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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유랑자 Jul 16. 2020

그래, 워크숍이란 말이 영어잖아..

외국에도 단체생활은 있다

한국에 살 때만 해도 그랬다. 외국에는 워크숍 아니 단체 생활 같은 건 없을 줄 알았다 십여 년이 넘는 한국의 직장생활을 하며 나는 군대식 단체생활에 충분히 지쳐있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생각하는 외국회사의 이미지는 철저한 개인주의 개인 사생활 존중 그리고 단체생활은 없겠지 하는 작은 소망이었다


그런데 왜인 걸, 외국회사도 아니 스웨덴도 워크숍이 있더란 것이다 1박 2일로 하기도 하고 하루 날 잡고 하기도 하고 주로 팀을 짜서 게임을 하고 그리고 추후에 뒤풀이로 술 마시는 거 부어라 마셔라 하는 것까지 똑같다. 처음에 나는 배신감마저 들었다 이럴 수가, 외국에서도 워크숍 이라니 예전에 만화책 드래곤 헤드를 보면 지하철이 붕괴되어 겨우 탈출했더니 세상이 망했더라 뭐 그런 내용과 비슷했다.


게다가 직원들은 그다지 워크숍을 좋아하지 않는 것 까지 닮았다. 특히 나의 팀 매니저는 나와 같이 단체생활 혐오론자 였고 웬만한 애프터 파티나 단체생활은 거부하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내가 “나 워크숍 빠지면 안 될까?" 했더니 "왜 무슨 일 있어?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는 한 빠지면 안 되지" 라기에 "솔직히 말할게 나는 스웨덴 오면 단체생활 따윈 없을 줄 알았어. 그런데 한국과 다름이 무엇이야 그래서 그냥 물어봤어" 라니까 " 워크숍을 누가 좋아하냐 오너나 좋아하지 나도 가기 싫어" 라는데 이 말을 한국어로 쓰니 마치 한국인의 대화 같지만 영어로 대화 나눈 스웨디시와의 대화이다


워크숍에서 하는 행동양식들도 한국과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혹자는 얼굴도 보기 힘든 회사 대표에 눈에 띄어 아부하는 자도 있고 특히 사실 우리 창업주 옆에 앉으면 술을 계속 마셔야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대부분은 특별히 잘 보여서 승진하고 싶어 하지 않는 한 모두들 그의 옆자리는 기피했다. 하지만 어디에서나 아부하고 싶어 하는 자는 있는 법 그 틈을 노리는 자도 있었다.


워크숍 게임 프로그램이 끝나면 뒤풀이로 술을 진탕 마신다 한국과 다른 점이라면 그다지 맛있고 비싼 곳에 가지 않는다. 우리 회사가 짠돌이여서 그랬을 수도 있고 대체적으로 스웨덴 음식이 맛있다고 하긴 힘들어서 인진 몰라도 보통은 안주 없이 술을 마신다. 그 안에서 실수하고 주정하는 모습도 똑같다 가만 생각해보니 워크숍이란 단어 자체가 영어 아닌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 내가 실수였다. 워크숍뿐 아니라 회식과 비슷한 파티가 참 많은데 이것 역시 한국의 회식만큼 싫다


특히 파티 문화에 전혀 익숙하지 않은 초중고대를 한국에서 나오고 한국 회사원으로 십 년 넘게 산 나는 잔을 들고 돌아다니면서 평소에 대화를 나누지 않는 자들과 스몰 톡을 하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한국에서 동아리방 모임도 과모임도 회식도 싫어했다. 나는 대체적으로 1:1로 맺는 인간관계를 선호하는 사람이라 인생에서 한두 번을  제외하면 4인 이상 모여야 하는 모임이라고 불리는 모임이란 것이 없는 사람이었기에 이런 파티는 더욱 곤혹이었다. 게다가 영어로 대화를 나눠야 하고 내가 다니는 회사는 말이 인터내셔널이지 주로 스웨디시가 다녔으며 특히 내가 속한 부서는 영국인 1명 스페니시 1명 노르웨지안 1명을 제외하면 전부 스웨디시였고 가끔 그들은 스웨덴어로만 대화하는 것을 선호했기에 그 자리가 영 기쁠 수만은 없었다.


게다가 외국생활 특히 서양권에 있으면 가장 안 맞는 것이 개그코드인데 그들의 웃음 포인트에서 나는 웃을 수 없었다. 회식은 없었지만 회식 비슷한 것들은 상당히 많이 존재했다. 아주 가끔은 모두 성장을 하고 나와서 성을 빌려서 파티를 하기도 했다 이럴 경우는 정말로 우리가 영화에서 볼 법한 이브닝드레스나 할머니부터 물려받은 정통 드레스를 입고 오는 사람도 있었고 역시 그런 파티는 나에게 꽤 불편했다 강제 인싸, 아웃고잉 해야 하는 것과 나는 서양인 얼굴인식을 잘 못하는데 서양인들은 아시안 비하할 때 아시안들은 똑같이 생겼다지만 내 눈엔 그들이야 말로 그게 그걸로 생겼고 얼굴인식이 안되어서 이름도 외우기 힘들었으며 스웨덴어 보단 낫다지만 영어로 이야기해야 하는 압박까지 있었다.


결국 단체가 모이고 사람이 많이 보이면 집단이 보이는 성격은 별반 다르지 않기에 회사는 소문과는 다르게 특히 단체생활은 한국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환상이 깨어지는 순간들이었다 한국 다큐멘터리에서 보여지는 스웨덴 회사의 핑크빛 생활은 다큐멘터리에서만 존재했다는 거다. 물론 스웨덴 어디인가엔 그런 회사가 한 둘 쯤은 존재할 것이다. 마치 한국에서도 주 4일만 근무하는 회사가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일반적이진 않다는 이야기이다.  결국 돈 버는 집단이 하는 일은 똑같다 그리고 이런 단체생활은 오너가 좋아하는 것 마저 똑같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물론 이 영화는 노인과 무관하지만) 직장인을 위한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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