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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유랑자 Jul 16. 2020

버티는 놈이 이기는 것이다

해외 이주는 장거리 레이스이다

스웨덴에 이주하기 전에, 많은 해외에 이주하여 성공한 사례들을 찬찬히 읽어 본 적이 있다. 대부분은 해외에서 성공하기 위해 철저히 한국사회와 담을 쌓고 한국인 친구를 만들지 않으며 일을 하지 않은 시간에도 현지어 방송 등을 틀어 놓고 공부하면서 몇 시간만 자고 사는 그런 엄청난 노력을 들여서 성공한 내용들이 즐비한다. 나 역시도 그래야 하나?라고 생각을 하였고 대충 살기로 마음먹은 것과는 반대로 이주를 하면 그렇게 살 계획도 절반쯤은 하고 왔었다.


처음엔 조금 순조로웠다. 이주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여러 가지 서류를 만들고 회사를 지원하면서 그리고 예정보다 빠르게 일자리를 구하면서 의도치 않게 한국인 친구를 사귈 기회도 없었고 현지인 남자 친구와 스웨디시 동료들과만 지냈다. 하지만 사람에겐 맞는 옷이 있고 이주해 와서 살아가는 것은 1년만 살다 갈 것이 아니다. 몇 개월만 하다 보면 금새 지친다.


그렇게 독하게 사는 건 나에게 맞지 않은 옷이었다. 물론 그렇게 살아 간 사람을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대단하고 존경스럽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럼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범인이기 때문에, 그렇게 산지 5개월도 채 안되니 우울하고 답답했고 내 언어로 말하고 싶어 졌다. 하루 종일 영어로 혹은 스웨덴어를 들으며 몸을 뉘이며 쉴 집조차, 외국어를 쓰고 외국어로 된 방송을 들으니 정말로 머리가 터질 것 같고 가슴이 답답했다. 게다가 일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고 얻은 큰 깨달음은 표면을 어떻게 매만져도 나는 이방인 외국인이고 그들과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고 내가 설사 엄청난 노력을 해서 원어민처럼 말을 한다고 쳐도 이곳에서는 같은 백인들도 가끔 컴플리틀리(완벽한) 스웨디시냐, 아니냐 질문하는 하는 모습을 본 뒤로는 굳이 스웨디시 흉내를 살며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이곳에서 1년 남짓 일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 아니라면, 아직은 어느 곳에서 평생 살아갈지 정하지 않았다면 나 나름의 숨 쉴 퇴로는 마련 해 두자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한국 텔레비전을 시청하기 시작했다. 특히 잠깐 웃고 떠들 수 있는 예능위주로 보았다. 예능은 한국의 최신 트렌드를 알기도 좋았고 퇴근 후 한국방송을 보는 것이 나의 낙이 되었다. 그리고 한국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하는 것도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내 언어로 된 글자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거주민들이 모여 있는 카페에서 처음으로 한국인 친구도 만들고 당시에 현지에서 삶을 주제로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사람들과도 친분을 이어갔다. 해외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고 마음을 나누는 것이 상당히 위안이 되었다. 그다음부터는 굳이 많이 노력하지 않았다.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한국문화를 지키는 것은 오히려 내 삶을 더 풍요롭게 했고, 회사에서 나는 유일한 한국인이었기에, 오히려 동료나 회사 대표가 한국에 대해 물어볼 때 더 풍부한 주제로 이야기하기 좋았다. 특히. 나는 한국에 있을 때 아이돌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이곳에 와서 관심을 받는 케이팝에 관련된 주제나 케이뷰티 등은 업무나 동료들과 친분을 쌓는 대도 도움이 되었다.


이민이나 해외 장기 이주를 목표로 왔다면. 굳이 무리해서 현지인이 빠르게 되는 것을 추천하진 않는다. 물론 이렇게 해도 지치지 않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은 그렇게 하면 금방 지치고 심하면 심한 우울증을 겪을 수도 있다. 장기이주는 장거리 달리기와 마찬가지다. 자기 페이스로 자기가 오래 달릴 수 있는 기술을 찾는 것이 더욱더 중요하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한국 친구와 한국문화만 접하라는 것은 아니다. 장거리 레이스에서 필요한 것은 균형이다 살아남으려면, 이곳 생활에 대한 나름의 적응도 필요하기에. 그 균형을 잡으며 자기 페이스를 찾는 것을 추천한다. 원래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놈이 강하다고 하지 않는가, 인생이나 해외 생활 모두 장거리 레이 스니까 살아남는 게 강해지는 것보다 우선이다. 그리고 원래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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