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ny Nov 12. 2022

시니어 상담 일기

이빨 빠진 할아버지

“내 이름? 그건 내 프라이버시인데?”

“나이? 프라이버시를 왜 물으셔?”     


완전 고집 불통이시다. 옆에 앉는 것 까진 허용 하셨지만 도통 여쭤보는 말엔 묵묵부답 본인의 프라이버시를 내 세우며 왜 묻느냐를 강조하신다.

“어르신 60세는 더 되신 것 같은데요? 저보다 조금 더 많으신 것 같아요.” 이름, 나이 얘기 안 하셔도 된다고 웃으며 말씀드렸다.     


왕년에 카츄사 근무할 때 고기를 많이 먹어서 건강은 자신이 있다 하신다. 그럼 영어도 잘하시겠네요? 하니 오래돼서 듣는 건 조금 되는데 말은 잘 못한다신다. “얼굴도 외국 분 같이 생기셨어요” “미국 사람들이랑 어울려서 그런가? 하하~”     


하루 일과를 지금처럼 지하철 의자에 앉아서 소일하시냐는 질문에는 그냥 쉬고 있는 거라며 다른 말씀은 안 하신다.

“만날 친구도 없고 친구는 옛 친구가 좋은데 다 멀리 살고 연락도 안돼.”“이 나이에 만나는 사람들은 사기꾼인지 아닌지를 알 수 없으니 만나기 싫어~!”

주위를 많이 경계하고 계시다. 사람 사귀는 것이 쉽지 않다는 말씀을 강하게 어필하신다. 안 좋은 기억이 있으신가 보다.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하니까 집에서 TV 보던지 걷기 운동하면서 지내고 있어~”

“식사는?”“자장면도 사 먹고, 라면도 사 먹고~”     


혼자 사시며 수급자 혜택도 받기 싫어 안 받는다고 하신다. 돈이 많으시냐고 여쭈니 답을 피하며 자식 얘기를 하신다.     

“아이들이 매월 꼬박꼬박 용돈 보내주고 있지~ 연금도 받고 있어.” “이가 많이 빠지셨는데~ 식사하실 때 지장은 없으세요? 병원엔 가보셨나요?” “아니~ 애들이 틀리 해 줬는데, 귀찮아서 냉장고에 던져 버렸어~ 그래도 잘 씹어.”      


입을 꾹 다물고 묻는 말씀에 프라이버시 운운하며 말씀을 아끼던 분이, 이 말씀 저 말씀 강하게 의견을 내시며 자식들이 꼬박꼬박 용돈을 잘 준다며 자랑까지 하신다.     


복지관에 다니면서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시라고 말씀을 드렸다. 할아버님과 헤어지면서 어르신의 자식 자랑이 사실이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틀리도 귀찮아서 빼버렸다는 80세는 한참 넘으셨을 것 같은 이빨이 하나도 없으신 어르신 생각에 마음 한구석 먹먹해지는 것은 왜일까.

작가의 이전글 시니어 상담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