었다. 벨기에는 음식도 맛있었고 다른 유럽에서 접근성도 좋아서 한국인들이 어느 곳을 가기 위해 혹은 패션 종사자들이 종종 유학을 가는 나라로 유명하다. 그곳에서 길을 걷는데 술에 취한 남자 두 명이 나를 위해 “헤어, 칭춍 어디가?”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의 머릿속엔 항상 인종차별을 당하면 반응할 매뉴얼이 108개쯤이었지만 그 당시 그곳에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낯설 땅에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거나 폭력을 당하는 것이 인종 차별하는 것보다 더 무서웠다.


스웨덴에 살기 전에도 유럽은 어려 번 온 적이 있었고 크고 작게 인종 차별을 당한 적이 있으니 이탈리아나 스페인 프랑스 같은 곳에선 캣 콜링이 난무하고 독일 같은 곳은 니하오마 곤니치와가 난무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스웨덴에 거주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이와 같은 무식하고 막 되어 먹은 인종차별은 당한 적이 거의 없다. 물론 운이 좋았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스웨덴이 인종차별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스웨덴은 거주를 하고 이웃 북유럽 다른 나라를 여러 번 방문한 적이 있지만, 교육의 영향인지 대놓고 인종차별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자칫 잘못하면 본인이 교양 없고 무식한 것을 노출시키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을 하고 거주를 하며 매일 마주치는 사람에게 그렇게 대놓고 인종차별을 할 정도의 간 큰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내가 근무하는 회사는 “멀티 컬처“라는 것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힘들었다. 그래서 대부분은 친절했다. 하지만 교묘하고 음습한 인종차별은 존재했다. 하지만 억울하게도 그런 경우는 항의하기조차 쉽지 않다. 특히 자칫 잘못하면 한국의 성차별 문제와 같이 나만 예민하고 사소한 것에 화를 쉽게 내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성차별을 피해 왔더니 인종차별이라니 호랑이 피하러 왔다가 곰을 만난 격이었다.


몇 가지를 예를 들어보면 내가 일하는 팀은 1명의 팀 매니저와 2명의 시니어 비주얼 머천다이저 그리고 시니어 리테일 디자이너인 나와 주니어 디자이너 2명이 있었다. 그중 주니어는 한 명은 스토어 한 명은 비주얼 머천다이저를 담당하고 있었다. 회사 전체 메일과 인트라넷에 소개가 되어 있는대도 불구하고 어느 특정 한 명은 항상 매니저가 공석이면 모든 업무 전달을 시니어인 나를 두고 주니어에게 주었다. 그녀가 주니어인 친구와 모국어가 같았다면 언어가 편해서 그런가 보다 할 텐데 그건 아니었다. 게다가 종종 인볼브 된 업무 메일에 종종 나를 빠뜨리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하여 나는 팀 매니저에게 이야기하였고 팀 매니저는 평소에 네가 누군가와 분란을 일으키는 적은 없었기 때문에 네 말을 믿고 전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몰랐다 미안하다. 끝이었다.


처음 입사를 해서는 나는 전무후무한 한국인 직원이었기 때문에 조금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많은 스웨디시들은 한국에 대해서 잘 몰랐다. 그래서 나에게 관심을 질문이랍시고 “너네 나라는 알파벳 뭐 써? 칸지? 아라빅?” 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직원에게는 훗날 나는 “그런데 너는 어느 나라에서 왔어?라고 물었더니 ”어머 나는 스웨디시야!! “ 하기에 ”어머 미안 나는 미국인인 줄 알았어 “라고 말하자 불쾌한 얼굴을 내 비쳤다. 스웨디시들은 미국인 같이 보이는 걸 싫어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소심하게 복수해 준 것이다.


한 번은 회사에서 성을 빌려서 하는 큰 파티가 있었다. 그 행사는 제대로 성장을 해 와야 하는 자리였기에 정말 정통식 이브닝드레스를 다들 준비해 왔다. 나는 그런 파티에 익숙하지도 않고 그런 드레스도 없어 고민을 하였더니 다음날 동료 중에 한 명이 날 위해서라며 차이나 드레스를 주는 것이 아닌가. 매우 황당했으니 당황한 얼굴을 감추고 “그럼 입어볼게”라고 많은 사람들에게 말한 뒤 화장실을 다녀와서 “고마워 드레스는 예쁘지만, 나에겐 너무 타이트하네 게다가 나는 중국 사람이 아니라 한국 사람이니까 한국 사람이 중국 전통 옷을 갑자기 입으면 이상하잖아, 여긴 몇 명의 중국인 직원도 있는데 그들도 황당하지 않을까? 네가 마치 프랑스 전통 옷을 입은 것처럼 말이야”라고 모두가 있는 곳에서 말하고 나는 옷을 돌려줬다.


그 외에도 많은 사례가 있었지만 일일이 열거하진 않겠다. 하나 많은 크고 작은 사례가 있었다. 내가 이속에서 깨달은 것은 우선은 참지 말아라 부당한 것은 부당하다고 해라. 하지만 현실적으로 크고 작은 것에 일일이 반응하면 나만 예민하고 성격 이상한 사람이 된다. 그럴 경우 가장 좋은 반응은 일명 웃으면서 “멕이는”거다. 똑같이 대상화를 한다든지 위에 쓴 것과 같이 미국인이었어서 몰랐어. 너네 서양 애들은 다 똑같이 생겨서 못 알아보겠어 같이 몰라서 말하는 척 살짝 무례한 척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받아치고 항의하는 것은 1:1로 은밀하게 하라. 굳이 당사자에게 대놓고 항의할 필요 없다. 증거수집 후 회사의 HR이나 본인이 돈 내고 있는 유니온에 신고를 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효과도 좋다. 단 신고할 정도의 사안은 누가 봐도 좀 심각한 상태여야 한다. 극 소수의 좋은 사람을 제외하면 솔직한 내 생각은 이 땅에 태어난 백인인 이상 크고 작건 선민의식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수인종으로써 행해지는 부당함에 그들은 공감 못 할 가능성도 크다. 게다가 스웨디시들은 기본적으로 싸움과 분란을 싫어한다. 스웨덴 회사에선 적어도 큰소리친 사람이 잘못된 사람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인종차별에 대응하거나 복수하고 싶다면 용이 주도하게 은밀하게 해야 한다. 말 그대로 눈치껏 봐가며 해야 하는 것이다.


원래 상대하기 젤 어려운 것은 대놓고 나쁜 X보다 나만 아는 나쁜 X가 젤 힘들다. 게다가 특히 당신이 한국에서 회사 생활 경험이 있다면, 스웨덴 회사가 예비군이면 한국 사회생활은 프랑스 용병이나 HID다 그 노하우로 웃으면서 상대해 주면 된다. 그리고 회사는 나도 계속 다녀야 하니 적을 많이 만들어서는 또 한 좋을 것이 없다. 적당히 남에게 무시당하지 않을 선에서 항의하고 반응하면 시간이 갈수록 그들의 무례함도 줄어든다. 오히려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서 모든 것을 참다 보면 인간의 속성은 모두 같아서 당신을 너무 쉽게 대한다. 적당히 웃으며 받아 쳐 주라. 단 남들 모르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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