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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Nov 12. 2022

시니어 상담 일기

잃어버린 아들

구파발 지하철 역사 의자에서 만난 할머니께선 모임 때문에 친구분을 기다리고 계시다.     


부부가 공무원으로 퇴직을 하고 남편 사별 후 혼자 살아왔고 연금을 일시불로 받았기에 받는 연금은 없다고 한다.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파서 하루 일과는 치료받으러 병원 다니는 게 일이며 복지관도 다니지만 물리치료실을 이용하기 위함이라 한다.     


87세 연세인 어르신께선 지적이고 차분하시다. 몇 가지 말씀을 나누더니 자식 이야기를 시작하신다. 아들 둘에 딸 하나를 두었는데 작은아들이 먼저 하늘나라로 갔다며 말씀을 잇는다.     


그 아들이 대학 다닐 때 다리에 골수암이 왔고, 의족이 가능한 부위까지 자르다 보니 너무 밑으로 잘라서 위로 번져서~ 그만.

그 아들은 할머니께 안마도 자주 해드리고 말씀도 깍듯이 살갑게 하던 효심이 지극한 손주였고, 아들이었단다. 그랬던 아들이 죽고 화장을 해서 경포대 바닷가에 뿌렸다는데, 당시 엄마인 어르신을 집안 어른들께서 가 보지도 못하게 했단다.


어르신 말씀이, 만약에 아들의 할머니 바로 어르신의 시어머니께서 ‘나이 많은 나를 데려가지 않고 착하고 바른 내 손주를 왜 데려가셨느냐’라고 기도 중에 빈말이라도 해 주셨더라면, 내 맘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을 텐데~ 아들의 장지 까지도 못 가게 한 것이 맘에 한으로 남아있단다.     


지금도 아들의 기일이 되면 가끔 어느 위치인지는 모르지만 경포대 바닷가를 헤매고 온단다. 말씀을 들으면서 가슴이 메어졌다. 분명 어르신은 치매도 아니고 얘기 나눠보니 과거 공무원을 하셨을 만큼 지적 능력도 있는 분이다. 여쭤보지도 않은 말씀을 내게 담담하게 얘기하며 눈가에 물기가 머문다. 나도 자식을 키웠기에 어르신의 맘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 했던가? 그러나 묻는 척하는 것임이 틀림없다. 90세가 다되어가는 어르신께서 40여 년 전에 돌아간 아들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인 나에게 까지 들려주신다. 그만큼 자식의 죽음으로 힘드셨을 세월을 짐작케 한다.     


아직도 경포대 바닷가를 헤매며 아들을 추억한다는 그 말씀에, 엄마란 어떤 존재인가? 자식을 먼저 보낸 엄마의 맘은 이승을 마감해야만 편할 수 있는 가? 힘들게 그 시절을 견뎌내셨을 어르신의 마음에 위로를 보냈다. 말씀을 들어 드린 것만으로도 그분의 상처를 조금은 보듬어드린 것 같았다.     


“친구 분 오실 시간이 아직 안 되었나요?”

“어찌 아직 안 오지?” 전화를 거신다.

전화기 너머 소리가 들린다.

“오늘이 아니고 내일이야”

물론 내 나이에도 깜빡할 때가 있는데 어르신은 87세가 아닌가.     


혹시, 잃어버린 아들 생각이 어르신의 치매를 재촉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내심 의심이 들었다.

건강하세요 어르신~ 남은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힘내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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