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대로 화장을 한
노루막이 겨울은 무죄
마녀 변덕 죽 끓이듯 한
젊은 오감
시나브로 세월의 강에 닳아지고
햇살에 녹은 잔설
거북이 등껍질 닮은 귀룽나무
젖은 날개엔 새순이 돋는다
높새바람 산마루 넘어 골을 적실 때
봄의 요정 노루귀 만나는 날
아지랑이 앞세우고
두근두근 뛰는 가슴
일더위 지난 삼복
오란 비 너울 되어
오름길 황토 속살 드러내고
큰 담과 작은 소 헤집으며
무지갯빛 하늘 되어 여울로 내린다
비거스렁이 지난
벚나무 느티나무 우듬지
참매미 구애 소리
외로운 가슴 울리고
애달픈 뻐꾸기 울음
둥지 잃은 어린 새
냉가슴 앓는다
하늬바람 타고
고추잠자리 날아오니
귀뚜라미 마중하고
깊은 밤 울어대는 부엉이 소리
코를 간질이는 군밤 냄새에
가을밤은 깊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