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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Feb 28. 2023

감사한 소문

나와 남편은 같은 회사에서 만나 결혼한 C.C(Company Couple)다. 옛날 생각을 하려니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같은 직장에서 만나 연애를 하다 보니 헤어지기라도 했을 때를 대비해 늘 몸조심, 말조심을 해야 했다. ‘순결’이라는 화두가 이상하지 않은 시대였기에 이상한 소문이라도 나면 여자인 나만 피해를 본다는 의식이 너무도 강했었다. 서로의 만남은 나름의 방법으로 소통하며 데이트 시간과 장소를 알리곤 했다. 그렇게 조심을 했는데도, 우리의 만남을 눈치챈 나와 같은 부서 W와의 사연이 기억이 난다.   

  

W는 농담 반 진담 반, 대 놓고 자기에게 시집오라고 했을 정도로, 남들이 보면 우리는 사귀는 사이였다.

어느 날, W에게 내 친구 K를 소개하게 되었다. 장소는 명동에 있는 ‘코스모 폴리탄’이란 커피숍으로 기억되는데 정확하지는 않다. W와 나는 회사일로 퇴근이 늦어 조금 늦게 만남 장소로 가게 되었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이라 친구에게 연락도 못하고, 우리는 명동 한복판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려갔다. 소개팅 자리에 늦으면 안 된다고 W를 채근하면서 내가 더 앞서서 달렸던 것 같다.      


다음날, 출근을 하니 회사에선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어제 우리의 모습을 본 다른 부서의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안 그래도 둘이 사귀는 줄 아는데, 명동 한 복판에서 내가 앞에서 뛰고 W가 뒤에서 좇아가는 모습을 보았으니, 제삼자 눈엔 어떻게 보였겠는가. 우리는 굳이 해명을 하지 않았고, 그 소문이 한 동안 요긴했다. W는 나와 남편이 만나는 사실을 알고 있던 터였기에, 그런 척하며 우리를 많이 도와주었다.     

 

W의 덕에 남편과 나는 상당히 오랫동안 소문에 들지 않았다.

내가 결혼하고 나서 W도 결혼을 했고, 우리 가족과 W가족은 아직도 연락하며 잘 지내고 있다.     


오늘, 청춘의 그 시절이 주마등되어 머리를 스치고 마음을 흔들어 많이 즐겁고 미소가 지어진다. 청춘은 생각만 해도 아름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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