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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유랑자 Jul 17. 2020

남자도, 여자도 아니어도 괜찮아

성소수자를 위한 관용의 사회 스웨덴

스웨덴이 동성결혼이 합법인 것을 아는 사람은 꽤 될 것이다. 그래서 앞 서 말한 삼보 비자와 같이 동거 비자도 동성커플에게도 준다. 한국의 성소수자들 중에선 동성 파트너를 따라서 이주해 온 사람이 꽤 많다. 비단 동성애자뿐 아니라 이 곳에 와서 알 게 된 것은 세상엔 정말 많은 종류의 성소수자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혹은 전 세계적으로는 성 소수자들을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 트랜스젠더)라 하지만 이 곳에서는 그 말을 대신하여 HBTQ(호모 섹슈얼,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퀴어)라고 부른다.


한국에서는 조금 생소한 개념인 퀴어 안에는 다양 종류의 젠더와 섹슈얼이 존재한다. 이처럼 많은 젠더가 존재하기에 몇몇의 진보적인 회사에서는 자신의 대명사도 선택할 수 있다. He를 할 것인지, She를 할 것인지, They를 선택할 것인지 말이다(They는 젠더 퀴어들이 많이 사용하는 대명사이다) 스웨덴은 몇 해 전부터 스웨덴어에서 남자를 지칭하던 Han과 여성을 지칭하던 Hon대신 공식문서나 미디어에는 젠더리스 표현인 Hen을 사용해야 한다. 퀴어란 분야는 나에게도 매우 생소했는데 여기서 나는 처음으로 엔트 로진, 판 섹슈얼, 비 바이러니 같은 말을 처음 들었다. 성애의 감정이 없을 수도 있고, 젠더가 이분법적이 아닐 수도 있고, 남자도 여자도 그리고 제3의 성도 모두 사랑할 수 있는 사람도 존재한다는 거다. 실제로 아메리카 원주인들의 인디언들의 젠더도 4-5개로 나눴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흔희들 알고 있는 젠더리스 화장실이 일반적이다. 처음 스웨덴 회사에서 일하며 여성화장실이 없는 것이 당황스럽게 했다. 남성 화장실도 존재하지 않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배려이다. 물론 이런 문제가 좀 더 쉬운 것은 몰카 문제 같은 것이 드물기도 한 영향도 있지만 기본은 소수자에 대한 배려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의료체계는 가히 놀랄 만하다. 스웨덴에선 본인이 성체 성에 혼란이 온다면 정신과 의사를 찾아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 자신이 혼란스러워하는 정체성이 무엇인지도 찾는 것이 가능하며, 만약 나의 정체성이 트랜스젠더 라면 그에 따라 호르몬 처방, 그리고 성전환 수술까지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스웨덴의 의료는 병원비는 연 2000 크로나 이상(한화 25만 원) 그리고 약 값은 연 8000 크로나 이상(한화 100만 원)이 넘으면 전액 무료이고, 그 의료 행위 안에 성소수자에 의료 행위가 포함된다. 본인이 성 소수자로 진단을 받는다면 수염을 영구 제모하는 행위나 가슴 축소수술이나 가슴 확대 수술 같은 미용 성형 역시 의료 보험의 혜택을 받는다.


게다가 이들은 학교에서부터 젠더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남녀의 구분이 없고 남녀를 나누는 인형도 없다. 이것은 여자아이가 좋아하는, 이것은 남자가 좋아하는 거 같은 표현도 삼간다고 한다. 성역할 자체를 나누지 않은 교육으로 출발하여 젠더 교육도 이 부분 법 적으로 나누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누구나 그런 일을 겪을 수 있고 그것은 특별하지 않으며, 그리고 언제든 몰랐던 나 자신을 뒤늦게 발견할 수 있다고도 말이다.

 

유튜브의 인기와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한국에서 유튜브 방송을 하는 성소수자들이 늘어나면서 그들에 대한 이해가 생기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래도 콘텐츠를 파는 방송이다 보니 주로 자극적인 소재 위주이며 젠더에 대한 교육이 전혀 없이 시청하여 반대로 그들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게 하는 역효과도 있다. 인터넷을 하다가 접하는 댓글을 보고 한번 기함을 한 것이 “트랜스젠더들은 원래 태생이 문란한 사람들이라 저렇게 된 거 같다. 그냥 남자랑 섹스를 하고 싶어서 여자가 된 것이고 그리고 정신이 그 모양이니 다들 유흥업이 종사하는 거다 한국뿐 아니라 태국만 봐도 그렇다”라는 글을 본 적이 없다. 얼마나 성소수자에 대한 모독과 그들에 대한 조금의 이해도 없는 글을 익명을 빌어서 저렇게 쓰레기 같은 텍스트를 칠 수 있는지 놀랐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딱 그 표현이 맞았다.


