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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유랑자 Jul 16. 2020

24시간 영어로 말하니 나는 도네...

해외에서 첫 직장의 시작

출근 통보를 받고 첫 출근을 시작하기로 한 당일부터, 극도로 긴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토종 한국인이 해외에서 첫 출근이라니 게다가 회사에는 단 한 명의 한국인도 없었다. 면접을 볼 당시엔 내가 출근한 이 회사는 전 세계 70개국에서 여러 인종이 다니고...라고 소개했는데 웬일, 내가 속한 팀과 부서는 95% 스웨디시 었고, 그나마 있는 외국인은 영국인 스페인인으로 나에게 스웨디시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유럽인이었다 훗날 알게 되었지만 70개국 중 50개국은 유럽 혹은 영미권이었으며 아시안은 일본인 1명과 중국인 2명, 그 마저도 이커머스나 소셜미디어 팀처럼 꼭 외국인을 뽑아야 하는 직군을 제외하곤 다 스웨디시 었다.


어떻게 했는지 기억나지 않은 자기소개를 영어로 마치고 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업무를 시작했다. 사실 일의 내용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에서 하던 업무의 반의반도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다양한 억양으로 하는 영어와 낯선 공간에서 오는 긴장감속에서 나의 영어 실력은 더 줄고 있었다. 누군가가 말을 걸지 않으면 소외감이 들어서 싫었고 누군가가 말을 걸면 대답하기가 무서워서 짜증이 났다. 특히 내가 속한 팀은 로컬들이 주로 있었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일상적인 이야긴 스웨덴어로 주고받았다 회사 공식 언어는 영어지만 그건 업무에 해당되는 이야기이고 굳이 사적인 이야기까지 영어로 할 의무는 없었다. 당연하지만 회사 이메일 의사소통 모든 걸 영어로 하고 퇴근하면 별 걸 하지 않아도 녹초가 되었다 당시에 같이 살던 남자 친구마저도 영어로 소통을 해서 집에 가서도 스트레스였다. 유일하게 숨 쉬는 시간은 가족이나 한국의 친구와 소통하거나 한국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 정도였다.


거의 이주와 동시에 일을 시작해서 적응기간과 동시에 언어 업무를 모든 걸 하는 건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 물론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왔지만 마음처럼 대충 살고 싶어도 살아지지 않았다 특히 6개월의 계약 안에 어떤 성과를 내거나 인정을 받아야지 퍼머넌트 우리로 치면 정규직이 되기 때문에 일을 게을리할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나의 팀 매니저가 나는 그렇게 빨리 육아휴직을 가는지 몰랐다 그는 첫날에 나에게 업무를 던져주고 출근한 지 일주일 만에 육아 휴직을 떠나서 나는 우리 부서장과 부서이사와 다이렉트로 일을 했다. 스웨덴 회사는 한가하다고 다큐멘터리에서 말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회사는 주로 금융이나 국가 기관이고, 디자인 회사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버 워크도 해야 하고, 오버 워크에 따른 추가 수당도 없었다. 그리고 약속과 다르게 나만 뽑힌지라 회사는 세계 100개국에 매장이 있고 일주일에 5개 이상의 매장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다 해냈어야 되었다 다행히 한국에서는 그런 타이트한 일정에 빨리 일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행운은 그 부서장과 이사는 참으로 좋은 사람이었다. 일정 조율을 잘하고 피드백이 명확하고 가이드가 명확한 사람이어서 두 번 일하게 두지 않았다 특히 면접을 봤던 부서장은(에이전시 디렉터)는 정말 멋진 여성이었다. 일도 잘하면서 사람에게 배려심도 있고 나와 같은 외국인에게 정말 따뜻한 사람이었다. 특히 그 전체 부서의 유일한 동양인이다 보니 나를 많이 챙겨줬고 이 사람이 훗날 6개월이 아닌 2달 만에 나를 정직원인 퍼머넌트 계약을 하게 해 준 나를 인정해 준 고마운 사람이었다.


영어 원어민도 아니고 한국에서도 유창하게 영어를 잘했던 사람도 아니며,  30살 넘어서 영어를 시작한 내가 해외에서 해외 본사에서 근무하는 건 업무를 떠나서 무척 힘든 일이었다. 사실 퇴근하고 독하게 영어공부를 했어야 하지만 집에 오면 녹초가 될 말 큼 힘들었다. 대충 살고 싶어서 왔는데 대충 사는 것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사회생활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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