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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유랑자 Jul 16. 2020

스웨덴 회사 정말 6시간만 일할까?

방송에서 알려주지 않는 북유럽의 회사 이야기

한국에서는 요 몇 년간 북유럽이 트렌드다 디자인은 물론 사회 시스템 조직문화 등등까지 북유럽 열풍이다 가끔 한국 공무원들도 이곳의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오기도 한다. 미디어에서 나오는 북유럽은 천국, 그 자체다 특히 하루 6시간 근무라던지 출퇴근 시간도 업무로 쳐 준다던지 얘기가 나온다 과연 사실일까?


대답부터 말하면 아니다 물론 실험적으로 시행한 회사는 있었다. 그러다 스웨덴의 법정 노동시간은 주 40시간(점심시간 제외)으로 동일하다 게다가 대부분의 회사는 야근이 없는 건 사실이지만 애석하게도 당신이 디자이너라면 오버타임 근무는 필수다 다만 한국의 디자이너처럼 피를 말리며 철야는 하지 않는다. 게다가 만약 일을 시작하는 곳이 스타트업 기업이라면 꽤 적지 않은 확률로 그렇게 일 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스웨덴에서는 굳이 정규직이 되려 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동의하긴 힘들다. 스웨덴에서는 경력직으로 일을 시작하려도 짧게는 2달 길면 6개월 정도 수습기간인 계약기간을 갖는다 보통은 이 정도 근무 후 정규직 연장을 하는데 정규직이 되고 나면 여러 가지 이유로 해고가 어려우므로 회사도 계약직을 선호한다. 정규직과 계약직의 큰 차이가 없다고 하지만 집을 살 때 대출을 받거나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므로 스웨덴사람들도 정규직이 되고 싶어 한다. 특별한 경우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혹은 능력이 아주 뛰어나 여러 회 사를 자유롭게 일 할 정도의 컨설턴트로 일 할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정규직이 되고 싶어 하는 것도 같다. 심지어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아니라면 고용은 곧 나의 비자와 이어지므로 외국인의 경우 더더욱 정규직을 원한다


그리고 이곳 애들도 꽤 열심히 살고 돈에도 매우 관심 많다 다만 돈돈하면 예의가 아닌 건 맞다. 그리고 외국은 실력으로 인정해 줄 것 같지만 아니다 이곳이야말로 철저한 인맥 사회며 낙하산도 존재한다. 회사 대부분은 임원들은 특히 알음알음의 결정체다 임원을 떠나서 회사를 이직할 때마저도 지인의 추천이 아주 큰 플러스로 작용한다. 그냥 넘길 서류도 봐주고 어떤 경우에는 그냥 그 사람으로 뽑자 라는 말이 나 올 정도다.


사내정치 역시 존재한다. 퇴사를 할 즈음에 나의 부서이사는 실세에서 조금 밀려나고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유능하고 팀원과 부서원들에게 지지를 받고 성과를 많이 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창업주와 친분이 두터운 일반 디자이너인가 급부상하더니, 어느 날 그녀에게로 권한이 다 넘어갔고 어소시에이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새로운 직급이 생기며 그 자리에 임명되었다.(지금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모든 테스크 솔루션은 바뀌었고 그간 창업주가 하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대행쯤을 맡게 되면서 부서이사는 권한이 줄어들었다. 이전에 내가 일 년 넘게 그와 일하며 그는 그 시즌의 콘셉트 방향 그리고 어떤 것을 보여 줄지 말지 어떤 방향성을 갖고 할지 등을 정했고 내가 담당하는 패션 트레이드 쇼 전시에서 어떤 시즌 콘셉트를 테마로 할 것인지 어떤 콜라보 제품을 보여 줄 것인지 정하던 사람이지만 소리 소문 없이 그는 그 일을 더 이상하지 않았다 내가 그에게 정해달라고 물어본 어느 날 그가 " 나는 더 이상 그 일을 하지 않아"라고 했었다 줄 잘 서서 잘 나가는 것조차, 한국과 다를 것이 없었다.


오히려 한국보다 안 좋은 제도도 많다 퇴직금이 없고 성과급이 없다. 우리의 퇴직연금과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사람들의 펜션은 국민연금 개념에 가깝다. 1년을 근무하였을 때 퇴직금이 나오는 것도 법제화되어있지 않고 고용보험 역시 개인이 별도로 들어야 한다. 이것은 따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우리처럼 자동가입이 되는 것이 아니다 성과급이나 인센티브 역시, 한국은 회사의 매출이 급성장할 경우 그 비용을 사용하지 않으면 다음 해 세금폭탄이 떨어지기에 성과급 잔치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기선 그런 점이 없는 것인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전해 년에도 비해 매출이 두배가 올라도 자기 자랑 대잔치만 할 뿐 별 반응이 없다. 스웨덴의 법 제도는 생각보다 굉장히 기업친화적이다. 심지어 법적 노동법 역시 되게 미비하다. 노동자를 보호해주는 것은 노조(유니온)이지 법이 아니라. 법인세라던지 창업을 한다던지 많은 부분이 생각보다 친기업성 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점을 말하라면 병가로 인한 휴무는 연차에서 제외하지 않는다. 그리고 법정 연차는 최소 연 25일로 회사에 따라 더 많은 곳도 있고 그 25일을 다 붙여 쓰는 것 역시 가능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최소 여름휴가를 3주 정도를 쓴다 그리고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여기서 재택근무는 꽤 일반적이다 물론 매일 쓸  수는 없고 회사에서 딱히 정한 횟수는 없지만 체감상 통상적으로 한 달에 1회 정도는 가능하다 주로 아이가 있는 사람에게는 더 많이 허용해 주는 편이다. 그리고 상하관계가 전혀 존재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그래도 한국에 비하면 수평적인 관계가 상사라고 탑다운 방식을 고수하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고 한국보단 덜 하단 것이다.  크게는 이런 점들이 한국과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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