우선   사람을 조목조목 반박하면 모든 트랜스젠더가 트랜스 우먼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트랜스 맨도 존재한다. 세계적인 슈퍼모델 네이션 웨스트링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과거엔 나탈리 웨스트링으로 활동하던 여성 슈퍼모델이었지만 최근엔 남자로 트랜스 했고 이름도 바꾸고 런웨이에 데뷔했다. 그리고 트랜스젠더를 하고도 여전히 섹슈얼은 여성을 사랑하거나 남성을 사랑할 수도 있다 젠더와 섹슈얼은 전혀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트랜스젠더 모두를 트랜스 우먼만 있는 것이 아니며 성적 취향은 바이섹슈얼이거나 호모 섹슈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여자로 성전환을 했지만 여전히 연애 감정으로는 여자를 좋아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글쓴이는 단편적인 것만 알고 전체를 싸잡아서 이야기한 것이다. 게다가 성소수자는 유흥업에 종사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럴까?라는 의문을 품어  적이 없는 듯했다. 그들이 일하고 설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한국에 비해 전체 인구는 1/5이고 스톡홀름은 약 200만이 사는 도시인데 나는 이곳에서 한국에서 보다 훨씬 많은 성소수자를 만났다. 너무 쉽게 직장에서, 내 동료가, 내 옆집에, 내 친구가. 내 친구의 친구가 그랬다. 그들은 소위 사회에서 인정받는 정상적인 직업을 갖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나는 한국에서는 35년을 살면서 평생 단 두 명의 성소수자를 실제로 만나봤다. 그것은 한국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커밍아웃하고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치 사회의 낙인처럼 직장을 잃을 수도 가까운 가족을 잃을 수도 있다. 스웨덴이 유난히 많은 것이 단순히 문란한 사람이 한국보다 많기 때문일까? 아닐 것이다. 오픈을 하는 순간 자신의 사회적 위치가 사라질 위기가 있기 때문이며 심하면 성적 희롱이나 협박이나 폭력에 노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홍석천 씨 이후로 남성 유명인 중 게이임을 커밍아웃 한 사람이 전무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면 이토록 사회사 성소수자를 포용하여 얻는 것이 뭐가 있을까? 실제로 경제용어 중에 게이지 수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도시가 발전하려면 테크놀로지(1T)가 높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재능 있는 사람(탤런트, 2T)이 많이 모여야 하고, 그러려면 그 도시가 톨러런스(포용성, 3T) 해야 한다는 3T 이론을 제시하며,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게이지수(Gay Idex)가 높은 도시일수록 첨단의 기술이 발전한다는 이론이다. 실제로 스웨덴은 북유럽 중에서는 가장 이민자를 많이 받아들인 나라이다. 그 관용을 바탕으로 성소수자 그리고 아이 여성에 대한 권리가 발달된 나라 중 하나이다. 그래서인지 스칸디나비아 반도 내에서 산업이 가장 발달한 나라 중 하나다 우리가 흔하게 알고 있는 이케아부터, 에이치앤엠, 일렉트로룩스, 유명한 공기청정기 브랜드 블루에어, 아크네는 물론 음원시장의 강자인 스포티파이까지 다 스웨덴 회사다. 그 외에도 많은 회사들이 있다. 전체 인구가 천만 남짓 되는 나라 규모에 비하여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낮지 않다.


그리고 성소수자에 대한 권리와 존중은 여성의 인권에도 영향을 준다. 흔히들 왜 페미니스트가 성소수자와 연대해야 하냐는 반문을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성소수자를 존중할수록 더 이상 성역할을 명확히 나누지 않아도 되고, 여성다움이나 남성다움 같은 말들이 지워진다. 오히려 이런 표현을 하면 여성다움이 무엇이냐고 반문하는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그들은 당신을 해치지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존재를 감출수록 더욱더 음지에서 그들은 살 수밖에 없으며 사회적 지위를 위하여 이성애 연애를 선택하거나 이성애자와 결혼하여 불행한 결혼생활이나 연애는 고스란히 헤테로 섹슈얼들에게도 온다. 그들은 당신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 나는 이것이 스웨덴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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