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어디 만큼에서
파리하게 떨리는 눈가
흐려지는 기억을 더듬으며
시나브로 젖어간 세월 자락에서
발길 모두옵니다
가시버시 두 손 잡고
푸른 하늘에 배 띄웠지요
윤슬이 춤추고
물새 노래하는 먼 하늘 가
순풍에 돛을 달고 정말 잘 왔더이다
천사의 옷자락에 취해 물들었을 때
하늘이 검기울고
싹쓸바람 거세게 불어오면서
돛대 흔들리고
작은 배는 갈 길 잃고 헤매더니
너울이 잦아들고
길라잡이 북극성이 손짓할 때
작은 섬 하나 보이더이다
섬 마루에 올라 바라보니
그 길 그래도 갈만하고
비로소 섬이 아름다워 보이더이다