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거름에 든 원주 감영
수백 년 조선의 세월을 지르밟은
파릇한 잔디는 초록을 뽐내고
온전히 아람치 된 고즈넉한 경내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
한 폭 병풍을 빼곡히 메우고 있는
이름을 남긴 수많은 관찰사들
도도히 흐르는 강원도 정신
청초한 고개 흔들어 반기는
갈맷빛 연잎의 향연에
뭇 나그네 발길이 머문다
‘내가 원주를 사랑한다는 것은
산천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작가 박경리 선생의 원주 사랑
한 시대를 풍미하며
가슴 뭉클거리는 울림을 주고 간
그래서 그의 필력을 닮고 싶어 하는
수줍은 문객들
햇발의 열기에 늘어진
느린 몸놀림은 졸음에 겹고
‘박경리문학공원’ 파릇한 잔디 위에
발길이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