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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Dec 02. 2022

기우이기를

만추를 노래하던 때가 불과 며칠 안 되었는데, 요 며칠 바깥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며, 겨울이 성큼 문 안으로 들어섰다. 시간은 정말 잘도 간다. 나이 60을 넘기자 정말로 ‘세월은 나이만 한 속도로 간다’는 선배 어른들 말씀이 실감이 된다.


중학교 동창들끼리 꾸준히 매월 정해진 금액을 모아서 여행을 하고 있다. 내년 1월 1일부터 이집트와 모로코 등 몇 개 나라로 여행을 하기로 결정하고, 여행사를 알아보며 카톡을 주고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총무를 맡고 있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며칠 전 아들 박사학위 졸업식에 다녀오느라 네덜란드에 다녀왔는데 기침이 심해서 병원에 갔더니 조심하라고 한다며 여행을 미루면 어떻겠냐고 한다. 나 또한 코로나로 생각보다 많이 힘들어하고 있던 차였고, 몇몇 친구들도 사정이 생겨서 결국 내년 12월 이후 내가 방학하면 가기로 연기를 했다. 건강들이 문제가 된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몇 년을 연기해서 겨우 맞춘 날짜인데, 이렇게 또 일 년을 더 기다리게 되었다. 그때가 되면 갈 수 있으려나? 어찌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벌써 이러면 안 되는데......,     

얼마 전, 친구가 우울하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내용인 즉, 그 친구가 잘 아는 이가 돌아갔다는 것이다. 그 이는 친하지는 않았어도 내가 아는 사람이었고, 나와 동갑인 사람이었다. 평소 건강하고 힘도 있던 사람이었는데, 아들이 살고 있는 미국과 한국을 자주 오가면서도 아프단 소리 한 적이 없다가 갑자기 돌아간 것이다. 친구도 깜짝 놀라서 알아보니, 최근에 이상한 병에 걸렸는데 치료가 가능한 병이라기에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병이 악화되어 더 이상 손을 못 쓰고 돌아갔다는 것이다. 친구와 난 사람 목숨이 이렇게 한 순간에 갈 수 있는 것이냐며, 인생무상을 얘기하며 함께 우울해했었다.


여고 친구 셋이서 동유럽을 가기로 하고 경비를 모았다. 한 친구가 전화가 왔다.


“우리 이제 여행 갈 때가 되지 않았니?”

난, 최근의 사건을 얘기하며 “가야지, 미루다 어떻게 될지 모른다. 추진하자!”

“난, 시간을 못 낼 것 같아 못 가겠어”


제일 먼저 여행 가자고 조르던 친구가 못 간다는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는 친구인데, 도저히 시간 내기가 어렵단다. 


“얘야, 이러다간 언제 갈지 몰라. 시간 만들어봐!”

“어쩌고 저쩌고”     


결국 다른 친구를 설득! 함께 가기로 했지만, 벌써 친구들과 여행도 함께 가기 힘들 정도로 시간도, 의욕도, 건강도 모두 모두 세월이 앗아간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 내가 그런 세월을 살고 있음이 부쩍 실감이 되는 것이, 나의 지나친 기우이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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